전시회 관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미술 작품으로 재테크를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미술 투자는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주식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체 투자처로 아트테크(아트+재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아트테크는 예술 작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재테크 방식이다. 온라인 경매 시장의 활성화로 미술품 구매 문턱이 낮아지면서 관련 시장은 커지고 있다. 국내 미술 시장의 거래 규모는 2017년 기준 4942억원 수준이다. 특히 공유 경제 시대를 맞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미술품 공동 소유도 늘고 있다. 소액 투자로 고가의 미술품을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고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얻을 수 있어 젊은 층의 이색 재테크 방법으로 부상했다.

국내 최초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선보여
㈜열매컴퍼니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열매컴퍼니는 국내 최초로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선보인 곳이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아트앤가이드 연간 방문자 수는 20만 명으로 공동구매에 참여하는 인원은 약 4,500여 명, 공동구매자 1인당 평균 구매액은 180만원 수준이다”면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은 비싸기 때문에 크라우드 펀딩 개념을 도입해 소유권을 분할하면 많은 사람이 함께 나눠 살 수 있다. 2000만원 이하 작품은 10만원 단위, 2000만원을 초과하는 작품은 100만원 단위로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서비스를 론칭한 아트앤가이드는 이후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윤형근, 이중섭, 도상봉, 유영국등 근현대 미술의 거장들을 비롯해 살바도르 달리, 장 미쉘 바스키아,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카우스, 요시토모 나라등 해외 유명 작가들까지 총 36점의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 김재욱 대표

특히 지난해 11월 진행된 김환기 화백의 작품 <Untitled 10-V-68 #19>의 공동구매 가격은 3억 8000만원으로 시작 1분 만에 1억 5000만원, 공동구매 당일 총 3억 3000만원이 모집되기도 했고, 최근에는 이우환 화백의 150호 대작 ‘동풍 S.8508B’을 15억 9,500만원에 성공적으로 공동구매를 완료하며 한국 미술시장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현재 공동구매 작품 36점 중 김환기 <산월>(1963), 이중섭 <무제>, 천경자 <금붕어>, 이우환 <조응>(1999), <Correspondance>1996), 황염수 <장미> 등 총 11점(총 재매각금액 6억원 이상)을 재매각했고, 단순 평균 수익률 18.8%를 기록했다. 서비스 초기 수백 명에 불과했던 회원은 현재 수천명으로, 재판매한 작품의 연환산 평균수익률 71%를 올리며 불황 속의 미술시장에서 단독질주를 하고 있는 중이다.

김재욱 대표는 “기본적으로 옥션에서 낙찰률이 70% 이상인 유명 작가들만 선정한다. 낙찰률 70%는 상당히 환금성이 높은 수치라고 보면 된다”면서 “부동산 경매와 비교하면, 상가 낙찰률은 평균 20~30%, 오피스텔은 50% 수준이다. 특히 쿠사마 야오이, 요시토모 나라 등 스타 작가들의 낙찰률은 90%가 넘어 미술시장에서는 현금과 다를 바 없이 거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술품을 매각하는 경우 세제 혜택이 상당하다. 미술품은 기타소득으로 단일세율 20%를 적용하고 분리과세하게 된다”면서 “국내 생존 작가의 작품은 전면 비과세다. 취득세, 재산세도 없다. 해외 작가나 작고한 국내작가의 작품도 6000만원 미만은 비과세, 1억 원까지 부담해야 하는 세율은 최대 2.2%, 1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최대 4.4%다”고 부연했다.

온라인 토털 미술품 거래 플랫폼을 목표로
대학에서 경영학과를 졸업 후 CPA를 취득해 삼정KPMG에서 회계사로,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이엠피벨스타에서 펀드매니저로 근무했던 김재욱 대표. 회계법인과 사모펀드에서 일하면서 미술품이 훌륭한 대체투자 자산이라는 걸 깨닫고 제대로 된 아트펀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그는 간송미술관에서 운영팀장으로 3년 반 정도 근무한 후 지난 2016년 열매컴퍼니를 창업했다. 이후 직접 꾸준히 다양한 작품을 구매하며 투자 노하우를 쌓으며 시장을 파악한 그는 2017년 중소기업청의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인공지능 기반의 미술품 분석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에 기반한 미술품 거래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었다. 김재욱 대표는 “주식과 부동산에 비해 미술품은 일반인들이 가격 정보를 찾아보기 쉽지 않아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을 추정하기 어렵다. 개인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정보를 모아서 분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며 “그래서 작품 내용을 의미 있게 분석하고, 가격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내용을 팁스에 제안해서 선정됐고, 현재 진행 중인 공동구매 작품들도 이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추후 가격이 오를 만한 작품들을 분석해서 사들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세계적인 미술품 가격 지수인 메이모제스와 S&P500을 비교해보면 최근 50년간 메이모제스 지수는 연평균 12% 성장하며 S&P500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한 미술품의 경우 주식,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자산과 상관계수가 낮아 효과적인 투자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미술품 공동구매 시장에 관심을 가질수록 중장기 투자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김 대표는 “초고액 자산가들이 활동하는 오프라인 시장과 달리 우리 공동구매 투자자들은 대부분 연봉 소득자나 은퇴를 준비하는 자산가들이다”면서 “미술품을 한 번 구입하면 되팔기 힘들 것 같고, 직접 갤러리나 옥션에 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분이 많은데, 이런 장벽을 낮추기 위해 온라인 공동구매 형식을 채택했다 ”고 전했다. 앞으로 미술품 공동구매를 통해 모집된 회원을 콜렉터로 성장시키고 오프라인에 집중되어 있는 기존의 갤러리와 작가를 입점시켜 보다 활발하게 작품을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토털 미술품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는 그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미술품의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을 산정하고, 이를 통해 보다 투명한 미술 시장 형성에 기여하고자 한다”면서 “미술품 거래와 관련한 토털 플랫폼 운영을 통해 침체된 미술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