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칠공예는 나전칠기 가운데 으뜸이다. 재료도 귀할뿐더러 제작과정도 오랜 시간과 공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옻칠은 비싸지만 습기가 차지 않고 열을 보존하는 성질이 있어 사람들의 건강에 좋고 수명이 긴 장점이 있다.

▲ 이익종 와부공방 대표

예로부터 옻칠은 왕실이나 사대부들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특히 옻칠은 수천 년 동안 보존이 가능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돋보이게 해, 귀한 물건을 채색하는 데 이용됐다. 하지만 옻칠은 생활물품에 사용되는데 국한됐다. 옻칠을 회화의 재료로 하는 작품이 등장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근래 들어 일부 공예가와 화가들이 옻칠 고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면서 옻칠 공예의 가치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46년째 옻칠 소반을 만들어온 인물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와부공방의 이익종 대표의 행보가 화제다. 와부공방은 나전과 옻칠의 조화로운 만남이 이루어낸 산물로 옻칠 명인인 이익종 대표와 나전칠 장인인 황삼용 대표가 의기투합해 만든 공방이다. 이익종 대표는 15세부터 지금까지 46년의 긴 세월 동안 옻칠 소반을 만들어온 인물로, 1970년 고이창재 칠공방에 입문해 옻칠 소반, 과기, 구절상자를 가지고 해외 전시에 꾸준히 출품해왔다.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프랑스 파리, 보르도, 스트라스부르그, 디종 등 국제박람회 초대작을 제작했으며, 2002년 벨기에 한국대사관 전시실 초대작 제작, 2003년 이태리 밀라노 국제박람회 한국관 초대작 제작을 제작한 바 있다.

특히 은은한 빛깔과 매끈한 마무리를 보고 있노라면 새삼 이익종 대표의 실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대표는 “옻칠의 매력은 단연 색깔이다”며 “‘옻칠이 핀다’고 하는데 쓰면 쓸수록 색이 달라진다. 옻칠은 때가 덜 타고 비누칠을 안해도 잘 닦인다. 옻칠한 나무는 물에 담가놔도 물을 잘 안 먹는다”고 설명했다. 이익종 대표가 옻칠과정에 들이는 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옻칠을 시작한 지도 올해로 46년째이지만 이 대표의 작업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옻칠을 하면 칠이 나무에 착색이 되어야 한다. 예전에는 착색 물감이 없었다”며 “요즘에는 물감이 잘 나와서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칠이 기계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옻칠을 하는 붓은 인모(人毛)를 사용한다. 붓도 일본산을 사용하지만 국내산 붓도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있다. 칠을 한 다음에는 수분기가 있는 곳에서 18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하며 건조를 시킨다. 옻칠은 한 번 하는 게 아니라 5~6번 정도 바른다. 이익종 대표는 “옻칠할 때는 옷도 다 벗고 칠한다”며 “칠하면서 옷에 있는 미세한 먼지들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제1회 한국예술문화명인’으로 지정
현재 이익종 대표는 남양주시의 지원으로 옻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옻칠을 배우러 온 수강생들에게 자신의 기술을 자세히 알려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그에게 옻칠기술을 전수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4월에는, 이익종 대표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이 선정한 ‘제1회 한국예술문화명인’으로 지정,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간의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명장이나 명인으로 지정되더라도 금전적인 혜택은 별로 없다.

문화재 등록이 되어야 금전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익종 대표는 “문화재 지정하는 수가 워낙 소수다 보니 나머지 사람들은 힘들다”면서 “그렇다고 금전적인 도움만 원하는 것은 아니다. 시 단위, 동 단위로 전시장을 마련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자리가 많았으면 한다. 작품을 선보일 장소가 너무 없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옻칠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문화재가 되고 싶다는 이 대표는 “국가적인 옻칠 연구단체가 생겨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옻칠이 얼마나 좋은지 인정받고 싶다. 그렇게 되면 옻칠이 발전될 것이고, 옻칠하는 사람들도 더 잘 될 것”이라는 소망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