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이란 국가의 존립과 안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큰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정신적·물질적 예우와 보상을 부여해 그들이 영예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국가보훈은 이러한 단순한 표면적 기능 외에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고귀한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나감으로서 국가 구성원 전체의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또한 그것을 구심점으로 한 ‘공동체 의식’의 확대와 ‘국민적 대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 유영옥 교수(국가보훈연구원장, 국가보훈학)

최근 들어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국가 간의 경제적, 문화적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 추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분명 국가는 애국심과 충성심을 근간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국가보훈’은 공동체의 단결과 국민화합을 유도할 수 있는 국가경쟁력 향상의 한 방법으로 중요한 위치를 자리하고 있다. 이는 인류가 이상적인 ‘세계평화’를 아무리 외치고 있다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인간이 지니고 있는 속성 상 전쟁의 가능성을 도외시 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20세기 초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36년간이나 식민지로 전락했던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또 이어 세계적 냉전의 각축장이 되어 결국 같은 한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어야만 했던 비극적인 과거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까지도 남북분단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천안함, 연평도 등의 사건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아직까지도 우리는 이러한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우리의 상황이 대변해 주고 있듯이 안보의식과 애국심 고취는 우리나라의 최우선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안보의식 수준과 국가정체성에 대한 현실은 매우 우려되는 수준이다. 특히 앞으로의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의 보훈의식과 안보의식이 날로 희박해져가고 있음이 여러 연구와 지표로 증명되고 있어 이에 대한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선 우리나라의 보훈제도를 선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이 ‘국가보훈처’의 소속의 문제이다. 대한민국 보훈제도는 1961년 7월 5일 ‘군사원호청 설치법’을 공포하여 8월 5일 ‘군사원호청’이 창설됨으로서 시작되었다. 1962년 4월 16일 군사원호청은 ‘원호처’로 승격되어 조직이 개편되었다. 1985년 ‘원호처’에서 ‘국가보훈처’로 개칭되었고, 그동안 시행되어 오던 7개의 원호법령을 통합해 법률 제 374호 ‘국가유공자예우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현재까지 시행해오고 있다. 현재 ‘국가보훈처’는 정부조직개편으로인해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그 위상이 다소 저하되었으며 국무총리 산하에 소속되어 있다. 이러한 소속 상의 제한으로 인해 국가보훈처의 보훈관련 정책운영에 있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즉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보훈관련정책을 관장해야 하는 기관인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무에 대한 결정권을 직접 행사할 수 없는 모순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보훈처의 기능을 강화하고 관련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보훈처를 다른 여타의 감사원, 국정원과 같이 대통령 직속기관인 ‘원’으로 두어 독립적 활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만일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부’라도 되어 국무회의에 참석해 보훈관련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21세기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국가보훈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며, 대한민국의 국민통합과 국가정체성 확립의 근간으로서의 국가보훈을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탈냉전화라는 거대한 흐름은 유독 한반도를 비켜가고 있고, 남·북간의 갈등과 이질화의 양상은 더욱 복잡하고 심각해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에 남·북한의 서로 다른 교육이념과 환경은 대립과 반목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북한은 당 중앙위원회가 모든 교육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총괄적으로 지도·감독하고 있어 교육일선에 즉시 반영되는 일사불란한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주체사상’을 바탕을 한 혁명 이데올로기 교육 통해 ‘공산주의적 혁명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을 한다. 그러므로 북한의 교육은 주체사상의 창시자인 김일성과 그 후계자 김정일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이들 김일성 부자의 품성과 행적 및 사상과 업적이 중요한 교육내용이 된다. 또한 이를 통해 공산주의에 대한 애착심,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 집단주의적 정신을 고취시키는 한편 계급투쟁과 혁명역량을 강화시키는 정치사상교육이 가장 중요시 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민학교 3학년 더하기와 덜기 과목을 보면 “미제 승냥이놈들이 짓밟고 있는 한 도시에 학교 못가는 어린이가 2천 3백 50명이 됩니다. 그 가운데 9명은 구두닦이를 하고 나머지는 빌어먹고 있습니다. 이 때 빌어먹는 어린이는 모두 몇 명입니까?”와 같은 내용이 있다. 또한 대학 입학시험에서도 정치사상교양 점수는 당락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과목이며, 대학에 입학해서도 4년간 교과목 총 5,400~6,000시간 중 1,200시간이 군사훈련, 280시간이 조선노동당 투쟁, 140시간이 세계 노동 운동사, 200시간이 마르크스 레닌 철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고등중학교 고등반의 ‘붉은 청년 근위대’와 대학의 ‘교도대(敎導隊)’를 조직해 학생 군사 훈련을 제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이 유아교육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사상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가를 알 수 있다. 

반면 남한의 교육은 자유민주주의와 개인주의를 존중하는 풍토 속에서 정치와 사상 교육은 극히 제한된 일부분에 국한되어 왔다. 더욱이 6.25를 북침으로까지 주장하는 전교조를 비롯한 친북세력이 제약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 좌파세력은 1987년 11월 29일 발생해 대규모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던 ‘대한항공 858편 폭파사건’을 비롯해 비교적 최근인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사건’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있어왔던 북한의 파렴치한 불법무력도발에 대해 끊임없이 ‘남한과 미국의 음모설’을 제기하면서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흐려놓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국민들의 안보의식의 저하로 인한 국가안보의 위협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들 중 과반수는 ‘6·25전쟁’이 언제 발생했는지, 누가 무슨 목적으로 전쟁을 일으켰는지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분단 이후 오늘날까지 ‘공산주의 혁명을 이룰 새로운 세대 양성’이라는 교육목표 아래 사상교육을 지속적으로 이어오는 북한의 교육과 비교해 볼 때 너무나 차이가 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잘못된 대북인식과 왜곡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어떤 대상이나 사실에 대한 인식이 한 번 그 틀이 정해지고 나면 설사 그것이 명백한 오류로 판명이 나더라도 전면수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6·25 전쟁은 1945년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최대의 사건이며, 아직 종결되지 않은 현재상황이다. 다행히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 중 많은 분들이 아직까지 생존해 북한의 남침 사실과 당시의 비참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25 전쟁이 북침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지속되는데, 만일 시간이 더 흘러 직접 자신의 경험을 증언할 세대가 사라지고 난 후에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더 시간이 가기 전에 6·25를 ‘3·1절’, ‘8·15 광복절’과 같은 위상의 ‘6·25 호국절’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단 하루 만이라도 6.25전쟁에서 피 흘린 ‘참전국가유공자’들을 가슴속깊이 생각하고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번영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핏 값을 주고 산 것임을 잊지 않게 해야 한다. 
  따라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학생들의 잘못된 대북인식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명예로운 보훈과 안보의식과의 연계성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