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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파문
밀수, 탈세까지 ‘사면초가’에 처한 한진그룹
2018년 06월 05일 (화) 21:07:44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에서 불거진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파문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조현민 전무 뿐 아니라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폭행과 업무방해 수사로까지 확대됐다.

장정미 기자 haiyap@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전횡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항 상주직원 통로를 이용해 밀수와 탈세를 저질렀다는 논란까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찰과 검찰, 관세청, 국토부, 고용부, 공정위까지 나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 또는 조사를 벌이면서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내부 제보 이어져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현 상황은 ‘고립무원’, ‘사면초가’ 등으로 표현할 정도다. 지난 4월 조 전 전무의 물컵 갑질이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진 당시에는 사건이 이렇게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 이는 적었다. 하지만 대한항공 직원들의 내부 제보가 적극적으로 나오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비리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경찰이 조 전 전무에 대한 폭행 및 업무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명희 이사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관세청, 국토부, 고용부, 공정위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사정당국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향후 사법처리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한항공 직원들을 이용해 해외에서 개인 물품을 사들이고 세관을 속여 밀반입했다는 탈세, 밀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여행자들이 출국 시 구매한 면세 물품과 외국 현지에서 구매한 물품 합산 가격이 600달러 이상을 초과할 경우 관세를 내야 하지만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이런 과정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관세청은 대한항공의 조직적이고 상습적인 탈세와 밀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밀수와 관세포탈 혐의의 경우 유죄로 인정될 경우 관세법에 따라 관련된 이들은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 재발 방지 법안을 내놓거나 오너 일가의 불법 행위에 대한 추가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은 지난 5월5일 사용자의 폭행 외에 폭언, 협박, 위협 등 공연히 모욕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최근 이명희 이사장이 트리온 무역이라는 업체를 이용해 기내면세점 납품 과정에서 통행세를 챙겼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향후에도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비리 의혹, 사정당국의 조사 등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높다.

국토부, 진에어 면허취소 등 제재방안 검토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위법 등기이사 재직과 해련 해당 규제의 소급적용 여부가 진에어 면허취소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9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외국인 신분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등기이사를 맡아 항공법 위반 논란을 일으킨 진에어에 대해 항공면허 취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조 전 전무의 등기이사 건이 항공 면허 결격 사유가 된다고 보고 법무 법인 3곳에 면허 취소에 대한 법리 검토를 의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적자인 조 전 전무는 국내 항공법상 항공사의 등기 이사를 맡을 수 없었지만 2010년부터 6년간 진에어의 등기 이사를 맡아 논란이 된 바 있다. 2010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진 기타비상무이사(등기이사)였고, 이후에는 사내이사로 있다가 2016년 3월 돌연 사임했다. 이에 대해 앞서 국토부는 당시 항공법령에는 등기이사 변경 등에 관한 보고의무 조항이 없어 지도·감독 제도상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6년 9월에서야 등기이사 등 경영상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경우 즉시 고지하도록 절차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법령개정 전 국토부가 간과한 등기이사 위법사항에 대한 소급규제 여부다. 소급규제가 가능해지면 자연스레 항공법 위반에 대한 진에어의 면허취소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와 관련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비공개 대책 회의를 갖고 진에어 면허 취소에 대한 제재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건은 과거 조 전 전무의 위법한 등기이사 재직여부를 두고 소급해 규제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법리 검토를 통해 면허취소나 정지가 가능할 경우 이를 규제에 반영할 공산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진에어에 대한 청문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국토부는 내부적으로 조 전 전무의 등기이사 위법여부를 묵과한 부분은 없는지 자체감사도 실시해 관계자들을 일벌백계한다는 방침이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 반성 기미 안 보여
한진그룹 일가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물벼락 갑질’ 당사자인 조현민 전 전무가 지난 5월1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을 때 단적으로 드러났다. 포토라인에 선 조 전 전무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준비하고 있는 촛불집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보자에게 보복이 있을 것인지 질문이 이어졌지만 “죄송하다”는 말만 6번이나 반복했다. 마치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한 무성의한 사과에 “로봇 같다” “앵무새냐”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조 전 전무는 경찰 조사가 끝난 뒤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밀수나 탈세 의혹에 대해 묻자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듯 잠시 고민하더니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문장을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하는 등 반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경우 그랜드하얏트인천 증축공사장에서 고성을 지르고, 직원을 밀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그 외에도 자택 수리 시 직원들을 폭행했다는 의혹, 자신을 ‘할머니’라고 부른 직원을 해고했다는 의혹 등 관련 의혹만 18가지가 터져 나왔다. 경찰은 이 이사장을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침묵하던 한진그룹은 파장이 커지자 지난5월9일 이 이사장 의혹과 관련해 장문의 해명 자료를 냈다. 자료는 경찰이 수사 중인 호텔 옥상 폭행사건에 대해 “그 사실을 인정하고 뉘우치며, 피해자를 비롯한 모든 분들께 사죄를 드립니다”로 시작된다. 그러나 곧바로 “일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A4 다섯 장 분량으로 18개 항목에 걸쳐 해명을 쏟아냈다. 호텔에서 이 이사장을 ‘할머니’라고 부른 직원을 해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상황이 있었지만 “웃으면서 방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자택 수리 시 폭행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선 “무릎을 꿇리거나 때린 사실은 없으며 오히려 공사 인부들을 위해 사비로 호텔 출장 뷔페를 대접하고, 간식과 음식을 수시로 챙겼다”고 해명했다. 회사 경영 및 인사 간섭, 항공기 내 갑질, 명품 밀수 의혹도 모두 부인했다.

