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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경의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
2020년 05월 06일 (수) 23:46:03 황태일 기자 hti@newsmaker.or.kr

경전을 옮겨 쓰는 불교수행법 사경(寫經)이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돼 그 첫 보유자로 김경호 한국전통사경연구원장이 인정받았다. 문화재청은 4월1일 ‘사경장’(寫經匠)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하고 김경호 원장을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

황태일 기자 hti@

사경은 그 자체가 수행이다. 사경수행에 앞서 음식을 조절하여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마음을 깊고 고요하며 순일하게 가져야 한다. 정화된 몸과 마음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면서 붓 잡는 법에서부터 획을 긋는 데까지 정해진 법도와 절차에 따라 정확성을 기해야 하는 불교의 전통수행법이다.

문화재청 지정 제1호 사경장(寫經匠) 인정 예고
외길 김경호 한국전통사경연구원장은 40여 년간 사경의 길을 걸어온 장인이다. 조선시대 이후 600년간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고려 전통사경의 원형 복원에 매진해온 그는 2002년 한국사경연구회를 설립하여 전통사경의 복원과 함께 국내외에 전통사경을 알리며 전통예술의 한 분야로 정립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 김경호 원장

김경호 한국전통사경연구원장은 “흔히 사경은 불교경전을 베껴 쓰는 정도로 인식한다”면서 “그러나 한국의 전통사경은 세계 문화사적으로 그 가치를 자랑할 만한 우수한 문화유산이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사경의 역사는 삼국시대 전래된 불교의 경전을 보급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8세기 중엽 목판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점차 스스로 공덕을 쌓는 신앙·수행적 의미로 변화했다. 통일신라 때(745~755년) 제작된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국보 제196호)이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경 유물이다. 사경은 고려시대에 불교가 국교가 되면서 국가기관에서 사경을 전문으로 제작했고 충렬왕 때 중국에 수백 명의 사경승을 보내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 조선시대에 숭유억불(崇儒抑佛)의 기조로 쇠퇴하였으나 일부 왕실과 사찰에 의해서 명맥이 유지됐다. 이러한 사경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된 데는 김경호 원장의 노력과 헌신이 크다.

지난 40여 년간 사경에 매진해온 김경호 원장은 1997년 조계종 주최 ‘제1회 불교사경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비롯 수많은 상을 받고 작품전시회를 열었다. 해외 전시 강연만 해도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뿐만 아니라 전통 사경을 되살리고 널리 전하기 위해 수많은 서적을 탐구하고 연구하였으며 저술과 교육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대중화에 앞장섰다. 무엇보다 글씨와 그림에서 뛰어난 예술성으로 사경을 새로운 경지로 올렸다. 문화재청도 “김경호 원장은 국내외 교육기관에서 사경 관련 강의를 하고, 다년간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 서적을 저술하는 등 사경의 전승을 위해 활동했다”며 “아울러 전통 사경체를 능숙하게 재현할 뿐 아니라 변상도 등 그림의 필치가 세밀하고 유려하다”고 사경장 보유자 인정 예고의 이유를 밝혔다. 김경호 원장은 사경장 보유자 인정 예고에 대해 “사경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됐고, 문화재로서의 사경을 전승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았다”면서 “전통사경의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더욱 정진하라는 격려로 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전통사경의 복원 및 세계화 앞장서
모두가 꺼렸던 고난의 길을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앞장서서 이를 개척하고 자리매김하여 세계화하는데 20여년을 오롯이 매진해온 김경호 원장. 그는 금가루 발색부터 아교 만들기, 필사, 변상도, 표면 처리 등 전통사경의 복원을 위해 힘쓰는 한편, 사경을 위하고 알리는 기회가 주어지면 국내든 외국이든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대부분 자비 부담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최근 사경이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10년 전통 기능 중 단절 우려가 있는 종목으로 전통사경을 선정하고 기능전승자로 지정한 바 있다. 당시는 전통사경의 기능적인 면만을 주목한 반면, 이번의 경우는 무형문화재로서 전통사경의 역사와 가치, 그리고 전승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도 김경호 원장은 국내외를 누비며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었다. 미국 예일대학과 콜롬비아대학은 올 하반기 김경호 원장 초청 사경 전시 및 특강, 워크숍 등을 계획했다. 또 상하이 정안사에서는 중국 사경문화 부흥을 위해 그의 작품집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일정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대한불교조계종 주최로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인 한국사경연구회원전과 올 1월 문을 연 화엄사 전통사경원도 개강이 미뤄졌다.

김경호 원장은 “부득이하게 올 상반기 계획했던 일들이 중단된 상태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순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를 다하고 있다”면서 “최근 화엄사 전통사경원에서 사용할 512페이지 분량의 교재 ‘화장(華藏)’을 출간했고, 수업에 사용할 화엄사 체본을 정리하면서 ‘법화경’ 사경에 매진 중이다. 외부적인 일들은 뒤로 미루더라도 전통사경의 발전과 전승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일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쉼 없이 진행 중이다”고 부연했다. 이어 “정성을 다해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는 가운데 일자(一字)에 일불(一佛)을 이루는 사경은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불교수행법인 동시에 시대문화를 반영한 예술의 정점”이라며 “부처님의 제자로서 사경의 기능적·문화적 의미를 넘어 그 속에 담긴 정신까지 오롯이 보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NM

▲ 화엄경 보현행원품 변상도-국보235호 리메이크작품(세로18.4, 가로38.0cm) 3.45.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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