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온 탈냉전화라는 거대한 흐름은 유독 한반도를 비켜가고 있고, 남·북간의 갈등과 이질화의 양상은 더욱 독특하고 심각해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에 남·북한의 서로 다른 교육이념과 환경은 현재의 대립과 반목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 심옥주 부산대연구교수,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

북한은 당 중앙위원회가 모든 교육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총괄적으로 지도·감독하고 있어 교육일선에 즉시 반영되는 일사불란한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교육의 목표가 ‘주체사상’을 바탕을 한 이데올로기 교육 통해 ‘공산주의적 혁명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교육은 주체사상의 창시자인 김일성과 김정일 그 후계자 김정은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이들 3김의 품성과 행적 및 사상과 업적이 중요한 교육내용이 된다. 또한 이를 통해 공산주의에 대한 애착심과 당에 대한 충성심 및 집단의식의 강화 효과를 노린다.  

  북한은 “민족=국가=당=김일성”이라는 등식관계를 학교 교육을 통하여 반복 주입함으로써 사고의 틀을 고착화시켜가고 있는데, 특히 조기 유아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어린이들을 부모의 사적 영향권으로부터 탈피해 집단 양육함으로써 김일성의 사상에 충실한 인간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김일성 교과는 북한 교육에 있어 타과목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중요시 되고 있다.  

  구체적인 김일성 소학교(초등학교) 교과 내용을 보면, 김일성의 영특성과 비범한 예지에 대한 찬양이 13시간, 탄생과 혁명가정의 신화가 17시간, 고매한 공산주의 도덕의 품성이 23시간, 혁명·증오사상의 고취와 불굴의 의지가 18시간으로 총 71시간의 철저한 김일성 우상화 수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외의 일반과목에도 본래의 교육취지와 목표보다는 정치사상의 주입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국어의 경우, 소학교 1～4학년 교과서의 총 161개 단원 가운데 64개 단원(40%)이, 중학교 1～3학년 교과서의 총 75개 단원 가운데 32개 단원(43%)이 김일성 부자를 주인공으로 한 것이며, 각 학년 국어교과서의 제1과에는 김일성을 찬양하는 시가, 또 마지막에는 대부분 ‘김일성과 어린이’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음악교과서의 경우도 노래가사 가운데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내용이 소학교는 57%, 중학교는 48%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각 학년 제1과에는 김일성 찬양노래, 제2과에는 김정일 찬양노래를 수록하고 있다. 수학 등의 자연계열 교과서에도 연습문제가 어린 시절 ‘김일성?김정일의 이야기 책자를 몇 번이나 읽었느냐’는 식의 ‘김일성?정일의 우상화 일색이다. 

  김일성·김정일 우상화를 제외한 북한의 교육내용은 남한 어린이의 거짓 비참상을 부각시키고 미?일에 대한 투쟁심을 고취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남조선에서 학교에 못 가는 아동의 숫자, 이 중에서 구두닦이는 몇 명이고 빌어먹는 아이는 몇 명인가”와 같은 유형의 수학문제와 대남 증오심을 고취하는 노랫말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음악교과서가 그 예이다.   또한 대학 입학시험에서도 정치사상교양 점수는 당락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과목이며, 대학 4년간 교과목 중 군사훈련, 조선노동당 투쟁의 역사, 세계 노동 운동사, 마르크스 레닌 철학 등 정치사상교육이 전체 수업의 절반 가까이 해당된다. 

  반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개인주의를 존중하는 풍토 속에서 북한과 같은 전체주의적 사상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정체성과 관련된 남·북한 사상교육의 불균형은 우리의 국가안보 유지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초,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6·25남침을 비롯한 북한의 적화 야욕과 ‘고려민주연방 공화국 창립방안’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국가안보의 중요성과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번영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공고히 교육한다면, 그 어떤 반공교육보다 더욱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정부의 강력한 안보교육의 의지가 있을 때만이 그 실효성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