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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
청와대와 정치권 압박 카드로 ‘재판’ 활용 정황
2018년 07월 05일 (목) 11:13:11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5월25일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재판을 청와대와 정치권을 설득 내지 압박할 카드로 활용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장정미 기자 haiyap@

조사단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숙원사업이자 입법과제였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협상 전략을 모색하는 문건이 임종헌 전 차장 등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컴퓨터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청와대 협조 얻기 위해 ‘사법거래’ 시도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설득방안’과 ‘BH 대응 전략’ 등 문건에는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박근혜 정부가 관심을 갖는 판결을 조사하고 판결 방향까지 직접 연구한 정황이 담겼다.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추진 전략’ 문건에는 상고법원 입법이 좌절될 경우 사법부가 더 이상 청와대와 원만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상고법원 관련 박근혜 청와대의 협조를 얻기 위해 ‘사법거래’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2015년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 문건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국정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과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박지원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의 정치자금법 일부 유죄 판결 등을 청와대에 대한 접근 소재로 활용 가능하다고 기재돼 있었다.

실제로 법원행정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 판결을 분석한 보고서를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의 연구관에게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보고서가 상고심에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지만 행정처의 시각이 재판부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게 조사단의 지적이다. 판사사찰 역시 문제다.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이었던 판사들의 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에 대한 동향을 파악한 문건을 작성했다.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판사 개인에 대한 사찰도 있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 내부통신망에 상고법원 도입 비판글을 올린 차성안 당시 전주지법 군사지원 판사의 성격과 재판 준비 태도, 가정사, 이메일 등을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단은 법원행정처가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인 판사들의 징계를 추진하려 한 정황도 파악했다. 조사단은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법관에 대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윤리감사관실 심의관에게 직무감독권 행사를 검토하게 하고 기조실 심의관에게 재차 징계여부를 검토하게 했다”며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 그들에 대해 조직적, 체계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며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단은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원인으로 사법부의 관료화와 무리한 상고법원 추진 등을 꼽았다. 법관의 인사권을 가진 법원행정처 상층부에 의해 개별 법관의 독립이 크게 도전받게 됐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상고법원 입법화 추진 과정에서 원칙을 위배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재판 독립이 침해됐다고 분석했다. 임종헌 전 차장이 4년 7개월 동안 법원행정처에서만 근무한 점을 들어 행정처 고위간부가 장기간 근무하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사단은 사법 관료화 방지책과 사법행정 담당자가 지켜야 할 기준이 마련돼야 하며 재판의 독립이 침해된 경우에는 시정할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의혹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직권남용죄 여부는 논란이 있고, 그 밖의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며 “행위자별로 징계권자나 인사권자에게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문건의 추가공개 없다” 입장 밝혀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5월3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 거래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담화문에서 “특별조사단이 발표한 참혹한 조사 결과로 심한 충격과 실망감을 느꼈을 국민 여러분께 사법부를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이번 조사는 지난 사법부의 과오와 치부를 숨김없이 스스로 밝혀냄으로써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조사 결과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와 꾸짖음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별조사단의 보고서가 재판 거래로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린 것과 반대로 재판의 진행이나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모양새다. 김 대법원장은 앞으로 사법부에서는 이런 시도가 절대 없을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를 비롯한 사법행정 담당자가 사법행정권이라는 이름 아래 재판의 진행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봉쇄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대법원이 형사조치를 하는 것은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및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형사상 조치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형사고발을 주장하는 일부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해결책으로는 법원행정처를 독립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법원행정처를 청사 외부로 이전하고 법원행정처에 상근하는 법관들을 사법행정 전문인력으로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또 법관의 서열화를 조장하는 승진 인사를 과감히 폐지하는 등 사법부 관료화를 방지할 대책을 시행하겠다고도 말했다. 자문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의사결정 기구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사법부는 태풍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한 현직 법관은 “관련 의혹이 명확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법원장이 재판 영향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결국 사법부 적폐 청산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부의 ‘재판 거래’ 의혹 문건이 일부만 공개된 가운데 대법원은 문건의 추가공개는 없다고 밝혔다. 