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을 보면서 감동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가? 작품 속에서 인생을 느끼게 하고 그 인생에 공감하게끔 하는 작품이 있다면 그 작품은 ‘걸작’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작품의 주제를 항상 생(生)에서 출발하는 작가 일승월(一承月) 연채숙 작가의 작품이 미술계에서 큰 호평을 얻고 있다. 생의 내면을 아름답게 때로는 강렬하게 표현하는 그녀의 작품 세계를 만나본다.

▲ 작품의 주제를 항상 생(生)에서 출발하는 작가 일승월(一承月) 연채숙 작가

“풋풋했던 대학시절, 가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오대산 깊은 산골자락에서 밀집한 나무들의 잘려나간 상흔을 보며 문득 어머니를 떠올리게 되었다”며 현재 작품 세계를 구축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는 연채숙 작가. 그녀는 그 상흔으로부터 생명을 잉태하고 고통으로 출산해 사랑으로 생명을 아우르는 ‘따뜻한 어머니의 품’을 느꼈다고 한다. 그 느낌을 머리 속에만 간직하고 싶지 않았던 연 작가는 바로 작업실로 달려가 이를 화지 위에 담아내려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하얀 종이 위의 검은 묵의 조화와 선의 대담성과 섬세함 그리고 붓에서 태어나는 점과 독특한 번짐 효과에 그만 깊은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이를 계기로 연 작가는 홍익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먹과 씨름하며 실기 기초를 닦아 학부 전공인 조소 작업을 접고 석사과정인 한국화 심화과정에 들어서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미술에 큰 소질 보여
어려서부터 자유분방했던 연 작가는 정원 넓은 집에서 꽃과 나무를 끼고 살았다. 그리고 그들을 스케치북이나 연습장에 옮겨 그리기를 좋아했다. 어려서부터 그녀에게 그림그리기는 일상이 돼 버렸던 것이다. 대학 입학 후 조소과에 입문한 연 작가는 그 해 5월 개최된 경기도 전람회에 참가하고자 첫차로 새벽을 열고, 막차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신입생 시절을 작품 제작실에서 땀 흘린 결과 난생 처음 큰 대회에서 입선을 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후 대학에서 인체해부학과 나부 소묘에 심취해 여체 표현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연 작가는 작품 제작활동을 통해 내면의 정신세계를 표면으로 드러내는 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훗날 한국화 채색화 작품제작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한국화 심화과정을 선택한 그녀의 초창기 작품은 주로 수묵화와 수묵담채화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서 볼 수 있는 그녀의 작품 주제는 바로 생(生)이다. “내 작품의 주제는 언제나 생에서 출발한다”고 이야기하는 연 작가는 누드와 자연물, 자연 현상의 모티브를 한 화면에서 구성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의 작업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처음 시작한 작업은 해를 거듭할수록 모티브 선정과 표현기법에 있어 여러 변화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대학원 과정을 포함한 제작활동에 따라 전개되었으며 그 처음이 바로 대학원에서의 한국화 심화과정에 입문하면서이다. 사군자와 정물, 풍경, 인물화, 민화 등을 제작하던 시기로서 내면세계의 표출 방법에 있어 폭넓게 해석 가능한 비구상 표현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 다음 시기로는 의연회(依硯會)라는 한국화를 전공으로 하는 교사들로 구성된 그룹을 만들어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하는 시기에 이른다. 연 작가는 특히 이곳에서는 김선형 교수의 지도가 큰 힘이 되었고 이로 인해 작품 활동에 대한 열정이 더욱 뜨거워졌다고 밝혔다.

다양한 미술계 활동 및 후진양성에도 힘써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조형예술대학 내 교육원에서 李康선생님 밑에서 수묵화 공부를 시작한 연 작가는 누드모델을 대상으로 인체 소묘와 크로키, 풍경 스케치를 먹물과 세필로만 빠르게 그려나가는 섬세한 과정의 반복 학습을 통해 먹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갖게 되었다. 또한 오사카 교육대학의 대학원에서는 ‘회화 표현에 있어 다양한 재료와 표현기법 연구’라는 과제를 위해 각종 아교 및 여러 종류의 안료 사용법과 석채, 프레스코화의 독특한 표현 기법을 공부하면서 연구 테마를 수행해 나갔다. 일본에서의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위해 ‘사이텐(彩’展)이라는 그룹을 결성, 백토 등 회화 재료 이외의 것을 화지 위에 조화롭게 구성 및 표현하는 작품들을 제작 전시한 연 작가는 오방색, 즉 적, 황, 청, 녹, 백의 높은 대비감을 활용하는 표현법을 주로 사용했으며 이를 통한 중첩된 채색법으로 화면에서의 입체감적 효과도 얻게 되었(으며)다. 또한 그 당시 피지 섬에서 구입한 전통 종이 ‘TAPA’紙에 큰 흥미를 느낀 연 작가는 TAPA紙의 거친 질감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위한 배수칠과 채색 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일본에서 귀국 후 여전히 작품 활동과 연구에 매진해오고 있는 연 작가. 최근에는 흰 백합, 고목나무의 뿌리, 잉어, 蓮 등을 작품에 자주 등장시킨다. 蓮에 대한 애정은 蓮으로 가득 차 있는 관곡지라는 연 밭 근처로 이사까지 강행하게 하였으며, 그 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연 작가는 “蓮잎의 싱그러움과 포용력은 희망의 열매로 비춰진다”며, “이것은 내 작업 과정이 生의 아픔과 고통에서 희망의 메시지로 변하는 과정으로 대변된다”고 말했다. 한편 연 작가는 후진양성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현재 의연회와 일본 사이텐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녀는 한국미협회원, 한국미술교육학회 회원, 안산국제아트페어 운영위원, 21C ICAA 서울국제미술제 조직위원,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운영위원 등 미술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침과 동시에 경인교육대학교에서도 강의를 맡아 열강을 펼치고 있는 것. 앞으로 그녀를 거쳐 간 제자들이 그녀를 뒤이어 어떠한 작품 세계를 선보일지 미술계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11월 10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한국 미술의 빛 전에서 개인부스전을 열고, 12월 26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대한민국 선정작가 공모전에 초대되어 전시한다.

작품의 주제를 늘 생(生)에서 출발하기에 그녀의 작품 속에서는 인생을 느낄 수 있고 이에 공감해 큰 감동을 받게 된다. 작품 속에서 따뜻한 어머니의 품을 느끼고 싶은가? 그러면 그녀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 화랑으로 지금 바로 달려가 보자.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