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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은산분리 완화 방침 밝혀
IT 기업 금융 시장 참여로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 되나
2018년 09월 08일 (토) 13:08:54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은산분리 완화 방침을 밝혔다. 국회 특례법 제정안도 촉구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현행 지분 보유 규제 완화 논쟁 종지부를 직접 찍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황태희 기자 hth@

지난 8월7일 문 대통령은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현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은산분리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계류돼 있는 법안 통과와 지분 보유 한도를 샌드박스 형태로 풀겠다는 뜻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도입 위한 법 제정 추진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도입을 위한 법안은 총 5건이다. 은행법 개정을 통한 강석진·김용태(이상 자유한국당) 의원안 2건과 인터넷전문은행을 별도로 규정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 3건이다. 이들 법안에는 산업 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최대 34~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여당, 금융소비자, 금융·ICT업계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은산분리 완화 우려 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관련 법안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 당국 수장들도 특례법 제정을 통한 도입에 의견을 함께했다. 제도 개선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 자본 지분 보유 한도 등을 일부 완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혁신 기술과 자본을 갖춘 IT 기업 금융 시장 참여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새로운 금융 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가속되고 국민 금융 편익 확대는 물론 인터넷전문은행, 나아가 IT·R&D·핀테크 등 연관 산업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규제 혁파를 공식화한 만큼 ▲은산분리 완화를 비롯한 소유 구조 문제 ▲업무 범위 ▲자본금·사업계획 ▲대주주와의 거래 제한 등이 대거 풀릴 가능성이 짙어졌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동일인에 대해 의결권이 있는 은행 주식 보유 한도를 34~50%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제·개정안이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재벌 기업 사금고화 우려가 변수다. 이에 문 대통령이 제시한 대안은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된다면 사금고 우려 논란은 불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경직된 사고와 그림자 규제 등으로 개혁의 장애물이 돼 온 감독 당국 행태에 대해 스스로 뼈를 깎는 반성을 하고 일하는 방식도 바꿔 나갈 계획”이라면서 “인터넷전문은행과 함께 핀테크, 빅데이터 산업이 긴밀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문 대통령 금융 혁신에 힘을 보탰다. 정부 규제 완화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출현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증권, 보험 영역으로 인터넷 전문 금융사 출범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야 원내대표도 특례법 처리에 합의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지난 8월8일 국회 논의에도 가속이 붙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이날 회동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처리하는데 합의했다. 다만 세부조항 합의까지 몇 가지 쟁점이 남아있어 상임위 차원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 여야 지도부는 법 처리에 대한 큰 틀의 합의만 이룬 상황이다. 구체적인 은행 지분 소유비율이나 대기업 견제장치 규정에 대한 소관 상임위 정무위원회의 합의가 필요하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규제를 말한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의 4%를 초과해 보유하는 것을 제한한다. 다만 의결권을 포기할 경우 1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해 국민들의 예금을 마음껏 끌어다 쓰는 ‘사(私)금고화’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은행 지분보유율 수준=현재 여야가 합의를 이룬 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소유할 수 있는 지분율을 늘리자는 내용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다룬 법안 5개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기존의 은행법을 고치는 개정안 2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특례법 제정안이 3개다. 여기서 정무위가 합의해야 할 핵심 규정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 수준이다. 현행 4% 제한에서 34% 또는 50%로 상향하자는 의견이 뒤섞여 있다.