나머지 문건은 사법행정권 남용과 거리가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법원 안팎으로 추가공개 요구가 거센 상황이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6월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출근길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서는 모두 공개했다”며 “나머지는 사법행정권 남용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가공개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6월5일 전달에 발표한 조사보고서 관련 원본 파일 410개 중 98건의 원문을 공개했다. 안 처장은 “문건은 우리 사법부가 정상적인 결재라인을 거쳐 만들어 보존해야 할 문건이 아니고 내부적 검토 문건이나 그냥 생각을 정리한 문건”이라며 “그럼에도 우리는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기 위해서 부끄럽지만 모든 것을 발가벗었다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문건을 다 공개하라는 건 우리 법원이라면 부끄럽더라도 다 공개할 필요가 있지만 관련된 제3자 옷까지 벗길 수는 없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앞서 공개된 문건에는 ‘BH(청와대) 민주적 정당성 부여 방안’ ‘세월호 사건 관련 적정 관할 법원 및 재판부 배당 방안’ 등 청와대, 세월호 등과 관련한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특정 언론기관’에 대한 문건 등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아 추가공개 요구가 빗발쳤다. 안 처장은 박근혜 정권 당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양 전 대법원장의 최측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이 독대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 당시) 그런 (정황이 담긴) 문건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 당사자들, 양 전 대법원장 고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재판 거래’가 이뤄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해당 사건 당사자들이 강제수사를 촉구하며 양 전 대법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6월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사법피해자 공동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피고발인엔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도 포함됐다. 고발인으로는 전국철도노동조합 KTX열차승무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통합진보당 대책위원회 등 17개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사안의 핵심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 아무 수사도 하지 않았고 핵심적인 주관자에 대해서도 형식적 서면조사에 그쳤다”며 “인사 불이익을 실행한 당사자인 법원행정처 인사 총괄심의관실의 ‘문제가 없었다’는 회신을 그대로 믿고 인사 관련 자료는 받지도 못한 채 인사 불이익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법원행정처 문건 ‘현안 관련 말씀 자료’에는 이른바 ‘국정운영 뒷받침 사례’로 16개 판결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로 ▲KTX 승무원 사건 ▲콜텍 정리해고 사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건 등 4건이, 교육부문 판결로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이 언급되는데, 이들 사건은 하나같이 대법원에서 원고패소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KTX의 해고승무원들에 대한 판결은 당시에도 비정규직·간접고용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외면했다는 노동계의 비판을 받았다. 민변은 이 판결을 ‘2015년 최악의 걸림돌 판결’로 선정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2015년 2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가 해고된 KTX 여승무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1, 2심을 뒤집고 원고패소를 판결했다. 이 판결로 승무원들은 이미 지급받았던 임금을 되돌려 줘야 했고, 결국 한 승무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KTX 여승무원들이 파견근무 형태로 코레일에서 일한 것이 아니라 도급계약을 맺은 한국철도유통의 관리·감독 하에 근무해왔다고 보고 “코레일 근로자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코레일과 한국철도유통의 위탁계약을 위장도급으로 보고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성립을 인정한 하급심을 부정한 결과였다. 이후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2015년 11월27일 오미선 전 KTX승무지부장 등 34명에게 패소를 선고했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도 양승태 사법부의 반노동적 성향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해고에 대한 사측의 경영판단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넓혔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대법원은 2014년 11월13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하급심을 뒤집고 원고패소 취지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기업 운영에 필요한 인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등은 경영판단의 문제에 속한다”며 “노사대타협이 체결됐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측에서 제시한 인원 감축 규모가 비합리적이라거나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회사가 부분휴업, 희망퇴직 등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보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2심 법원은 “쌍용차의 정리해고 결정에 긴박한 필요나 유동성 위기가 있었던 것은 인정되지만 구조적·계속적 재무건전성 위기가 있었는지에 대한 증거는 불분명하다”며 “쌍용차가 해고회피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철도노조 2009년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 유죄’ 판결은 예고된 파업까지 처벌 대상으로 판단해 노조활동을 위축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법원은 2014년 8월27일 파업을 통해 사측의 운송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노조원 22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대법원은 “회사측이 노조의 파업예고에도 실제 강행을 예측할 수 없었고, 당시 파업으로 한국철도공사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과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파업은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반대 등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는 구조조정 실시를 저지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고 파업 직전까지 단체교섭이 완전히 결렬될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항소심은 “회사측이 이들의 파업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려워 파업의 전격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열차 운행 중단으로 상당한 손해가 발생한 것도 철도가 필수공익사업인 탓”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전교조 전교조의 법외노조 판결로, 전교조 측은 아직까지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2015년 6월3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중지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가처분을 인용한 원심을 깨고 전교조를 법외노조 상태로 되돌려놨다. 