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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타날 생태변화의 특이점
2018년 10월 07일 (일) 02:19:29 밝은 성 연구소 원장 이은주 webmaster@newsmaker.or.kr

▲ 이은주 한의사
‘역사상 유례없는’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가장 흔히 듣는 수사 중 하나가 됐다. 사회현상, 경제현상에서 뿐 아니라 자연기상에 대해서도 아주 흔히 사용된다. 올 여름에는 ‘사상 유례없는 폭염’이란 말이 자주 쓰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람의 체온보다 높은 섭씨 40도의 기온이 여러 곳에서, 그것도 열흘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났다. 말 그대로 기록이 시작된 이래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염이었다.
‘사상 유례없는’ 변화가 자주 나타난다는 것은 생태의 역사가 단순한 반복을 넘어 어떤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더위와 추위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반복되기만 한다면, 우리는 지구 생태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순환할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 없던 추위나 더위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앞으로 기상이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변화해나갈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2018년 여름 지구촌에 몰아닥친 폭염은 인류에게 이 같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북극지역에서는 관측 이래 한 번도 녹은 적이 없어 ‘최후의 빙하’라 불리는 곳까지 절반이 녹아내렸다 한다.
경험해본 적이 없는 무더위의 등장은, 역으로 경험해본 적이 없는 추위도 나타날 수 있다는 상상을 가능케 한다. 최근 수 년동안 ‘사상 유례없는’ 무더위가 나타날 때마다 기상학자들 사이에서는 ‘사상 유례없는 추위’도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것도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역사상 유례없는’이라고 할 때의 ‘역사’ 경험의 범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역사상 유례없다’는 말은 대개 ‘관측이 시작된 이래’ ‘기록이 시작된 이래’와 같이 한정된 범위를 지닌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서 온도계를 이용해 섭씨 기온이 몇 도인지를 측정해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말 들어서였고(세계적으로 아무리 멀리 잡아도 그것은 알코올온도계가 최초로 발명된 1641년을 넘지는 못한다), 공중에 비행체를 띄워 계절에 따른 북극 빙하 크기의 변화를 기록한 것은 1970년 부터였다. 기온 변화에 있어서 ‘역사상 유례없는’이라는 말은 겨우 ‘지난 100여년 사이에’, 혹은 ‘지난 5백여 년 사이에’라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전에도 이만한 더위는 없었던 것일까. 오래된 역사서들에 등장하는 더위나 추위에 대한 표현들을 보면서 어느 정도 추정해볼 수는 있으나 그 온도가 지금 측정되는 영상 몇 도보다 높은 온도였는지 낮은 온도였는지 절대비교는 할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초유의 폭염 기후가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연간 최고 기온이 지난 1백여 년에 걸쳐 일관성 있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 새로운 기온의 기록은 더욱 의미가 있다. 기온은 어디까지 더 올라갈 것이며 인류는 어느 온도까지 무사히 버티고 살 수 있을 것인가가 아주 현실적인 연구과제가 된다. 올해만도 더위와 관련한 온열질환으로 쓰러진 사람이 2천명을 넘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났다. 의학 통계상으로도 결코 사소히 여길 현상이 아니다.
그런데, 과연 인류는 이런 이상기온이 나타날 거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한 과학자들의 경고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21세기 들어서는 온난화로 인한 인류문명의 붕괴(또는 급변)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지식인사회에 일종의 상식처럼 퍼져있다. 과학 상상영화나 소설에서도 인류의 위기는 아주 흔한 배경소재에 속한다. 지금 같은 기상이변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 많은 원인에 의해 서서히 비등점을 향해 꾸준히 가열되어 왔다. 여기에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행위도 주요한 원인의 하나로 가세해 왔음이 분명하다. 이 꾸준한 변화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물 끓듯 일어날 변화는 어떤 것일까(우리는 이미 그 징조, 경고를 무수히 대하고 있다). 

어쩌면 인류시대의 종말로 이어질 지도 모르는 기상변화의 촉발에 있어 ‘인간의 행위에는 별 책임이 없다’는 식의 태도는 대단히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일이다. 미국과 같은 큰 나라가, 더구나 19세기부터 벌써 200년 넘게 인류문명을 선도해온 지도적 위치의 ‘경제군사대국’이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외면하고 협약 가입을 거부해왔다는 걸 우리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가장 예민한 동물인 인류가 생존하기에 적합할 만큼 우주에서도 보기 드물게 쾌적한 환경을 지녔던 지구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그 쾌적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변하고 있다. 우리는 무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최소한 더 이상의 발전을 멈추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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