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와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 겉모습은 비슷해도 각자만의 특징이 있고, 여러 종류로써 각자의 쓰임이 다르다. 오랜 기다림을 통해 하나의 완성된 도자기가 탄생하듯, 오랜 세월의 경험이 지혜가 되어 온전한 사람이 완성된다.

▲ 이호영 도예가

도자기를 보고 있노라면 넋을 놓게 된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문양과 색감에 눈길이 가지만, 작품들을 거칠 때 마다 그 특징에 집중하게 된다. 같은 도자기라 해도 장인의 손길이 지나쳐 생긴 무늬들이 다르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도자기의 표면도 달라져 있다. 인간의 삶과 밀접한 예술, 도예. 그 중심에 서 있는 ㈜한얼도예의 이호영 도예가를 만나보았다.

‘평면 도자기’라는 새로운 장르 개척한 선구자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수광리 도예촌에서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이호영 도예가는 이천 도자기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왔다. 그의 부친은 도예분야 1세대인 故 이현승 선생으로, 1950년대 경기 이천시 신둔면 수광리 일대에 이천 3개의 가마 중 한곳인 조선요를 설립해 청자와 칠기를 생산했다. 이러한 선친의 가업을 이어받아 이호영 도예가는 기존의 청자, 백자, 분청 한국도자전통기법에서 탈피한 분청 청자 평면도자기의 새로운 기법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호영 도예가는 지난 1985년부터 새로운 시각으로 미적 세계를 탐색하며 장르와 콘텐츠의 접목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그 결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기존의 둥근 도자예술에서 벗어나 평면 도자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2010년에는 성남모란민속공예전국대전에서 평면도자기 청자테이블로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청자평면자기기법은 둥근 도자기를 식탁처럼 편평하게 제작하는 기법으로, 이 도예가는 대형평면도자기 제조 방법으로 지난 2012년 특허 등록을 마쳤다. 이호영 도예가는 “도예라는 업의 성격의 적절한 표현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흙, 불, 물 같은 소재들에 대해 깊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학적인 측면만큼이나 소재들에 대한 탐구에도 깊이 빠져있었다”며 “이런 관심이 결국 새로운 기법의 발견으로 이어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선보인 평면도자기는 도자기용 태토로 쓰이는 고령토를 세로 220cm, 가로 80cm, 두께 0.7~2cm로 만든 작품으로, 건축조형물, 대형벽화, 공원벽화, 신축건물, 리모델링, 고품격 인테리, 식탁, 소파 테이블, 좌탁 등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이다. 이호영은 도예가는 “실험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1300도의 열을 가하게 되면 흙의 갈라짐, 뒤틀림, 색감 변화 현상이 발생해 시행착오를 수없이 반복했다”며 “초벌과 재벌 과정에서 변화되는 현상들을 극복해 소지(흙) 선택에서부터 배합하는 비법을 고민하고 시험하던 중 이제 타도예가가 흉내낼 수 없는 분청과청자 평면도자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평면 도자기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통해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상감청자기법으로 평면도자기 벽화의 신기원을 이룬 이호영 도예가. 전통 도자기 기법으로 새로운 도자예술을 꽃 피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식탁, 테이블, 의료용 테이블, 벽화, 조형물, 도자기 액자 등 평면 도자기 작품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장인의 예술혼과 작품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안산김홍도미술전국 공모전 특선, 목포도자기공모전입선,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일본 아즈마덴키 창립 90주년 행사에 초청되어 작품을 선보인 자리에서 크게 호평을 받은 이 도예가는 도쿄서 작품전시회를 가지며 일본진출의 길이 열리는 등 최근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는 중이다.

한국예총으로부터 ‘예술문화명인’ 선정
최근 이호영 도예가는 최근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평면 도자기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통해 다시 한 번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유명 화가인 세정 곽원주, 연세희씨 등과 공동으로 작품을 제작, 황량한 다리에 새 생명을 불어 넣기도 했다. 특히 청자 평면자기기법을 바탕으로 ‘분청도판형상물’, ‘도자기벽화와 도자기현판’, ‘대형고려청자’ 등의 작품을 전국에 설치해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새로운 미술을 개척했다는 찬사와 더불어 각계각층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천시 곳곳에서도 이호영의 도예가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천 환경공원에서도 ‘진입문주조형물’을 비롯하여 학습가벽, 조명등, 벽면에 이르기까지 이 도예가는 예술혼이 담긴 작품들을 곳곳에 설치해 이곳을 찾는 시민들에게 도자예술의 정수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이 도예가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로부터 우리나라 예술문화 계승과 발전을 위한 높은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아 예술문화명인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었다. 그는 “앞으로도 장구한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의 예술문화가 새롭게 조명되고 전승 발전 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데 매진하여 예술인들의 자부심과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