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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계는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을까.
2020년 02월 05일 (수) 23:35:09 이은주 밝은 성 연구소 원장 webmaster@newsmaker.or.kr

 
하루살이에게 시계가 있다면 어떤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일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12시간쯤을 가리키는 시계면 충분할 것이다. 24시간을 나타내는 시계가 있더라도 그 시간을 다 보지는 못할 것이다. 자동차 계기판에 시속 300Km까지 나타내는 속도계가 있다 하더라도 200Km 이상의 속도는 사실상 이론적 속도에 불과하듯이, 하루살이는 해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이상의 시간만이 유용할 뿐 그 이상의 시간은 이론적 시간에 불과할 것이다.
그 시계가 가리키는 1시간은 인간의 1년과 맞먹는 시간이다. 분, 초보다 더 세밀한 시간의 표식이 필요할 것이고, 하루를 서너 시간 단위로 쪼개어 유년기 청년기 성년기 노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하루살이들은 시계를 갖고 있지 않다. 하루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쪼개어 써야 할 사유가 없기 때문이다. 계획적인 노동을 하고 계획적인 출산을 하고 사후의 계획을 따로 세우지 않더라도, 그것들은 때가 되면 깨어나고 때가 되면 교미를 하고 때가 되면 알을 낳고 때가 되면 죽는다.
수백 년을 사는 바다거북에게는 시계가 필요할까. 그들도 시계를 갖고 있지 않다. 때가 되면 달과 별의 신호를 감지하여 바다로 나아가고 때가 되면 다시 천체의 안내를 받아 태어났던 해변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 바다거북의 1년은 인간의 시간으로 치면 한두 시간만큼 짧은 시간일 것이다. 우리는 1백 살의 바다거북을 한창 나이에 이르렀다고 보고, 2백 살이 넘었으면 이제 노년기에 접어들었다고 간주한다.
정밀한 시계를 가지고 1분, 1초를 재어가며 시간을 다른 재화와도 같이 소중하게 나눠 쓰는 인간에게 시간은 절대적 가치를 갖고 있다. 노동에 대하여 지불하는 대가도 시간에 비례하여 계산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대한 계산은 점점 촘촘해진다. 그만큼 긴장도가 높아지는 것이리라.
옛날 농부들은 1년이 농사를 계산하여 한번 계획하고 한번 결산하는 것으로 경제활동의 근간을 삼았다. 1년의 수확을 연간 수입의 전부로 치고, 보릿고개에 빌린 것을 추수하여 갚는 것이 융통(금융)의 전부였다. 봄가을로 2모작을 한다 쳐도, 지금에 비하면 시간이 흐름은 매우 여유로웠다. 일하는 농번기와 쉬는 농한기는 서너 달 단위로 돌아갔으므로, 그 서너 달의 시간이 시작되고 끝나는 시점을 한 달 단위로 부풀고 줄어드는 달의 모양을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인간의 노동에서 농사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1/3~1/4로 줄어들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더 이상 2모작 3모작에 머물지 않고 기계화 자동화된 시설영농을 시작하면서 점점 더 정밀한 시계가 필요해졌다. 자동화 기계는 시계의 지시에 따라 지붕을 열거나 닫고, 물을 뿌리고, 불을 켜고, 난방이나 냉방을 가동하며 ‘시시각각의 노동’을 수행한다.
시간의 정밀화는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다주었을까.
모든 생물의 몸이 생체리듬에 의해 자연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고 죽던 시절에 비하면, 인간의 몸에는 적지 않은 왜곡이 가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해가 뜨고 지는 데 따라 잠자리에 눕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계의 알람소리를 듣고 깨어나 시계가 밤을 알리는 것을 보고 잠자리에 눕는다. 이렇게 본다면 사람들은 여름에는 시간이 한가롭고 겨울의 시간은 너무 피곤하게 쓴다고 볼 수가 있다. 여름에는 해가 중천에 올라서야 일과가 시작되고 겨울에는 해가 나기도 전에 출근을 해서 해가 진 뒤에야 일을 마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계절과 상관없이 기계적으로 정해진 시간을 움직임으로 해서 상대적으로 생체리듬이 깨진다는 데 있다. 이런 부작용을 감안해서 ‘서머타임’을 적용하는 나라들도 있기는 하나, 그것으로도 충분치는 못하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원론적인 걱정에 불과하다. 현상을 보면, 인간은 자연의 시간이나 생체시계의 시간을 무시하면서도 옛날에 비해 더 긴 시간을, 더욱 기운차게 살아가고 있다. 다만 이런 걱정은 된다. 인간이 시간을 늘려 쓰는 만큼의 그 반작용(이것을 일종의 엔트로피라 한다면), 그 대가가 어디선가는 나타나고 있을 것이라는 점. 에너지보존법칙이든, 질량보존법칙이든, 정해진 지구상에서 인간이 누리는 만큼의 삶의 시간을 무엇인가는 대신 빼앗기고 있을 것이다. 쇠퇴하는 지구, 파괴되는 자연, 소멸되어가는 자연계…. 북미 남미 호주 등의 연이은 대형 산불, 동남아시아의 화산, 지진현상 등 인류의 평화로운 생존을 위협하는 자연재해 소식을 들을 때마다, 얼핏 자연재해로 보이는 이 변란들이 인간에게 돌아오는 반작용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어딘가는 너무 가물어 황폐화 현상이 일어나고 어딘가는 폭풍 폭우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인간의 시계는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GPS로 조정되는 정밀 시계가 지구의 시간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고 건강한 시간을 유지할 수 있기를 감히 바랄 뿐이다. 
[대화당한의원, 한국 밝은 성 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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