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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서는 ‘새로운 삶의 지혜’ 얻을 수 있는 ‘문화의 보물 창고’”
2019년 01월 06일 (일) 11:02:55 황인상 전문기자 his@newsmaker.or.kr

고문서의 중요성은 그 사료적 가치에 있다. 사료의 중심이 되는 것은 문헌사료이다. 문헌사료에는 편찬·편집류, 저술류, 기록류, 장부류, 등록류, 고문서류 등 다양하다. 그런데 거의 모든 문헌자료는 그 것을 만든 사람들의 이해관계, 주관과 편견, 착오와 오기(誤記)등으로 인하여 왜곡되고 취사선택된 것이 있다.

황인상 기자 his@

고문서는 당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고받은 내용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료로서 가장 신빙성이 높은 자료이다. 물론 고문서라고 모두 사료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중에는 다른 문헌자료에서 찾을 수 없는 귀중한 사료가 있다. 또 고문서에 의하여 문헌사료의 왜곡과 오류를 바로 잡을 수도 있고, 역사연구에 생동감과 설득력을 높일 수도 있다.

지역 고문서의 유출 막고자 고문서 수집
▲ 민종기 원장
민종기 한중고문화가치연구원장의 행보가 화제다. 국내 고미술 콜렉터들의 롤 모델로 손꼽히는 민종기 원장은 우암 송시열, 암행어사 이건창, 충정공 민영환, 순국지사 송병선 등 역사적 인물들의 친필 유묵 등을 접한 후 본격적으로 고문서 수집에 뛰어들었다.

민종기 한중고문화가치연구원장은 “‘한집안 일괄 문서’들이 상인들의 손에서 유랑하는 모습을 보고, 이대로 보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싶어 몇 차례 해당집안을 찾아 구입을 하도록 권유를 하였는데 그때마다  막상 구입할 돈이 없다하여 포기하고 결국 타 지역으로 팔려가는 안타까운 상황을 겪었다”면서 “특히 호남지역에서 생산된 소중한 고문서들이 타 지역으로 무더기로 빠져 나가는 현실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부득이 직접 수집에 나서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더욱 빠져 들게 되어 힘이 닿는 대로 지역문서를 약 15년 동안 집중적으로 수집하여 왔다”고 말한다.

 특히 민 원장은 “옛 고문서 속에는 조상들의 애환과 다양한 정보들이 들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새로운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의 보물 창고’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당시 사정상 공개할 수 없던 대학자의 고뇌가 담긴 스토리가 간찰이라는 사신을 통해 전해오는가 하면 지방 관료들의 적폐에 대해 그 현장에서 ‘先 시정조치, 後 임금보고’ 방식으로  신속히 해결하는 암행어사의 활동 상황을 엿볼 수 있고, 못된 범죄자를 마을 단위로 엄히 다스리는 모습이나 각 시대별로 서민들의 억울한 사정과 한을 풀어가는 다양한 행정 처리의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민종기 원장이 수집한 약 400여년 전 우암 송시열 선생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몹쓸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는 시집간 딸의 손을 잡고 있을 때 임금의 부름을 받고서, 고통에 울부짖는 외동딸의 손을 잡고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그 손을 뿌리치고 임금의 부름에 따라야 하는지를 고뇌하는 심정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민 원장은 “비록 400-500년 전 컴퓨터나 인터넷이 없었다 해도 삶의 모습은 오늘날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으며, 오히려 옛 문서를 통해 ‘정신수양’ ‘의리중시’ ‘자기수양’의 노력이 더 활발했음을 볼 수 있다”면서 “문집과 서책을 비롯하여 소지, 원정, 간찰, 명문의 형식을 통하여 수많은 기록들이 전해 오고 당대의 생생한 정치 경제 사회상을 파악할 수 있고 ‘새로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학호남진흥원에 고문헌 5200여 점 기탁
최근 민종기 원장은 (재)한국학호남진흥원에 그간 자신이 모아온 고문헌 5천여 건을 기탁했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은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호남의 역사유산과 기록문화를 집성 연구 전시 교육을 통해 호남권 인문한국학의 진흥과 차세대 전문 인력을 배양하기 위해 상생 협력, 공동 출연하는 학술기관이다.

이번에 민종기 원장이 한국학호남진흥원의 발전을 위해 기탁한 자료는 42개 집안에 걸쳐 5200점으로서 화순에서 활동한 대학자 조병만, 양회갑, 정의림의 일괄문서를 비롯하여 한 집안에서 전해지는 임란의병장 안방준家, 흥성장씨家, 배씨家, 밀양박씨家 동복나씨家, 제주양씨家, 창녕조씨家 등 ‘화순지역의 고문서’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기타  광주 나주 장성 담양 곡성 해남 영암 강진 영광 함평 순천 무안 완도 고흥지역 등 ‘광주전남 지역 고문서’ 전주 옥구 임실 남원 고창 등 ‘전북도 고문서류’를 총망라하고 있다.

이에 호남에서 생산된 다양한 고문서를 정리, 연구함에 있어 큰 기여를 하고 특히 한집안문서 중에서도 중간에 끊긴 부분을 채워주고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대 교수인 김대현 호남지방문헌연구소장은 “지역 문화 연구의 가장 일차적인 핵심자료인 고문서를 열과 성을 다하여 수집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어려운 일이다. 특히 지역의 고문서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이때에 어렵게 수집된 고문서가 연구 기관에 기증되었다는 것은 지역 문화 연구의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학호남진흥원에 민씨家 간찰 등 고문서류 800점을 추가로 기탁할 계획이라는 민종기 원장은 “호남의 고문서는 우리가 보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사재를 털어 입수를 하다 보니 상당한 고문서류는 모을 수 있었지만 이제 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 고문서들 또한 나올 만큼 다 나와서 ‘호남에서 호남고문서’를 찾기가 어렵고 오히려 서울, 영남지역이나 충청지역에서 호남문서들을 일부 찾아볼 수 있는 실정이다”면서 “이제라도 호남지역의 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타 지역처럼 예산을 할애하여 ‘유물구입공고’를 통해 향토자료, 지역고문서를 수집·확보하고 이렇게 수집된 자료들이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지역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고 지역자산화를 해나감으로써 진정한 ‘온고지신의 보람’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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