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기아자동차 정의선 사장이 현대자동차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8월 21일 글로벌 경영체제로의 효율적인 전환과 내부조직 혁신을 위해 이같은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정의선 사장이 디자인 경영을 통해 기아차의 내수 점유율 30% 돌파 등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어온 공로를 높이 평가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며“정 부회장은 향후 현대차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판매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진두지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11월 28일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2008 대한민국 디자인대상’에서 정의선 부회장(왼쪽)이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으로부터 대통령표창을 받고 있다.

글로벌 디자인 네트워크 완성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디자인 경영’의 힘에서 비롯된 기아자동차의 내수시장 점유율 30%대 돌파에 있음에 이견이 없다. 제조업의 경우 시장 점유율 30%는 관련 시장의 장악력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점이 되는 것으로 기아차의 점유율 30%대 돌파는 현대차와의 중첩된 이미지를 벗고 기아차만의 정체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9월 내수시장에서 점유율 31.0%를 기록, 2000년 12월 32.9%를 기록한 이래 8년 만에 30%대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기아차는 이를 계기로 올 들어서도 1월부터 4월까지 평균 시장점유율 31%를 달성한 바 있다. 이같은 점유율 30% 돌파의 원동력은 기아차가 3년 전부터 추진해온 디자인 경영의 효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기아차의 품질 마케팅 기술 가격 등 기존 역량만으로는 선진업체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 차별화된 경쟁 우위 요소로 디자인을 선택하게 된다. 정 부회장은 2006년 9월 파리모터쇼에서 “기아차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차량 라인업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감각적 디자인 요소를 보강해 세계무대에서 기아차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하는 등 디자인 경영에 대한 출사표를 던진바 있다. 정 부회장은 디자인 경영의 첫 걸음으로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를 기아차 디자인 총괄담당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하게 된다. 이후 기아차는 2007년 4월 한국 산업디자이너협회가 개최한 디자인 세미나에서 ‘직선의 단순화(The simplicity of the straight line)'라는 기아차 디자인 방향을 제시한다.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운 라인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후 출시된 기아의 신차들이 기아차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요한 지침이 된 것이다. 이와함께 2007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기아차 단독의 유럽디자인센터를 비롯, 2008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국디자인센터로 인해 한국과 유럽 미국 일본 등 아시아 유럽 북미를 잇는 글로벌 디자인 네트워크를 완성한 것이다.

▲ 스피드와 힘이 느껴지는 스포티 세단으로 평가받고 있는 2010년형 포르테.

‘패밀리 룩’ 대박 행진 이어가
정의선 부회장의 이같은 노력 끝에 기아차는 2008년 6월 로체 이노베이션을 시작으로 포르테 쏘울 쏘렌토 R 등 패밀리 룩이 적용된 신차들이 출시 전부터 고객들의 시선을 모으고 판매 첫달부터 대박 행진을 이어가는 대형 신인으로 등장하게 된다. 기아차의 패밀리 룩은 호랑이 코와 입을 모티브로 한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으로 동물의 인상을 현상화 함으로써 제품의 특성을 강조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호랑의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처음으로 구체화 된 기아차만의 디자인 요소”라며“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로고의 조합을 통해 기아차의 패밀리 룩을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아차 패밀리 룩은 2008년 프랑크푸르트에서 공개된 컨셉트카 키(Kee)에 최초로 적용됐으며 올 뉴욕모터쇼에서 선보인 컨셉트카 쿱(Koup)에도 활용하게 된다. 이와함께 프리미엄 준중형 세단 포르테는 젊고 역동적인 기아차 브랜드의 속성이 그대로 반영되고 스피드와 힘이 느껴지는 스포티 세단으로 현존하는 준중형차 다지안의 고정 관념을 깨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신개념 CUV 쏘울은 섬세한 라인에 볼륨감이 느껴지는 차체가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갖추는 등 ‘기아차 디자인 경영의 결정체’로 불리고 있으며 특히 쏘렌토 R은 전면과 측면 후면부 모두 직선의 단순함을 적용, ‘직선의 단순화’라는 디자인 방향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총괄 부사장은 “2세대 쏘렌토는 컨셉트카 큐(Kue)와 KND-4 등에서 보여줬던 즐겁고 열정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 즐겁고 열정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반영한 쏘렌토 R-1.

글로벌 탑 브랜드 도약이 목표
정의선 부회장 등 기아차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추진해 온 디자인 경영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11월 28일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2008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시상식에서 디자인경영 부문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모하비, 로체 이노베이션, 포르테, 쏘울 등 지난해 출시한 신차들의 폭발적인 인기도 기아차 디자인경영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아차는 8년 만에 내수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했으며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벗어나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재도약의 시동을 걸었다. 무한 경쟁체제로 돌입한 세계 자동차시장은 이제 품질, 기술, 마케팅, 가격 등 기존의 역량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벤츠의 프리미엄 전략이나 볼보의 안전성 등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는 그들만의 차별화된 '플러스 알파'를 갖추고 있다. 이에 ‘현대차와 형제차’라는 인식을 넘어 기아차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디자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결정하고 전사적인 디자인경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룹 관계자는 “기아차의 디자인경영은 제품의 디자인에만 치중하는 좁은 의미의 디자인경영이 아니다”며“창의적인 사고를 중심으로 기업문화를 바꾸는 디자인경영, 즉 기업을 디자인하는 경영전략”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했다. 관계자는 또 “품질의 시대를 넘어 디자인의 시대를 맞은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기아차는 디자인경영을 바탕으로 글로벌 탑 브랜드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