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이란 산업현장에서 20년 이상 장기근속하고, 해당분야 최고 수준의 기능을 보유한 기능인에게 주어지는 호칭으로 국가가 가지는 또 다른 의미의 가치이자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일 노동부(장관 이영희)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유재섭)은 기능한국의 주춧돌 역할을 담당해 온 대한민국 명장 12인을 선정, 발표했다. 본지에서는 46년간 이용외길을 걸으며 이용 산업 전반에 지대한 획을 그어온 (사)한국기능인연합회장 김일신 명장을 만나 그의 소중한 발자취를 들여다보았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역경 딛고 대한민국 대표 이용명장으로 

▲ (사)한국기능인연합회장 김일신 명장은 46년간 이용외길을 걸으며 이용산업 전반에 지대한 획을 그어온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10일 이용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게 된 김 명장은 46년간 이용인의 길을 걸어오며, 오늘날 이용업계 최고의 기술자로 자리매김 했다. 그에게는 사실 국내 이용 산업과 함께 숨쉬어온 이용의 산증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명장으로 선정된 쾌거보다 오늘이 있기까지 무수히 찾아왔을 어려움과 시련을 어떻게 극복했을지 그 저력에 물음표를 안고 있는 취재진이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곳은 산 좋고 물 좋은 밀양 산기슭에 자리한 장금이(張金李)마을. 파라다이스호텔 내에 자리한 낙원이용원을 경영하고 있는 김 명장은 40년 지기 친구 셋과 함께 마련한 장금이마을에서 반갑게 취재진을 맞이했다. 천혜의 절경과 맑은 공기 속에서 아늑한 노후를 보내고자 쉼터로 마련한 이곳에 종종 찾아와 쉬어 간다는 그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7남매 중 4남으로 태어나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용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어요.”라며 첫 운을 뗐다. 가난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명장은 보통 4년은 배워야 하는 기술을 1년 만에 마칠 만큼 대단한 열정과 노력을 보였다. 그는 그렇게 1963년 19세의 나이로 국내에서 처음 실시된 이용사 자격증을 땄다. 군제대 후 고향인 울산에서 잠시 근무하다 실력이 알려져 26세의 나이로 당시 최고급 호텔인 부산 해운대 극동호텔 이용원으로 발탁되어 본격적인 이용인으로서의 성공을 다짐하게 된다. 17년을 근무하는 동안 극동호텔이용원 대표를 지내고 지금의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낙원이용원을 운영한지 22년째.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은 무엇인지 항상 생각했어요. 연구를 계속하다보면 꿈에서도 제가 손님 머리를 만지고 있을 정도니까. 그때는 그저 그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라며 김 명장은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의 손을 거쳐 간 수많은 기억 속에는 결코 잊혀 지지 않는 많은 인연들이 담겨있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 재임당시, 신년이나 연두순시를 위해 부산을 찾을 때면 1년에 2회 정도 김 명장에게 머리를 담당하게 했던 박 대통령의 기억은 그만이 아는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인드’ 이용 산업에 지대한 업적 그려내
현재 낙원이용원은 12여 명의 남녀 직원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모발 관리 시스템을 비롯한 최신식 시설과 서비스로 고객감동을 실현하고 있다. 이곳이 변함없이 사랑받는 성공스토리를 살펴보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인드가 열쇠가 된다. 김 명장은 “1980년대 이후 이발소가 퇴폐업소라는 오해를 사면서 급속히 낙후됨에 따라 남성 고객들 또한 미용실로 발길을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이용사는 50~60대 이상이 대부분이예요. 이용 산업을 이끌어갈 젊은 인재가 부족할 뿐 아니라, 이용원하면 시설도 낙후되고 분위기도 어두운 그런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라고 안타까움을 전한 후 “지나가는 행인들이 이용원 내부를 훤히 볼 수 있도록 투명성을 강조하고 쾌적한 분위기로 시설개선을 한다면 이용원은 또 다시 부상할 수 있어요. 더불어 동네 이발소 2~3군데를 모아 함께 운영하면서 홍보에도 힘을 쏟는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라며 시대의 변화에 두려움보다는 발 맞춰 발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한다.

▲ 소외된 이들을 위한 봉사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김일신 명장이 지금까지 펼쳐온 봉사활동만도 750회가 넘는다

김 명장은 이러한 자신의 지론을 뿌리내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왔다. 한국이용사회 중앙회장직을 지내며 이용업계 발전을 위해 위생교재와 헤어아트 총론 등을 발간하고, 1991년부터 오늘날까지 총 217회의 대외적인 강의를 펼치는 등 후진 양성에도 발군의 노력을 다해왔다. 또 국내 이용원 분포를 분석해 체계적인 시스템화를 이루는 한편, 이용신문을 발간해 다양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더불어 이용사회 운영의 올바른 관행을 뿌리내리고 투명한 경영체계를 정립하는 등 지대한 업적을 그려냈다.

봉사만도 750회 이상,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구현 앞장서
지난 5월 창립된 (사)한국기능인연합회 초대회장을 맡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 명장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사회봉사. 어려웠던 어린 시절의 역경을 딛고 성공하였기에 그들에 대한 마음이 남다르다. 지금까지 750회 이상의 봉사활동을 펼쳐오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구현에 앞장서는 그는 인터뷰 중에도 소외 이웃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삭막한 오늘날 그가 전하는 소중한 손길은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훈훈한 단비로 기억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그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아내의 사랑과 믿음이었다고 전하는 김 명장은 “숱한 시련과 어려움이 찾아올 때면 묵묵히 제 옆에서 저를 믿어주고 응원해준 아내가 있었습니다.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 또한 없었겠죠. 삶의 작은 행복을 감사함으로 여기는 아내와 함께 다른 사람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갈 거예요.”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지금도 소년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그는 올해 아내의 생일에는 아내를 위한 뜻 깊은 표창장을 제작해 선사할 것이라는 수줍은 말을 건낸 후, 46년 이용인의 인생을 돌아보는 자서전을 출간할 계획을 밝혔다. 빠른 속도로 급변하는 오늘날, 한 분야에 이토록 열성으로 파고드는 이를 우리는 얼마나 만나볼 수 있을까? 숱한 시련과 그 속의 작은 행복, 나눔의 미학이 모두 담긴 김 명장의 지난 발자취가 희망의 메시지로 많은 이들의 내일을 열어갈 것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