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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외무부, ‘핵합의’ 부분적 이행 중단 선언
美, 전략폭격기와 항모 전단으로 이란 압박
2019년 06월 07일 (금) 00:11:18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지난 5월8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외무부가 2015년 체결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일부 내용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보유 한도를 유지할 의도가 없다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핵개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종서 기자 jslee@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이 핵합의 체결국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핵합의 일부 내용의 이행을 중단하겠다는 최고국가안보위원회의 결정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보유 한도 유지 중단
이란의 최고국가안보위원회는 “이란은 현재로선 강력한 농축 우라늄과 중수의 보유 한도 제한과 관련한 규정을 준수할 생각이 없다”며 “이번 조치(핵합의 일부 이행 중단)는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지 1년이 지나면서 권리를 지키고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핵개발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위원회는 또 핵합의를 유지 중인 5개국에 “60일 이내에 핵합의에서 약속한 금융 및 원유 분야의 수출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우라늄을 더 높은 농도로 농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은 지난 2015년 7월 핵합의를 체결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해 5월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을 제외한 5개국은 이란 핵합의를 유지했지만, 미국이 이란의 금융 및 원유 분야에 대한 제재를 부활시키자 금융 및 원유 업체들이 미국의 제재를 준수하면서 관련국들은 핵합의를 이행하지 못했다. 핵합의에 따르면, 이란은 2030년까지 우라늄의 3.67%까지 저농도로만 우라늄을 시험용으로 농축할 수 있으며 보유량도 300kg까지로 제한되어 있다. 3.67%의 농도는 경수로의 연료로 쓸 수 있는 농도다. 또한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중수로의 감속재 및 냉각제로 쓰이는 중수의 생산도 130톤(t)까지만 생산할 수 있다.

이란이 농축 우라늄과 중수와 관련해 한도를 초과해 보유하거나 생산할 경우 초과분은 러시아와 오만에 반출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를 분기별로 점검해 왔다. 이런 분주한 움직임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독일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이란의 이웃 국가인 이라크를 방문해 이란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의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앞서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징후와 경고에 대한 대응으로 폭격기 부대와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지역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히며 이란이 공격에 나설시 가차 없는 무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은 이란의 움직임을 견제할 목적으로 B-52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 전단 등을 중동 지역에 파견한 상태다. 그러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미국의 군사 배치에 개의치 않으며 이란의 행동(핵합의 일부 중단 선언)은 핵합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자리프 장관은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핵합의에서 자발적으로 동의한 약속과 조치들의 일부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핵합의를 탈퇴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핵합의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핵합의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핵합의에는 이러한 권리(핵합의 이행 중단)가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美, 이란에 산업용 금속에 추가 제재
5월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있어 ‘제2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용 금속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1년 전 미국이 탈퇴한 이란 핵합의에서 ‘부분적 이행중단’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바로 취해진 조치다. 로이터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란의 산업용 금속 수출을 겨냥한 제재를 단행한다”는 내용의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이란의 금속 수출은 경제 전체에서 10%를 차지하며 원유에 이어 중요한 부문이다. 구체적인 제재 대상은 이란에서 생산된 철·철강·알루미늄·구리 등으로, 이란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와 테러리스트 단체, 지역 분쟁, 군 확장 등에 자금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게 목적이다. 백악관은 이어서 “이란산 철강과 금속이 다른 나라의 항구로 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이란이) 근본적으로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은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합의 모색을 위해 이란 지도부와 만나길 기대한다”면서 “이는 이란이 누릴 수 있는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절차”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자국의 제재를 받지 않고 이란산 석유를 구매할 수 있는 어떤 국가에도 더 이상의 한시적 제재 예외를 허용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브라이언 훅 이란 특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글로벌 원유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이란 경제 압력 하에서는 이란의 원유 수출이 제로(0)로 떨어지는 것을 이미 고려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이 미국의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에 원유 수출을 재개했다고 CNBC가 5월9일 미국의 유조선 경로 추적업체들의 분석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탱커트래커스(TankerTrackers)와 클리퍼데이터(ClipperData)에 따르면 이란은 5월 첫째주에 원유 100만 배럴을 시리아의 항구도시 바니야스로 운송했다. 이는 이란이 지난해 10월말 이후 약 7개월만에 다시 시리아에 원유를 공급한 것이다. 이란의 오랜 동맹국인 시리아는 매달 100만~ 30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오다 이란의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시행 직전인 지난해 10월말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됐다. 시리아는 필요한 원유의 75%를 이란으로부터 수입해오다 미국의 제재조치로 인해 연료부족사태를 겪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조치는 지난 5월2일 0시를 기해 그동안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8개국에 대해 이란산 원유 수입을 허용한 180일 한시적 유예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더 강화됐다. 이란은 이러한 미국의 조치를 비웃듯 5월 첫째주에 시리아에 원유를 수출한 것이다. 분석가들은 미국의 제재 강화로 원유 수출이 막히면서 시리아와 이라크로 원유를 밀반출하려는 노력을 더 기울일 것으로 예측해왔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국가 예산의 25%를 원유 수출로 조달하는 예산안을 편성했다.