조양호 회장이 5월10일 한진그룹 계열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 대표이사직에서 갑자기 사퇴한 것도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진에어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갑질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꼼수’ 사퇴라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진에어 항공면허 취소 여부 검토에 착수하자 조 회장이 서둘러 불끄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진에어는 미국 국적의 조 전 전무가 과거 6년간 등기이사로 활동해 항공사업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법무법인 3곳에 면허 취소에 대한 법리 검토를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조 회장은 진에어 대표이사직에서만 물러났을 뿐 사내이사로서의 권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 한진관광, 정석기업 등 7개사에서 대표이사 등 임원을 맡고 있어 그룹을 장악하는데 문제가 없다. 대표이사직 사퇴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한진그룹 오너일가 수사와 관련된 기관은 검찰과 경찰,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관세청, 국세청 등 7곳이나 된다. 수십년간 지속된 이들의 갑질과 탈세, 밀수 의혹 등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명희 이사장의 ‘공사장 폭행’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조만간 이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갑질, 밀수, 탈세 등 전방위 수사 들어가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갑질을 수사한 서울 강서경찰서는 5월11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4월13일 내사에 착수한 지 28일 만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조 전 전무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3월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대행사 H사 직원들에 대한 폭언 등으로 회의 진행을 방해한 혐의다. 당시 회의는 H사가 6개월 동안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만든 대한항공 광고영상을 보여주기 위해 열렸는데 조 전 전무의 폭언 등으로 시사회가 진행되지 못해 H사 직원들의 업무가 방해됐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진술과 의사를 존중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 전 전무가 당시 H사 직원 2명에게 음료를 뿌려 폭행한 부분은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아 공소권이 없고, 벽을 향해 유리컵을 던진 행위는 특수폭행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다만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다를 수도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는 지난 5월4일 경찰이 신청한 조 전 전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광고주로서 업무적 판단에 따라 시사회를 중단시킨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등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결과를 검토한 뒤 조 전 전무를 재판에 넘길지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관세청은 조씨 일가의 밀수 의혹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 혐의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국세청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2002년 남긴 해외자산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조 회장 등이 상속세를 신고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조 회장 소환도 검토 중이다. 오너일가가 세관을 거치지 않은 채 해외물품을 지속적으로 밀수해왔다는 의혹도 수사에 들어갔다. 관세청은 평창동 자택과 대한항공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고, 자택에서는 이 이사장의 드레스룸 등 이른바 ‘비밀의 방’에서 관련 장부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기내 면세품을 판매하면서 오너 일가가 납품업체로부터 부당이득을 취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들 일가의 갑질 관련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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