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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매미들의 ‘꼴림’에 대하여 ?
2018년 08월 04일 (토) 02:06:22 이은주 밝은 성 연구소 원장 webmaster@newsmaker.or.kr


▲ 이은주 한의사
하지도 지나 하늘에서는 낮의 길이가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땅의 무더위는 이제야 절정이다. 오늘 아침엔 온 세상이 다 일찍 잠에서 깨어난 듯하다.
숙면을 취하기에 너무 무더운 기온이 무엇보다 문제지만, 열대야의 열기를 조금이라도 식혀보려고 창문을 열고 잠이 드니 이른 아침부터 떠드는 새들과 매미 울음소리, 그리고 창밖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 같은 소음을 피할 길이 없다. 하필 이런 날씨는 기압이 낮으면서 습도가 높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주변 소음이 잘 들리게 되는 탓이다. 집집마다 사는 모습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매미와 새들은 가뜩이나 더운 아침에 이리도 극성스레 울어대는 것인가.
‘개구리 울음이 와글와글 여름밤을 끌고 간다/ 한 번 하고 싶어 저리 야단들인데/ 푸른 기운 쌓이는 들녘에 점점 붉은 등물 켜진다 …’ (함순례 詩 ‘꼴림에 대하여’ 중에서)
 

말인즉 맞는 말이다. 매미가 왜 울고 새가 왜 울겠는가. 한가롭게 한낮을 즐기는 울음소리와 다급하게 부르짖는 울음소리는 차이가 있다. 소리를 경쟁하듯 이른 아침을 달구는 벌레소리는 생존의 의무를 다하려는 안타깝고 절박한 목적성이 가득 느껴진다. 뭇 생명체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공통의 존재 이유는 생존과 번식이다. 개구리도 매미도 새들도 짧은 목숨 다하기 전 적당한 짝을 찾아 종족 번식의 의무를 마치려고 밤새 울어대는 것이다. 수명의 끝이 가까울수록 소리는 더욱 극성스럽다.
‘꼴리다’라는 말은 뒤틀리며 흥분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말에서 단 두 가지 용례를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배알(밸)이 꼴린다’라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성욕이(성기가) 꼴린다’라는 말이다. 배알, 즉 장이 뒤틀리는 것은 시기심이나 억울함 아니꼬움이 원인이 되고 성기가 꼴리는 것은 욕망이 넘쳐서 육체적으로 참기 어려운 상태가 원인이 된다. 두 가지 감정적 반응상태 사이에 원인적으로는 뚜렷한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현상적으로는 감정이 절실하여 참기 어렵고 괴롭다는 공통점이 존재하고 있다. 어떻든, 한여름 매미와 개구리들의 절실한 울음은 이들이 종족보전의 의무를 다하기에 적당한, 왕성한 욕망과 의욕을 가지고 있다는 반영일 것이다.
매미의 경우 소리를 내는 것은 주로 수컷인데 그 울음에 세 가지 다른 목적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날씨의 변화에 반응하는 것으로 한가로운 여름날 마치 음악을 즐기듯이 여유롭게 들리는 울음소리가 여기에 해당한다. 서로의 소리를 들으면서 돌림노래 부르듯 집합음을 즐기기도 한다. 둘째는 교미를 목적으로 암컷을 유인하기 위한 소리다. 멀리 좀 더 강한 소리로 자신의 경쟁력을 나타내야 하므로 강하고 길다. 특히 도시의 매미소리가 날카롭고 높은 음을 내는 경향이 있는데, 아마도 도시의 소음과도 (소음에 묻히지 않고 멀리 나아가게 하기 위하여)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 번째 종류의 울음소리는 사람에게 잡히거나 천적으로부터의 위협을 느낄 때 내는 경계신호의 울음이다.

지구 기후의 변화, 공해, 미세먼지 등으로 사람뿐 아니라 자연생태계도 큰 위협을 받고 있다. 문명세계의 인간들은 생식에 대한 욕구가 줄어들어 혼인과 출산을 기피할 정도가 됐다. 인간만이 그런 게 아니라 국제기구의 조사에 의하면 지구상의 생물 중 척추동물의 약 20%, 양서류의 41%는 명확하게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고 한다. 매미나 개구리는 아직 흔한 동물에 속하지만, 여전히 여름을 잊지 않고 이처럼 왕성하게 울어댄다는 것이 생각해보면 고마운 일이다. 저 먼 옛날부터 전해오는 생태의 연속성이 아직은 건재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징표일 수 있으니 말이다. 시인의 표현처럼 ‘화르르 꼴리는’ 벌레들의 욕망으로 여름밤은 아직 풍요를 유지하고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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