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79개, 은메달 71개, 동메달 84개를 따내면서 종합 2위 수성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기초 종목’인 육상·수영·기계체조 성적은 초라했다. 단 한 번도 애국가가 울리지 못했다. 특히 육상은 36년 만에 ‘노 골드’에 그쳤다.

▲ 이창준 제주대학교 체육학부 교수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의 성적은 발전이 더딘 한국육상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결과다.허술한 인프라도 안타깝지만, 초등학교와 같은 풀뿌리 체육에서 여전히 기초종목인 육상을 외면하는 상황이다. 1980∼1990년대만 해도 육상부가 없는 학교를 찾는 게 어려웠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제주대 여자육상부 13년 연속 종합우승 차지
육상·수영·체조에 ‘기초’가 붙는 이유는 다른 많은 스포츠의 기본이 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굳이 다른 종목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생활하는 데 기본적인 동작을 바탕으로 하는 운동이다. 기초 종목의 부진과 무관심은 학교 체육 교육의 정상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나아지는 움직임도 보이지만 여전히 학년이 높아질수록 입시 위주 교육에 밀려 체육 과목이 밀려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창준 제주대학교 체육학부 교수의 행보가 화제다.

이창준 교수는 선수, 지도자, 교수로서 50년 육상인생의 외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이창준 교수는 고교 및 대학시절 육상선수로 활동하면서도 동시에 ROTC 후보생을 거쳐 1974년 2월에 임관하여 경희대학교 학군단 교관을 역임하였고, 1977년 9월 단과대학 시절인 제주대학에 발령받아 40년간 교수로서 열정적인 교육과 꾸준한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 외 95편과 ‘육상경기의 맥’이란 저서도 남겼다. 그는 “육상종목은 비인기 종목이어서 신경 쓰는 이도 없다”며 “특히 제주대학교는 국립대학이라서 그런지 학교 내 구성원들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간 이창준 교수는 육상이 기본종목이면서 모든 종목의 기초종목이기도 한 육상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창준 교수가 이끌고 있는 제주대학교 체육학부는 전문 스포츠인재를 육성하고 있는 인재양성의 요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체계적인 이론·실습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올바른 체육교육을 가르치고 있으며, 체육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체육교사 또는 생활체육지도자와 같은 전문체육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 9월에 제68회 전국대학대항육상경기대회에서 제주대학교 여자육상부가 2002년부터 2014년 대회까지 13년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 제주대학교 여자육상부는 2002년부터 2014년 대회까지 13년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는 대한민국 대학 육상사에 한 페이지로 기록될 만한 것으로, 특히 한국체육대학, 충남대학을 앞지르는 크나큰 성과다. 좌우명이 無汗不勝(땀 없이는 승리하지 못한다)인 이창준 교수는  “50여년의 육상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점은 진정한 땀 없이는 절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며 “우리 학생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그 빛을 언젠가는 발휘할 때가 분명히 올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국 체육학계 발전에 중추적 역할 수행
한국대학육상경기연맹 수석부회장, 한국체육학회 부회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학교수 회장, 대한민국 ROTC 제주특별자치도 지구회 회장,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을 역임한 이창준 교수는 대한민국 육상사의 산 증인이다. 경희대학교 학위수여식(수석상), 제52회 대한체육상(최우수연구상), 제1회 대학을 빛낸 교수상(제주대학교), 자랑스런 교총인상(한국교원총연합회), 제5회 대한민국 신지식 경영대상(교육인부문)을 수상한 바 있는 이 교수는 앞으로 2년 후면 정년을 맞이한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學如不及’이란 논어 구절이 생각난다. 배워도 배워도 부족한 것 같다”며 “배움에는 끝이 없다. 교수생활을 하면서도 학생을 지도할 때면 마음이 설레고 항상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한국대학육상경기연맹에서 상임이사,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육상인재를 발굴·양성하는 등 체육학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온 이 교수는 육상선수학생들을 위해 선수지원·포상금을 지원하는 등 학생들의 사기증진에도 큰 도움을 주며 격려를 해주고 있다. 그는 “인생은 마라톤과 같아서 포기하거나 자리에 주저앉고 싶을 경우가 많을 것이다”며 “중요한 것은 1등을 하지 못해도 최선을 다하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더욱 더 값진 레이스다”라고 강조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