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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
2018년 09월 08일 (토) 11:09:58 이은주 밝은 성 연구소 원장 webmaster@newsmaker.or.kr

▲ 이은주 한의사
사람들이 기계문명을 발달시킨 것은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만 한다. 삶의 조건(운명)처럼 부과된 노동의 양을 줄이고 생산을 좀 더 효과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기계의 사용이 필요했고, 사람의 힘을 덜어줄 기계를 발달시키면서 과연 생산은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덕분에 세계 인구는 급격히 늘어날 수 있었다. 증기기관 등 동력을 가진 기계들이 등장한 17세기 이후 세계 인구는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1800년 경 처음으로 10억을 돌파했고, 그로부터 2백여 년이 흐른 지금은 무려 75억에 이르고 있다. 이미 최적의 수치는 넘었다. 앞으로 20~30년 뒤면 100억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 숫자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인구의 한계치로 예상되는 숫자다.
인구문제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좀 더 편안히, 좀 더 배부르게 살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기계들과 각종 자동화 장치들에 힘입어 더 빠르게 번성해왔고, 그 번성한 인구가 다 같이 먹고 살기 위해 보다 더 강하고 더 빠르고 더 영리한 기계들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매머드급 기계와 건물을 만들고 컴퓨터를 만들었으며, 이제는 사람의 능력으로 다루기 어려운 이 거대 장치들을 스스로 설계하고 조종하는 인공지능까지 개발해냈다.
애당초 기계 하나를 만들 때의 목적을 돌이켜 보면, 정말 이러한 개발은 그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달성되었는가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 보다 편하고 풍요롭게 살고자 하는 목적은 필경 보다 행복해지는 데 있었을 것이다. 처음의 예상대로라면 이제쯤 사람들은 예전보다 일을 덜 하면서도 더 잘 먹고 살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
좀 더 안락하고 풍요로워졌다는 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기계가 돌아가는 농장과 공장에서는 이제 소수의 사람들만 일하면 된다. 몇십, 몇백명씩 붙어 일하던 시절보다 생산량과 매출은 오히려 더 높다. 기계가 일을 대신하는 동안 사람들은 이제 ‘행복한 일’을 찾아 나선다. 단지 춤추고 노래하고 재담을 하는 직업이 인기직업이 되고, 세계 구석구석 여행을 안내하는 관광사업이 어느 나라에서나 성업이다. 영화와 미디어산업도 대단히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최고의 고수익 업종은 컴퓨터게임 산업이다.
그러면 이제 인류는 그동안 발전시킨 기계문명 덕분에 한층 행복한 시대로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결과는 좀 엉뚱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상당히 많은 국가에서 할 일이 없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과 공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괜한 불안감만은 아니다. 이 풍요의 그늘 아래 실제로 수입될만한 일을 찾지 못해 굶주림과 빚에 쫓기다 굶어죽는 사람들도 나온다. 일을 좀 편하게 하자고 만든 기계와 로봇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길거리로 밀려나온다. 불안과 박탈감, 그리고 현실적인 빈곤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마약에 빠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가 급격히 진행된 한국에서 이 문제는 더욱 두드러지지만, 비단 한국사회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강한 나라라는 미국에서는 해마다 총에 맞아 죽는 사람의 수가 전쟁 중인 나라만큼이나 많다. 서부개척시대 같은 결투가 벌어져서도 아니고, 60-70년대식 마피아 전투가 벌어져서도 아니다. 젊은이들, 어린아이들이 총을 들고 나가 이웃과 친구들에게 그냥 쏘아댄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문제점으로 흔히 ‘인간 소외’ 현상을 거론한다. 단지 직업이 사라지고 쓸 돈이 없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믿고 마음을 열어놓을 상대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사람들은 너무 예민해졌다. 자기 방어기제가 지나치게 과잉되어 공격적으로 변해간다. 물불 안 가리고 공격부터 하고 본다. 아무래도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라 그러는 것 같다. 젊은이들은 그 나이에 해야 할 연애조차도 제대로 할 줄을 몰라 마치 사춘기에 그러하듯 남자 여자로 편을 갈라 싸우고, 동성애나 비혼선언으로 도피처를 찾는다. 남을 돌볼 자신이 없어 결혼도 출산도 기피한다. ‘나 하나 살기에도 버거워요.’라는 항변이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되었다. 진즉부터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별로 없게 되었으니, 대다수 직장에서는 근무시간을 이렇게 줄인다 해도 사실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다. 남는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마침 잘 되었다. 독신자들은 밖에 나가 연애도 하고, 아빠 엄마들은 아기들과 좀 더 어울리고, 친구도 만나고 좋은 책도 찾아 읽으면서 각기 나름의 ‘인간회복 프로그램’을 실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대화, 동행, 놀이, 마주보며 차 마시기, 그거면 된다. 미친 듯이 일과 돈만 보고 달려온 일상의 트랙으로부터 벗어나 사람을 돌아보는 기회를 만든다면, 우리가 본래 추구하려던 행복에의 길을 이제라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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