EU, “이란과의 거래는 지속될 것”
유럽연합(EU)은 5월9일 이란의 핵 합의 일부 중단 선언에 대해 우려를 밝히면서도 이란과의 거래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BBC에 따르면 이날 EU와 영국, 프랑스, 독일 3개국 정부는 공동성명을 내고 이란에 2015년 핵 합의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했다. 이 공동성명은 전날인 5월8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지난 1년 간 이란은 최대의 인내를 발휘했다”며 “유럽이 60일 안에 이란과 협상해 핵 합의에서 약속했던 금융과 원유 수출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우라늄을 더 높은 농도로 농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영국·프랑스·독일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유엔 안보리가 승인한 핵 합의의 완전한 이행과 보존을 약속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어떠한 최후통첩도 거부하고 이란의 핵 합의 이행을 평가하겠다”며 “이란이 핵 합의 준수 여부를 계속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일방적인 탈퇴와 이란에 대한 제재 재부과에 유감을 표한다”며

“우리는 이란과의 합법적인 거래가 지속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V)인 ‘인스텍스(INSTEX)’를 적극적인 운용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EU는 지난 1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우회해 이란과 거래를 하기 위한 금융 법인 ‘인스텍스’를 설립했다. 그러나 미국과 활발한 교류 중인 EU의 다수 기업들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선뜻 인스텍스를 통한 이란과의 거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향해 “우리는 핵 합의 당사자가 아닌 나라가 당사국들의 약속 이행을 저해하는 행동을 자제하길 바란다”며 핵 합의를 탈퇴한 미국의 자중을 촉구했다. 루마니아 시비우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도 각국의 경고가 이어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는 이란의 핵 합의 일부 중단에 대한 분쟁이 확대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외교적인 해법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의 손은 여전히 (이란을 향해) 뻗어있다”고도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란은 핵 협정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며 EU 역시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 합의 서명국들은) 어떤 긴장 강화에도 말려들지 말라”면서 “우리의 집단 안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美,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 나서
이란이 핵 개발 프로그램 재개를 시사한 가운데 미국이 전략폭격기와 항모 전단으로 이란을 압박하고 나섰다. 미 공군은 지난 5월9일 B-52H 스트라토포트리스 폭격기가 전날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미 공군은 카타르에 도착한 항공기가 미국 루이지애나주 소재 바크스데일 공군기지에서 온 제20비행중대에서 파견됐다고 밝혔다. 카타르 외에 서남아 내 공개되지 않은 지역에 다른 폭격기들도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은 4월 중순 미 본토에 있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를 아랍에미리트(UAE) 알다프라 공군기지로 이동 배치한 바 있다. 이어 패트리엇 미사일을 재배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미 해군도 이날 니미츠급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필두로 한 항모 전단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홍해에 진입했다는 성명을 냈다. 항모전단은 중동을 관할하는 중부 사령부에 배치된다. 미국은 이란산 금속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밝히면서 군사적인 압박에도 나섰다. 특히 이란의 봉쇄 위협을 받고 있는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 필요할 경우 항모 전단을 파견하겠다고 경고했다. 미 5함대의 제임스 멀로이 사령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항모전단을 해협 안으로 파견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중동 어디에서든 함대 운용에 제약을 받거나 도전을 받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아라비아해와 페르시아만을 가르는 해역으로, 이란과 이라크,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하는 원유가 수출되는 경로다. 이란은 미국 등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해왔다. 하지만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

한편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는 미군이 감히 이란을 공격하지 못할 것이며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혁명수비대 정치국의 야돌라 자바니 준장은 지난 5월10일 이란 준관영 타스님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지도자들과 협상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미국과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과 관련해 “미국은 감히 이란에 대해 군사적 행동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5월 9일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이란의 지도자들과 협상을 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군사행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그들(이란의 지도자)이 나에게 먼저 전화하는 것을 보고 싶다”라며 “만약에 그들이 전화 한다면 우리는 대화를 하는 데 마음이 열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항공 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호를 중동 지역에 파견한 것은 이란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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