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훌륭한 피아노라도 시간의 흐름과 많은 사용으로 인해 자연히 그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이때 어떤 손길이 닿느냐에 따라 다시 훌륭한 악기로 태어날 수도 있고 별 의미 없는 악기가 될 수도 있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피아노는 보통 88개의 음으로 한 음 당 1~3개의 현이 걸려 있으며 각 현에는 80~90kg의 장력이 가해진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고 사용이 반복 되면서 현이 풀리고 각 음이 틀어지게 된다. 이렇게 흐트러진 각 음들을 정해진 피치에 맞춰주는 작업을 ‘조율’이라고 한다. 이에 조율사는 약 230개의 현을 감고 있는 튜닝핀을 돌려가며 장력을 가감함으로써 진동수에 변화를 주어 정확한 음을 맞추어낸다. 또 정교한 액션 부분을 다시 원상으로 보구하는 작업인 조정, 정음을 통해 새 피아노 때의 좋은 상태로 만들어준다.

▲ 정재봉 대표

최고의 기술로 피아노 본연의 소리 구현
1997년 예술의전당 전속조율사를 시작으로 금호아트홀, 서울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굵직한 연주홀의 전속 조율사로 활동하며 명성을 얻은 정재봉 갤러리피아노 대표는 국내 최고의 피아노 조율사다. 국내 주요 연주자들과 서울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금호아트홀, 레코딩스튜디오 등 여러 중요한 곳의 피아노 소리를 직접 책임지고 있는 한국 클래식 공연계의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제대로 갖춰진 기술로 피아노 수리, 복원 분야의 발전과 한국 클래식 공연을 위해 힘쓰며, 좋은 피아노 보급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온 정 대표는 독일 쾰른국림음대에서 무보수로 일할 정도로 피아노 기술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그는 타고난 감각을 바탕으로 6개월 만에 실력을 인정받아 정식직원으로 채용되었고 이후 11년간 쾰른국림음대의 피아노 조율 및 수리를 담당했다. 또한 독일 함부르크 스타인웨이사의 특별연수와 뉴욕 스타인웨이사의 기술자 세미나 등을 거쳐 독일 국가 피아노, 쳄발로 제작, 수리, 조율자격증을 획득하며 피아노 조율사로서의 전문성을 쌓았다. 귀국 후에는 우리나라 피아노 기술 향상 도모와 ‘소리의 빛깔 구현’이라는 꿈을 위해 세계 최고 명품 악기이기도 한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 피아노의 복원, 수리를 위해 매진해왔다.

이러한 정 대표가 이끌고 있는 갤러리피아노는 국내 최고의 기술자들이 포진해있는 곳으로, 영창, 삼익은 물론 Steinway&Sons, Boesendorfer, Bechstein, Schimmel, KAWAI, YAMAHA 등 연주가들이 열망하는 피아노가 고유의 음색을 낼 수 있을 때까지 반복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음악인들 사이에서도 단연 ‘최고’로 통한다. 구성원 모두가 완벽에 가까운 피아노 리빌트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피아노 본연의 소리를 최대한으로 구현해 연주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정재봉 대표는 “갤러리피아노의 기술력은 외국의 복원기술과 비교해도 뛰어나다”며 “최고의 소리는 연주자와의 대화를 통해 얻는 것이다. 연주자들이 원하는 바를 듣고 그것을 실제 현장에서 최우선으로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피아노 가치 재창출 통해 예술문화 발전에 이바지
백석예술대학 겸임교수를 역임한 바 있는 있는 정재봉 대표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피아노 구조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연주가들이 피아노를 더욱 폭넓게 이해함으로써 연주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음악, 기술, 체험의 실용적인 개념으로 이뤄진 정재봉 대표의 강의는 음악전공 학생이 아닌 타 전공과 학생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매학기 가장 먼저 마감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정재봉 대표는 “조율사는 각 피아노가 갖는 특성들은 물론 피아니스트들이 생각하는 여러 가지 건반감각과 소리에 대한 생각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이 일이 수익성이 좋은 분야는 아니지만 기술과 생각이 잘 통하는 지금의 갤러리피아노 팀원들과 수리, 복원, 조율 작업을 꾸준히 해 나가며 피아노 소리와 나아가서 한국의 음악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항상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피아노라도 조율을 통해 연주자가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도록 피아노 조율 시 연주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반영하려 노력해온 정 대표는 “피아노의 소리는 다른 악기에 비해 큰 편이라서 소음으로 인해 이웃과 갈등이 많은데, 그 해결 방법이 간단치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피아노 바퀴 밑에 깔 수 있는 받침 컵을 두 가지 개발했으며 그 디자인과 효과가 세계적으로 최고다. 기존의 제품들은 진동을 차단하기 위해 단순히 고무재질을 사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도 안 좋고, 고무 두께만큼 높이 올라가고, 연주시 피아노의 흔들림이 심해 아주 불편했다. 이런 단점들을 금속과 스프링을 이용해 완벽하게 개선한 제품이다. 피아노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도 많이 사가고 있다”면서 “이상적인 최상의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피아노 조율, 홀 음향, 피아니스트가 함께 좋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앞으로도 피아노 복원과 수리 기술 선도에 헌신하고 피아노 가치 재창출로 예술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