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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 보복
한국 대상으로 반도체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2019년 08월 07일 (수) 14:59:53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7월, 일본 정부는 한국 반도체와 TV·스마트폰 제조에 필수적인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밝혔다. 수출규제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물품으로 일본이 세계 시장의 70~90%를 점유하고 있는 소재다.

장정미 기자 haiyap@

일본의 이번 발표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 보복 조치에 나선 것으로, 한·일 갈등을 한층 격화시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7월4일부터 TV·스마트폰의 유기EL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과정에 꼭 필요한 리지스트와 에칭가스(고순도불화 수소) 등 3개 품목의 수출 및 관련 제조기술 이전에 대한 포괄적 수출 허가 제도에서 한국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대신 개별적으로 수출 허가신청을 요구해 수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출 허가 신청과 심사에 90일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日정부, 화이트국가 대상서 한국 제외 검토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에 대해 “수출관리제도는 국제적인 신뢰관계를 토대로 구축돼 있지만 한·일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과의 신뢰관계 아래 수출을 관리하는 게 곤란해지고 있는 데다 한국과 관련한 수출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도 발생해 제도운용을 엄격히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강제징용 문제를 이유로 수출 규제 강화라는 보복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 에칭가스는 약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어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이 규제가 강화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대기업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예상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본적으로 징용 배상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한국에 대한 수출을 허가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의 금수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또 첨단재료 등의 수출에 관해 수출 허가신청이 면제되는 ‘화이트(백색) 국가’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법령개정에 대한 의견모집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일본 업체들이 해당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건별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안전보장상 우호국으로 인정해 2004년 ‘백색 국가’로 지정했으며, 현재 미국과 영국 등 27개국이 지정돼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이런 대응은 외교 문제를 경제 문제와 연계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일본 측이 ‘신뢰 관계 훼손’을 들어 통상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선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일본 정부의 대응은 지난 6월28~29일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 원칙’을 강조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날 “통상 규칙을 자의적으로 운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반도체 소재 등 세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키로 한 것과 관련해 한국대법원의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대항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1일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관방부 부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조치가 징용공 문제와 관련된 대항 조치인지를 묻는 말에 “적절한 수출관리 제도의 운용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니시무라 부장관은 “한국과 신뢰 관계 아래에서 수출관리를 하기가 어려워지고, 한국과 관련된 수출관리에서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해 한층 엄격하게 제도를 운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부장관은 한국 관점에선 대항조치로 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안보를 목적으로 한 수출관리 제도의 적절한 운영을 위해 재검토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면서 “세계무역기구 WTO 규칙에 따른 국제 수출관리 체제에 근거해 실시하는 것인 만큼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2일에는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이 직접 한국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이날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는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호 협력 관계에 반하는 한국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고 G20까지도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없었다”며 이번 조치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우리 정부 “국제법에 따라 단호히 대응”
일본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 규제 방침에 대해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조치”라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또 WTO 제소를 포함해 국제법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7월1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일본정부가 발표한 수출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보복 조치”라며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칙에 비춰 상식에 반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일본의 규제 발표에 한국 정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흘렀다. 가뜩이나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을 이끌었던 반도체가 단가 하락으로 부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일본의 수입 규제라는 겹악재를 맞이하게 돼서다. 특히 정부는 이날 일본 경제산업성의 발표 전까지 공식 통보를 받지 못한 채 전날(지난6월30일)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정부는 전날 업계와 긴급회의를 열고 규제 대상 품목에 대한 수급대책을 점검했다. 이어 7월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공개 경제장관회의(녹실간담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오후에는 정승일 산업부 차관이 향후 업계 영향과 대책을 주제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와 비공개 긴급현안점검 간담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이번 규제가 국내 수출과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조금 더 심도깊은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조치가 사전협의 없이 이뤄진 데다 상세 규제 내용을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부는 일본의 조치가 WTO 협정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규제는 한국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내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으로 이뤄졌다는 게 유력한 해석이다. WTO 협정은 정치적 이유로 경제보복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WTO 협정을 포함한 국제·국내법을 토대로 일본 측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WTO 제소도 선택지 중 하나로 언급했다. 또 업계와 협력채널을 가동해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 피해 최소화 방안을 지원하는 등 민관 공동 대응도 강화할 계획이다. 성 장관은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우리 부품 소재 장비 등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일 무역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외교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만큼 이번 규제조치는 화웨이 사태보다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며 “WTO 제소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효성이 약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수입 대체선을 마련하면서 궁극적으로 정치·외교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日정부, 지난 5월에 이미 경제보복조치 결정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 등 경제보복 조치를 지난 5월 이미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2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이후 여러 대항 조치를 검토해 왔고, 지난 5월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골자로 하는 최종안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구체적인 반도체 수출 규제 품목에 대해서는 극소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선정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가 일본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견해가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총리 관저와 총리 측 의원들의 뜻이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요미우리는 보도했다.