대법원 재판부는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근거로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에 앞서 작성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문건에는 재항고 인용에 대한 파급효과를 분석하면서 “재항고가 기각될 경우 대법원의 상고법원 입법 추진 등에 대한 견제·방해가 있을 것” “재항고 인용은 양측에 모두 이득이 될 것”이라고 쓰여 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일지에는 전교조와 관련한 대응방안이 다수 등장한다. 전교조는 이른바 ‘전교조 죽이기’가 당시 정권 차원에서 진행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발인 측은 “지금 이 사태에 가장 책임 있게 사죄해야 할 양 전 대법원장은 태연히 자신의 집 앞에서 본인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사법부는 세 차례에 걸쳐 조사를 했음에도 결국 관련자에게 면죄부만을 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사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첫 발”이라며 “검찰은 고발에 응답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낱낱이 진상을 밝히고 더 이상 사법농단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신속히 조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변호사 2000여 명, 사법농단 의혹 수사 촉구
전국 2,000여명의 변호사들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변호사들의 시국선언은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요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의혹이 불거지고 2주가 넘도록 법원이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법조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법조 3륜(판사 검사 변호사)의 한 축인 변호사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변호사 비상모임을 결성하고 지난 6월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앞에서 긴급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공개 문건 전면 공개 ▲각 문건 작성자, 작성 경위, 보고 및 실행 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징계·탄핵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현재 사법부는 전혀 합일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내부 갈등과 분열만 가중되고 있다”라며 “결코 법원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도) 변호사의 형사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대로 가면 법원뿐 아니라 변호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법조계 전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승태 대법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며 사표까지 제출했던 이탄희 판사의 아내 오지원 변호사도 발언에 나서 “적극적 조치 없이는 사법부의 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며 “법조인의 한 사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용기를 가지고 결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변호사 출신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 이상의 셀프 조사는 의미가 없다”라며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수사해서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기소해서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국선언엔 2,015명의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14개 지방변호사회 가운데 9개 회장이 선언에 참여해 2년 전 국정농단 사태(6개) 당시 시국선언보다 더 많은 참여가 이뤄졌다. 변호사들은 집회가 끝난 후 대법원 정문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고 변호사 2,000여명의 연서명이 담긴 시국선언문을 대법원 민원실에 전달했다. 단식농성 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6월8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간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4시 대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주업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등이 철야 단식농성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해 검찰 수사 등 형사절차를 포함하는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월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선언을 의결했다. 이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한 선언’을 안건으로 5시간30분 가량 격론을 벌였다. 법관대표회의는 선언 의안에서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해 형사절차를 포함하는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실행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법관으로서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주권자인 국민의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 및 법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된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법관대표들은 법관 21명이 발의한 선언 원안의 각 항목에 대한 반대 의견을 듣고 토론을 벌였다. 이후 문구를 수정하는 등 의견을 조정해 최종 표결에 부쳤다. 이날 오전에는 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파일 410개의 원문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및 윤리감사기획심의관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법관대표회의는 410개 파일 전체의 원문 공개를 요구했지만, 법원행정처는 이중 98개 파일의 원문을 공개했고 나머지는 사법행정권 남용과는 거리가 있다며 제한된 방식의 열람을 제안했다. 이들은 기존 입장을 고수할 지, 열람방식을 수용할 지에 대한 논의는 다음에 하기로 결정했다. 이 밖에 법관대표회의 내규를 의결하고 4개 분과위원회(▲사법신뢰 및 법관윤리 ▲재판제도 ▲사법행정제도 및 기획예산 ▲법관인사제도) 구성을 완료했다. 올해 퇴임하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후임 선정을 위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및 헌법재판관후보추천위원회 추천위원도 선출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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