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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상에서 촉발된 노란조끼 운동
폭넓은 지지 얻으며 프랑스 밖으로 확산
2019년 01월 08일 (화) 22:34:59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자유와 평등, 박애의 나라 프랑스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17일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는 28만 명의 시위대가 몰렸고, 일주일 후인 11월24일에도 전국에서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마크롱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종서 기자 jslee@

12월1일 토요일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는 노란조끼 운동이 다시 한 번 파리에서 폭발했다. 이날 파리 중심가에서 다시 벌어진 대규모 시위로 412명이 체포되고, 경찰 20명을 포함한 100명이 부상당했다. 시위대는 상젤리제 거리, 튈레리에 정원, 개선문 등을 점거하고 경찰과 맞섰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강경하게 진압했다. 일부 시위대는 차량을 불태우며 경찰의 진압에 저항했고, 일부 시위대는 애플, 디오르, 샤넬 등 고급 상품의 유리창을 깨뜨렸다.

마크롱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 커져
노란조끼 운동은 프랑스에서 폭넓은 지지를 누리고 있고, 프랑스 밖으로 확산되고 있다. 11월 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약 300명의 노란조끼 시위대가 등장했고, 경찰은 이 가운데 60명을 체포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우리도 이미 여기 와 있다”는 배너가 내걸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신문은 “반란이 아직은 싹트는 중이지만, 이미 씨앗은 뿌려져 있다”고 논평했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일어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또한 인도양의 프랑스령 리유니온에서 노란조끼 운동은 폭발적이다. 차량 방화, 경찰과 충돌 등으로 11월 27일 통금조치가 내려졌고, 11월 21일 의회가 3년 동안 유가동결을 선언했지만, 리유니온의 노란조끼 시위대는 유가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생계비, 일자리, 불평등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노란조끼 운동은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로 지난 11월17일 처음 촉발됐다. 시위 참가자들이 공사장 등지에서 입는 야광조끼를 착용하면서 노란조끼 운동이란 이름이 붙었다. 첫 시위엔 전국 각지에서 약 30만명이 참가했다. 특정 정치 세력이나 단체가 주도하지 않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풀뿌리’ 저항운동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참가자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고소득자와 기업에게만 세금을 줄여주고, 저소득층에게는 유류세를 올려 부담을 키웠다며 비난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을 ‘부자 대통령’이라고 비판하며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AFP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경유 가격은 리터당 1.51유로(약 1941원)로 지난 1년 동안 23% 상승했다. 2000년대 초 이후 가장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이번 시위는 마크롱 정부가 유류세 인상을 시도하며 불거졌다. 유류세 인상이 도화선은 됐지만 기저에는 시장 친화적인 마크롱 정부에 대한 서민층의 강한 불만이 도사리고 있다. 법인세는 인하하고, 각종 생활물가의 기반이 되는 유류세, 전기세 등은 인상하려 하기 때문이다. 노동규제 완화에 대한 불만도 크다. 실제로 지난해 11월27일 여론조사(Opinion Way, 1013명)에서 78퍼센트가 마크롱의 대응이 불충분하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66퍼센트가 노란조끼 투쟁을 지지한다고 답했고, 32퍼센트가 반대했다. LCI 텔레비전, RTL 라디오, 르 피가로 신문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80퍼센트가 유가인상에 반대했으며, 마크롱의 지지율은 20퍼센트 중반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시위 초기 마크롱 대통령은 무력을 행사한 시위대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해 11월25일 트위터를 통해 “자발적으로 공권력을 공격하고 시민들과 기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그들(시위대)이 수치스럽다”면서 “이 나라에 폭력이 설 곳은 없다. 우리의 모든 법 집행 기관의 용기와 전문성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이 먼저 최루가스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참가자들은 ‘시빌 워(civil war)’라고 묘사했다.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마크롱 정부도 유류세 인상을 6개월 유예하며 시위대에 한 발 양보했지만 노란조끼 측은 집회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마크롱 정부의 정책 노선 자체를 비판
프랑스 ‘노란조끼’ 운동이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를 부정하는 반(反)마크롱 시위로 진화하고 있다. 시발점은 정부가 유류세를 올린 것이었다. 프랑스인들에게 유류세 인상이 어떤 의미였던 것일까?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2월3일(현지시간) ‘서민’ 또는 ‘중산층’ 대부분이 차량으로 출퇴근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프랑스 전역의 통근자들 중 80%는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또 차량 이용자들 중 3분의 1은 직장까지의 거리가 30km 이상이다. 한국에 견주면 서울 시내에서 경기도 용인(수지) 정도 거리다. 그런데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경유는 1리터당 7.6유로센트, 휘발유는 3.9유로센트 각각 유류세를 올렸다. 올해도 각각 6.5유로센트와 2.9유로센트씩 인상할 계획이었다. 이는 부유세 폐지 등 고소득자들을 위한 세금을 줄여준 것과 대비됐다. 부자들은 돈이 많기 때문에 유류세 인상을 체감하지 못하는데다, 집값이 비싸도 대도시에 거주할 수 있다. 반면 중산층 대부분은 도시 외곽이나 위성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시위 첫 날부터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이라며 마크롱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한 시위 참가자는 “마크롱 대통령은 좌파 경제 공약을 내걸어 당선됐는데,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유류세 인상은 참을 수 있는 마지노선(the last straw)이었다”고 비난했다. 