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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갈등으로 촉발된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
자칫 환율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 있어
2018년 09월 08일 (토) 12:59:18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8월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당초 계획했던 10%에서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공식 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미국의 관세 인상은 중국과의 무역분쟁 타결을 위한 협상을 모색하는 가운데세도 협상의 지렛대를 강화해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것이다. 중국은 무역전쟁의 여파로 국내 경기 확장세가 둔화하자 하반기 재정 확대 방침을 정하는 등 방어벽 높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관세 인상 통한 무역 압박 카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관세 인상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이는 중국이 행동을 바꾸게 할 적절한 수단을 갖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 관세는 약하다면서 25%로 인상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에 따라 당초 8월30일까지였던 공청회 등 공론화 마감 시일도 9월5일까지로 연기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미국 경제가 탄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 경제는 둔화 신호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보다는 무역에 더 많이 의존할 것이란 판단 하에 이처럼 관세 인상을 통한 무역 압박 카드가 힘을 발휘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다만 WSJ는 이러한 확신이 있어도 여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면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류허 부총리는 추가 논의를 위한 계획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중국과의) 대화 창구는 여전히 열려 있다”면서 “생산적인 논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대화들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인상 계획에 대한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백악관과 관세를 논의했던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두 달 동안 6% 정도 떨어진 위안화 가치를 반영한 조치일 수 있다고 밝혔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중국의 상품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는 미국과 세계 경제에 상당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경제연구소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관세 인상 조치로) 당신이 얻게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워 금리 인상을 부추길 것이고 달러 강세까지 초래되면 교역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외교관계위원회 외환 전문가 브래드 셋서는 미국의 관세 인상은 중국이 위안화 추가 약세를 용인하게 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무역 전쟁이 환율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 다각도에서 중국 견제에 속도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미 의회는 중국의 환태평양합동훈련(RIMPAC·림팩) 참가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미국이 경제·군사 등 다각도에서 중국 견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한 방어전략의 차원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원은 8월1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7,160억달러(약 805조원) 규모의 국방예산을 책정한 ‘2019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가결했다.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입법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기까지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절차만 남게 됐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중 제재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법안에는 중국의 군사·경제력 확장을 제한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다. 미 의회는 법안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의 군사기지화를 중단할 때까지 림팩 참가를 금지하도록 했다. 림팩은 미 해군 주도로 2년마다 실시되는 세계 최대의 다국적 해상합동훈련이다. 중국은 지난 2014년과 2016년 림팩에 참가했지만 올해는 미 국방부가 초청을 취소했다. 또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인도와의 군사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전략 수립을 요구했다. 중국의 자본 침투를 견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해 중국의 미국 내 거래(투자)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하도록 했다. 미국 정부와 기업이 화웨이·ZTE 등 중국 통신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 및 제한해 핵심기술의 중국 수출을 막도록 했으며 미국 대학 내 중국연구소에 대한 국방부 자금 지원도 통제하도록 했다. 이날 주미 중국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미중 간의 신뢰를 갉아먹는 법안”이라며 “냉전적 사고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즉각 반발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미중 갈등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백악관은 대중국 압력 강화를 위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종전의 10%에서 25%로 관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WSJ는 “미국 내에서는 중국이 민감한 기술을 흡수하고 군사적 라이벌로 떠오르면서 미국이 비용을 치르게 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미 의회에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초당파적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미국 상무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44개 중국 기업과 연구소에 대한 핵심부품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수출통제 대상으로 추가된 기관에는 중국 최대의 미사일 시스템 개발 기업인 중국항천과공집단(CASIC) 산하 연구소, 통신 시스템 제조업체인 HBFEC, 반도체와 레이더 기술을 개발하는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 산하 연구소 등이 포함됐다.