정무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여야의 의견이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1/3을 보유케 해 은행의 존속 여부 문제 등에서 최소한의 방어를 할 수 있게 하도록 하는 ‘34%안’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물론 야당 일부에선 50%까지 늘리는 안을 요청하고 있어 정무위 위원들이 법안소위 테이블에 앉기까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막을 방식도 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대주주를 대상으로 한 대출을 막는 것이다. 현행법에선 대주주에 대해 자기자본의 25%까지 신용공여를 가능토록 했다. 이를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현재 논의되는 방안들이다. 현재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아예 금지하는 안 또는 10% 수준으로 낮추는 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있다. 대주주가 발행하는 증권을 취득하는 것도 금지하는 것 역시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재벌로 분류되는 ‘개인 총수가 있는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인터넷전문은행 소유 문제도 협의가 필요하다. 최근엔 개인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소유를 현행법처럼 제한하자는 형태의 논의가 주로 진행 됐다. 하지만 대표적 IT기업인 네이버나 카카오뱅크를 소유한 카카오가 머잖아 이 집단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지적에 청와대 관계자는 “충분히 논의할 공간이 열릴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정무위 관계자도 “현재 이 부분이 새로운 논의사항으로 떠올라 (해결)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나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규제 완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지난 8월7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천만계좌의 예금, 재벌 금고로 들어가나: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열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발표자로 나선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과거 동양그룹 사태를 언급하며 “동양그룹 사태는 금산복합 출자구조의 문제점과 은산분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로 행위 규제와 감독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은산분리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수탁자인 고객의 이해와 총수일가 이해의 충돌, 은행의 재벌 사금고화 문제점 외에도 산업자본의 레버리지를 이용한 은행산업에 지배력 전이, 은행업을 이용한 제품 시장에서 불공정한 경쟁, 은행과 제품 시장에서 다면 담합 가능성 증대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아울러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케이뱅크에 대해서도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 아니라 케이뱅크가 가계신용대출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존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회의 때문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표자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케이뱅크 사례에 주목하며 정부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케이뱅크의 부실 가능성 은폐, 우리은행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대주주 적격성 충족 문제,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 실패 은폐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혜와 정책 실패를 가리기 위한 은산분리 완화 시도는 즉각 중지돼야 한다며 “케이뱅크 인허가 및 은행법 시행령 삭제에 연루된 관련자는 엄중 문책하고 케이뱅크는 예금자 및 직원들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케이뱅크가 출범하자마자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은 애초의 심사과정이 졸속이었다는 것”이라며 “케이뱅크의 유상증자 실패는 은산분리 규제와 무관하고, 현재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주장이 자신의 부실한 행정을 덮기 위함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토론자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은산분리 완화가 규제 완화 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하지만 은산분리 문제는 규제 완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정보통신기술 기업도 은행의 자금 수요자이어서 ‘사금고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에 한해 비금융주력자의 주식 보유 제한에 예외를 두게 되면 향후 일반은행에 대해서도 은산분리 원칙이 무너지게 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추혜선 의원은 “은산분리 규제는 건전성 유지라는 금융감독 고유의 목포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감독원칙으로,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금융산업의 발전을 도모해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왜 대통령까지 나서서 경제원칙을 훼손하고자 하려는지 알 수 없다”며 “추상적인 이야기만 던져 놓고 원칙을 버리겠다는 정부가 촛불 이후에 이뤄진 정권인가 절망에 가까운 생각이 든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강한 의지 표명
4대 시중은행인 신한은행이 ‘제3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힘을 실으면서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신한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8월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LG유플러스 등 ICT기업과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권 인가 신청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이날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진출 방안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위 행장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적극 검토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미래·글로벌 경쟁력 확보과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4대 은행 중 KEB하나은행을 제외한 KB국민은행(10%), 우리은행(13.79%)이 각각 카카오뱅크에 지분 투자를 통해 참여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진출을 사실상 접었다. 신한은행은 인터넷은행 진출을 위해 꾸준히 IT기업인 네이버에 직·간접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LG유플러스와도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협력을 공고히 하며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작업에 돌입했다. 위 행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을 글로벌 사업으로 확대 시킨다는 구상이다. 국내 인터넷은행업 면허를 획득해 관련 시스템 구축하고, 모바일에 특화된 노하우를 가지고 중장기적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최대한 강력한 파트너사를 끌어들인단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문 대통령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분위기를 타고 ICT기업 및 사모펀드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업 모델이 바로 금융이 ‘내수용’이라는 오명을 벗고 해외로 나아갈 수 있는 해법”이라며 “국내서 시스템을 잘 만들고 레퍼런스를 쌓아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대한 지분투자를 확대할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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