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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계는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을까
2020년 03월 05일 (목) 23:22:14 이은주 밝은 성 연구소 원장 webmaster@newsmaker.or.kr

사람들은 흔히 안보(安保)라는 것을 집단 대 집단(국가 대 국가) 사이의 군사적 견제를 통한 안전이라는 문제만으로 국한해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관점은 이미 구시대적이다. 한 나라의 안전은 군사적 침략 외에도 다양한 문제들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바이러스가, 무역의 문제가, 식량이나 정보의 통제, 악의적인 컴퓨터 해킹 같은 것들이 얼마든지 한 사회나 국가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고 무너뜨릴 수도 있는 시대가 되었다. (…) 기상변화는 국경이나 인종을 가리지 않고 전 지구적으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국가 간 이기주의가 통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초국가적인 협력과 연대가 아니고는 대처하기가 어렵다.

지난여름 세계적 기상변화와 관련한 호주 국방연구소의 새 보고서를 본 칼럼에 소개하면서 썼던 대목이다.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주변 국가들을 두려움에 빠트리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국가와 민족 안보의 문제가 단지 전쟁에 국한될 수 없다는 것을 더욱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국가마다 위기관리센터나 안보실 안보국 등의 종합 컨트롤기구를 군사 기후 질병 재난관리 등을 각각 전담하는 기존 정부기관들의 상위개념으로 설치하고 있는 추세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바이러스나 세균 등은 너무나 빠르고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어디서 사태가 발생하든 더 이상 ‘바다건너 불’이 아닌 시대다. 나라마다 ‘비상사태’를 겪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보여준 기동성이나 대처방식은 전형적인 ‘관료주의 방식’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바로 이웃나라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과도하지 않나 싶을 만큼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멀리 미국에서 겨울 석 달 사이에 1만 명 넘게 사망자를 냈다는 인플루엔자 독감에 대해서는 거의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최신 보도에 따르면 2월 현재 미국에서 독감으로 입원한 사람은 25만 명이고 사망자는 1만4천 명이나 된다. 일본의 방사능 해수 방류 결정에 대해서는 또 어떠한가.
중요한 점은, 단지 이런 몇몇 사례뿐 아니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훨씬 심각하고 다양한 방식의 변화/시련이 지구촌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는 이러한 변화가 인류의 생존과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종합하며 이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좀 더 효율적인 인류의 공동대처를 위해서는 좀 더 유기적이고 좀 더 신속한 정보와 행동의 조직화를 위한 새로운 국제기구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인류공동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기존의 안전보장이사회나 세계보건기구보다 상위개념의 새 기구가 생겨난다면 그것은 ‘세계정부’의 성격을 띠게 되는 것 아닐까. 20세기의 아인슈타인이 지금과 같은 미래를 내다본 것일 지도 모르겠다. 바로 그런 때가 된 것 아닐까.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우한시 전체에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전통적인 금족령(禁足令)이다.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로 오래된 방식이다. 쉽게 다스리기 어려운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한 마을/도시를 폐쇄하는 방법은 오랜 옛날에도, 동서양 어느 나라에서나 있었다. 마을을 둘러 철조망을 치고 군인들이 출입을 막았다.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의 소설 <지붕 위의 기병>에 보면 콜레라가 발생하여 외부와 단절된 프로방스의 마을이 나온다. 공포에 사로잡힌 마을 사람들은 길을 잘못 들어 나타난 낯선 이방인을 발견하자 그가 공동우물에 독약을 풀었을 것이라고 의심하여 죽이려고 달려든다. 까뮈의 <페스트>에도 전염병으로 고립된 도시가 나온다. 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서는 전염병이 돌자 평소 그들이 배척했던 조선사람 등 외국인에 대한 집단 폭력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요즘 유럽에서는 동양인들을 바이러스 자체로 취급하는 인종차별이 벌어진다고도 한다. 어떤 위험을 느낄 때 지독히 배타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안전을 지키려는 행동은 본능적인 방어행동일 것이다.
까뮈의 봉쇄된 도시에서 벌어진 다양한 대처방식들을 우리는 실제로 보고 있다. 심지어 과학적인 경고를 무시하고 대규모의 기도집회를 여는 종교인들도 있질 않은가. 어떤 사람들은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고, 외국인에 대한 배척은 더욱 심해지며, 어떤 사람들은 아예 국경봉쇄(입국금지)까지 부르짖는다. 이런 사태를 정치 이슈화하여 득을 보려는 정치가들의 모습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런 행동들이 집단 패닉으로 발전된다면 걷잡기 어렵게 된다. 지금이야말로 인간의 이성적이고 지성적인 판단과 행동이 더욱 필요한 때다. 우선은 우리 자신들의 문제이겠지만, 국제적인 연구와 협력 행동의 조직화도 더욱 절실해졌다. NM
[대화당한의원, 한국 밝은 성 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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