중국도 미국에 추가 보복 관세 카드 꺼내
미국과 통상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이 고심 끝에 추가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들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8월3일 저녁 대변인 명의의 대미 관세부과 담화를 통해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와 관세세칙위원회는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최근 관련 관세율을 25%로 올리겠다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산 제품 5207개 품목에 대해 25%, 20%, 10%, 5% 등 4가지 관세율을 차등 적용해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관세 부과 시행 시점에 대해서는 향후 미국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상무부는 “중국이 관세율을 달리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해 내린 이성적인 판단”이라며 “인민의 복지와 기업 현황, 글로벌 산업 사슬 등 요인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상무부는 “상호 존중과 평등의 원칙에 바탕을 둔 협상이야말로 무역 갈등 해소의 통로”라며 “일방적인 위협이나 협박은 갈등을 증폭시키고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가의 자존심과 인민의 이익을 지키고 자유무역과 다자 체제, 세계 각국의 이익을 수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실질적인 보복 조치 대신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 비난에 열을 올렸던 중국이 돌연 관세 부과 카드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미국의 강공 태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 물밑 협상도 벌이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의 ‘통 큰’ 양보를 요구하면서 중국을 거세고 몰아세우고 있다. 중국이 ‘강경 대응’으로 입장을 선회하게 된 것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매기는 것도 모자라 25%까지 늘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 계기가 됐다. 나아가 최근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불량 백신 사태까지 터지면서 민심이 들끓자 중국 지도부는 대내외 위기를 강하게 돌파하려는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국 측이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 중국이 이번에 발표한 조치가 단행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합법적인 권익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중국은 개혁개방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전 세계와 함께 다자 무역 체계를 확고히 지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대상에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올겨울 에너지 수급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에너지 산업에 직접 타격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7일 중국 관찰자망에 따르면 지난 8월3일 중국 상무부가 6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5%, 10%, 20%, 25% 등 네 가지 차등 관세율을 적용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25% 관세율을 매길 품목에 LNG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산업 육성 계획에 칼날을 들이밀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에너지 공급 확대를 추진해왔으며 이를 위해 미국 내 석유와 LNG 생산을 늘리는 데 박차를 가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LNG를 보복관세 품목으로 선정하면서 미국의 에너지 공급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중국은 최근 미국산 LNG 수입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 데이터 조사기관인 케이플러에 따르면 2016년 2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중국의 미국산 LNG 수입은 미국 생산량의 14%에 달했으나 지난 6월에는 수송 선박 한 척만 중국에 도착했고 7월에는 한 척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전쟁,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아
지난 8월7일, 트럼프 행정부는 8월2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160억 달러(17조96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279개 품목을 발표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대응조치”라며 이같이 밝혔다. USTR은 “7월6일 중국산 제품 340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부과한 것에 이은 추가조치”라며 “무역법 301조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관국경보호국(CBP)이 8월23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적인 관세를 징수하게 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원유와 철강, 자동차, 의료장비 등 160억 달러(한화 약 17조9천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8월8일 밝혔다. 상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이 8월23일부터 중국산 제품 160억 달러 규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 같은 맞대응 방침을 전했다. 상무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는 국내법을 국제법 위에 놓는 매우 비이성적인 행위”라며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고, 다자무역 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와 같은 대응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제조업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1일 로이터·불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발표한 중국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8로 시장 예상치인 50.9를 밑돌면서 지난해 11월(50.8) 이후 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이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특히 신규 수출 주문을 나타내는 하위지수는 48.4로 4개월 연속 기준선인 50을 밑돌면서 2016년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날 중국 정부가 발표한 7월 공식 제조업 PMI도 51.2로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미국은 지난 7월 초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160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 대한 관세도 발효 시점이 임박했다. 여기에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 중국 제품에 적용할 관세율을 애초 계획했던 10%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온 상태다. 아이리스 팡 홍콩 ING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수출을 위한 재고를 줄이고 있고 생산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며 “(타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며 10%든 20%든 2000억 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가 실현되면 더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닛케이 제조업 PMI도 52.3으로 작년 8월 이후 가장 낮았다. 닛케이 한국 제조업 PMI는 48.3으로 2016년 11월 이후, 닛케이 대만 제조업 PMI는 53.1로 작년 5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으며 닛케이 인도 PMI도 52.3으로 전월보다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전체산업 업황BSI는 75로 한 달 전인 6월보다 5포인트 하락하면서 작년 2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 업황 BSI(74)는 전월대비 6포인트 하락해 2015년 6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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