유류세 인상은 서민들에게 마치 정부가 “당신(국민)들을 위해 쓰는 돈은 아껴야 한다. 하지만 당신들은 연료비를 더 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을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한편 시위 불씨를 당긴 것은 유류세 인상이었지만, 이제는 부의 재분배, 최저임금 인상, 임금 및 연금 개혁 등 마크롱 정부의 정책 노선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시위대는 부자와 기업들만을 위한 정책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폭력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이 올해 1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상을 6개월 늦추겠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시위는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시위대는 “이미 늦었다”는 입장이다. 때린 다음 미안하다고 하는 것과 처음부터 때리지 않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다. 노란조끼 시위대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벤자멩 코시는 “프랑스 국민들은 참새가 아니다. 빵 부스러기가 아닌 온전한 바게트를 원하고 있다”면서 정부 대응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마크롱 대통령, 노란조끼 운동에 ‘백기’
프랑스의 노란조끼 운동은 마크롱 대통령의 ‘백기’에도 정부 정책을 향한 비판 여론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은 채 ‘마크롱 퇴진’ 목소리가 커지는 형국이다. 이 같은 중요성을 감안, 프랑스 정부는 이번 시위가 전면적인 반(反)정부 운동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2월8일에는 전국에서 노란조끼운동과 관련된 대규모 4차 집회가 열렸다. 지난 12월8일 이른 아침부터 프랑스 전역에서 ‘노란조끼 시위대’의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프랑스 AFP통신은 이날 아침 시위대 중 약 30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전했다. 프랑스 경찰은 오전 8시40분까지 구금된 사람들의 숫자만 278명이라고 밝혔다. 시위대는 이른 새벽부터 형광색 노란 조끼를 입고 샹젤리제 거리에 모여들었다. 프랑스 서부 도르도뉴에서 친구 3명과 함께 왔다고 밝힌 시위대원 에르베 브누아는 AFP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려고 파리까지 찾아왔다”면서 “정부는 국민들의 구매력을 높이고 부유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경찰 당국도 파리 샹젤리제 거리 등 대도시 중심가에서 폭력사태가 또다시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에 나섰다. 특히 시위가 가장 격렬한 양상을 띠어 온 수도 파리에는 샹젤리제 거리와 바스티유 광장 등 주요 지점에 경찰 8천여명과 함께 장갑차 십여 대를 투입하기도 했다. 파리 시위 현장의 경찰 장갑차 투입은 2005년 파리 인근 낙후지역의 폭동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에 지난 12월10일에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 운동 한 달여 만에 공식입장을 밝히고 시위대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키로 했다. 하지만 가장 논란이 되는 부유세(자산에 대한 사회적 연대 세금·ISF) 복구를 거부한 데다가 국민 반응도 엇갈리고 있어 시위 종결을 예상하기는 아직 어렵다. 프랑스 AFP통신과 르몽드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생중계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가) 지난 1년 반 동안 (국민 요구에 대해) 빠르고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노란 조끼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구체적인 조치를 내놨다. 먼저 2019년부터 월 최저임금을 100유로(약 12만8000원) 인상한다. 현재 프랑스 최저임금은 세전 1498유로(약 192만9600원)로 인상폭은 약 7%다. 다만 인상분에 대해서는 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모든 부담을 떠안는다. 또 시간 외 수당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 시절 도입된 안이다. 사회보장세 확대안도 철회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월 수령 연금액이 2000유로(257만6200원) 미만인 대상자에 대해서도 증세할 계획이었으나 서민 증세라는 반발에 부딪쳤다. 올리비에 뒤솝트 프랑스 공공재정담당 국무장관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80억~100억유로(10조2700억~12조8400억원)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다만 논란이 되는 부유세는 그대로 강행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후 부동산, 주식, 보험, 사치품 등 자산 전반에 적용되던 부유세를 부동산 한정으로 축소하면서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이라는 빈축을 샀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금 여기서 뒤로 물러나면 프랑스는 약해질 것”이라며 “대신 탈세나 탈루 등 조세회피에 강경하게 대처하고 공공지출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우파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면 좌파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극우 성향인 마린 르펜 민족전선(FN)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이 세금 (정책) 관련 오류를 좋은 방향으로 바로잡았다”고 평가했다. 급진좌파 프랑스공산당(PCF)의 파비앙 루셀 사무총장은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마크롱)은 흔들리고 있지만 부자들은 여전히 그의 비호 아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분은 결국 우리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강경 노조인 노동자총연맹(CGT)은 “(대통령은) 아직도 시위에서 표출된 분노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월 최저임금을 1800유로(231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연대노총(Solidaires)은 “이번 조치는 마크롱 정부의 전환점이 되기에는 불충분하다”며 “부의 재분배에 대한 질문은 완전히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프랑스 전국자율노동연맹(UNSA) 측은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드디어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긍정적인 평을 내놨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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