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손을 잡고 밀고 당기는 강강수월래와 같은 한국의 전통문화예술에는 세계인들이 놀라워하는 민족적 집단무의식이 내재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관객의 입장에서 이성적으로 ‘보고’ ‘듣는’ 2차원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그것을 감상적으로 ‘보고’, ‘듣고’, ‘함께 하는’ 3차원의 것으로 즐긴다. 규모의 시각에서 보면 외국의 문화예술 또한 자연경관에 비해 우리는 왜소할 수 있지만, 거기에는 우리처럼 ‘함께 하는’ 차원이 빠져 있다.

▲ 황보 영 한울북춤연구원장

21세기는 산업사회를 지나 문화예술의 시대이며,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글로벌 시대다. 여기에 통신기술의 발달로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 국가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 명동이나 제주도 중앙지하상가에 중국 관광객, 요우커(遊客)가 한국의 화장품, 의류, 생필품 등을 싹쓸이해 간다고 한다. 그들에게 우리 상품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상품이 프랑스나 일본 것보다 저렴하지도 않고 특별히 질이 더 좋은 것도 아니다. 상품의 배경에 그들이 즐기는 우리의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의 한류가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의 중심은 대한민국이 될 것
황보 영 한울북춤연구원장은 “우리는 글로벌시대에 한류와 함께 세계의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어느 나라에나 전통 문화가 있지만, 그것은 기원에 대해 ‘언제, 누가, 무엇을 왜?’라고 물으면 대답하기 곤란해 한다. 그러나 우리는 기록이나 구전을 통해 스토리가 명확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60대 부모, 30대 젊은 부부가 함께 사는 가정에서 부모는 전통과 관습을 중시하고, 젊은 부부는 상업주의에 익숙해 있어 육아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부모는 아이를 엄마의 젖과 접촉으로 키우라 하고, 젊은 부부는 분유와 전자장비로 아이를 키우려 한다. 단동십훈(檀童十訓)을 모범으로 삼는 전통육아는 보통 출생 후 약 2년 동안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주요 내용은 힘 기르기, 감각 및 동작 익히기인데, 그저 경험적으로 섬마섬마, 도리도리, 잼잼, 곤지곤지, 짝짜꿍 등으로 아이의 운동 기능과 뇌신경, 근육의 발달을 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을 자세히 보면 표현방법이나 형태에 깊은 역사적 뿌리와 집단무의식이 들어 있다. 대우주의 근본과 인간을 존중하는 우리 민족의 얼이 담겨 있는 것이다.

오랜 전통으로 내려온 단동십훈(檀童十訓)에는 경험적인 놀이를 통해 은연중에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자 하는 선조들의 깊은 의미가 있다. 황보 원장은 “이러한 모든 장르가 생활 속에서 발전하고 수천 년을 거쳐 숙성된 것이 바로 민속문화다”며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찾아내고 배워야 한다. 세계의 저명한 미래학자나 연구소에서 21세기의 중심이 서구에서 아시아로 옮겨오고 그 핵이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위대한 우리 민족적 집단무의식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부상들의 난전놀이를 북춤 마당극으로 재현
황보 영 원장은 지난 11월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대구에서 ‘민초들의 삶, 해학과 풍자의 난전놀이’를 재구성하여 농경사회의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연희자와 관객이 함께 어울리는 마당놀이 공연을 하였다. 이번 공연은 1980년대 신문 연재소설이었던 김주영 작가의 <객주>에서 모티브를 잡아 ‘보부상 이야기’를 마당극과 북춤으로 꾸려냈다.

2년간의 자료준비와 노력을 통해 보부상들의 난전놀이를 북춤 마당극으로 재현하고자 황보 원장은 직접 ‘보부상이야기’의 기획 및 총감독을 맡았다. 보부상 이야기는 팔도를 유랑하는 보부상(소금장수)을 주인공으로 전국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와 회자하는 남녀상열지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형식으로 펼쳐졌다. 특히 보부상들의 직업적인 특성상 1년에 기껏 한 차례 집에 들르다 보니 한날한시에 태어나게 된 등장인물 정비슬, 우비슬, 허비슬의 탄생 배경과 주모, 각설이 등장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황보 원장은 “보부상은 시장의 지킴이 역할을 했고, 시장은 유행의 풍조와 오락의 장을 여는 난장으로 축제의 장 이었다”며 “시장은 민중의 요구에 따라 시간과 공간의 가장 민감한 현장이었고 저잣거리는 민속의 귀중한 창고이며 역사가 생동하는 고향이었다. 기우제와 별신굿 형태도 여기에서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이 우는 고개/ 내 고개를 언제 가노/ 주인 주인 문여소/ 보부상 행렬 들어갑니다’라는 가사에는 삶의 고단함과 애환이 깊게 서려 있다”며 “이를 듣다 보면 누구라도 우리 민족 공유의 원형에 들어 있는 신명에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35년째 전통문화의 부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황보 영 원장은 지난 2012년 10월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문화를 애석하게 여겨 ‘제1회 가자 아라리라’를 기획, 6차례 공연한 바 있다. 이번 ‘보부상 이야기’는 ‘가자 아라리라’의 2탄인 셈이다. 황보 영 원장은 “앞으로도 ‘보부상 이야기’는 청송군의 객주문학관과 연계하여 정기공연을 기획하고 있다”며 “우리의 민족적 집단무의식 속에 살아 숨 쉬는 신바람과 힘을 전통 문화의 한류로 만들어낼 작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