나아가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번 반도체 수출 규제가 비자 발급 제한, 송금 규제 등 다른 대항 조치도 발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강조해 한국을 흔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이 일본 정부가 내린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에 대해 “사실상의 보복 조치”이며 “일본이 주장해 왔던 자유무역 정신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월2일,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의 이유로 한일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손상됐다고 한 점을 언급하며 “이는 강제징용 소송을 둘러싼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한 불만이 배경에 있는 사실상의 보복 조치”라고 지적했다. 지지통신도 이날 “이번 수출 규제는 강제징용와 관련해 사실상의 보복 조치를 취한 형태”라며 “미국과 중국의 보복 관세 응수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해 왔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보복의 연쇄를 초래할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아사히신문 역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라며 “7월 21일 치러지는 참의원(상원) 선거를 겨냥해 (유권자들에게) 일본 정부의 (강경한) 자세를 명확하게 드러내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일본은 지금껏 스스로가 자유무역의 기수임을 자처해 왔다. 고율 관세를 내세운 위협이나, 통상 정책을 정치적 분쟁 해결에 이용하는 것에는 강하게 항의했다. 이번 오사카 G20에서도 의장국으로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무역·투자 환경 실현에 노력한다”고 선언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관련한 수출 관리에서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는 점을 두 번째 이유로 지적한 것에 대해 “이것이 자유롭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무역·투자 환경 실현에 노력한다던 G20 정신에 과연 합치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지지통신 또한 “G20 폐막 이틀 후 일본이 결정한 수출 규제는 무역 규칙을 사용한 외교 압력에 다름 아니며, G20이 채택한 공동선언의 이상과도 동떨어진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에 대해 발동한 경제제재 조치와 관련해 ‘강제징용 배상판결 관련 보복’ 외에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또 다른 이유로 들고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는 대화’를 추진한다면서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에 북한을 소재로 끌어들인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월7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열린 후지TV의 여야 당수 토론회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강화 조치와 관련해 “한국은 대북제재를 잘 지키고 있고 바세나르체제에 따른 무역관리를 확실히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징용공 문제를 보면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분명한 상황에서 무역관리 규정도 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에 토론회 사회자가 구체적인 이유를 묻자 “이 자리에서 개별적인 것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은 삼가고 싶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수출관리를 정확히 하고 있다고 확실히 제시해 주지 않으면 우리는 (해당 품목을) 내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발언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흔드는 한편 한일 갈등 문제에 북한을 끌어들여 한국 여론을 분열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자 일본이 좀더 적극적으로 자국 안보 차원의 문제를 이유로 갖다 댄 것으로도 보인다. 일본 정부가 다음달 포괄적인 수출절차 간소화 대상인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예정인 가운데 이때도 주요 명분으로 ‘한국의 허술한 대북제재 이행 가능성’을 들고 나올 공산이 커졌다. 이날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대부분 당수들은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심지어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도 “신뢰관계가 손상됐다고 한다면 정부가 행할 것은 타협”이라고 지적했다.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총리의 설명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文 대통령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
지난 7월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일본은 당초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조치의 이유로 내세웠다가 개인과 기업 간의 민사판결을 통상 문제로 연계시키는 데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우리에게 전략물자 밀반출과 대북 제재 이행 위반의 의혹이 있기 때문인 양 말을 바꿨다”며 “이는 4대 국제수출 통제체제를 모범적으로 이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을 경고한다”며 한국 기업들의 일부 피해 발생에도 불구하고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불편했던 과거사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분리 대응한다는 평소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일본의 추가 도발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다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자국 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통상적 보호무역 조치와는 방법도, 목적도 다르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제한으로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높은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에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월8일에도 이번 사태에 대해 “전례 없는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국내외에 천명하며 “무역은 공동번영의 도구여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믿음과 일본이 늘 주창해온 자유무역의 원칙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고 일본을 압박했다. 이틀 뒤 열린 국내 30대 기업 총수 초청 간담회에서는 “일본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치를 취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대북 제재와 연결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의 우호와 안보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출규제 조치가 정치적 목적에 기인하는 것은 물론 한일 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한편 일본 정부 고위 관료들은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보복 조치’가 아니라고 재차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와 경제 문제를 연계시켜 역사를 역행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에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지난 7월16일 NHK방송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과 관련해 “안전 보장을 목적으로 한 수출 관리를 적정하게 실시하기 위해 운용(방침)을 수정한 것으로, 대항조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가 장관의 이날 발언은 문 대통령의 비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첫 공식 반응으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스가 장관은 “이런 내용을 일관되게 설명해 왔다. (문 대통령의) 지적은 전혀 맞지 않다”면서 “보복의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출 규제 담당 부처 장관인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도 같은 날 각료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출 규제에 대해 “대항조치가 아니라고 처음부터 일관되게 설명해왔다”면서 보복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검토는 처음부터 안보를 목적으로 수출 관리를 적절하게 실시하려는 관점에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도 “수출 규제는 국내 조치로서 전혀 그런 발언(문 대통령의 발언)은 맞지 않다”면서 “일본으로서는 안전 보장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美, 한일 통상 갈등 중재 나서나
정부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서 시작된 한일 무역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미 외교전에 나선 가운데, 미국 측에서 한일관계 중재를 시사하는 징후가 포착돼 관심이 쏠린다. 지난 7월12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국장은 7월11일 오전 롤랜드 드 마셀러스 국무부 국제금융·개발 담당 부차관보과 국장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김 국장은 최근 일본 수출규제의 문제점을 미국 측에 설명했고, 미국 측은 이를 유념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김 국장은 마크 내퍼 미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와도 면담을 갖고, 일본의 무역 보복조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김 국장은 일본의 조치가 자유무역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을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일본에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한편, 무역 갈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채널을 가동했다.

차관보급인 윤강현 경제외교조정관도 7월11일 출국해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과 앨리슨 후커 한반도 보좌관 등 미국 정부 관료들을 접촉했다. 앞서 에티오피아를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7월10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강 장관은 통화에서 이번 조치는 한일관계 및 한미일 3국 협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 급파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미국 측에서 한미일 고위급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해 주목된다. 방미 기간 김 차장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찰스 쿠퍼먼 NSC 부보좌관 등을 만나 일본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한일, 한미일 간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 또 물밑에서 해나갈 것”이라며 진전된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가 한일 통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향후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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