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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달리고 있는 개헌 정국
靑·與·野간 개헌 둘러싼 입장 차 커
2018년 05월 02일 (수) 04:59:16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지난 4월9일 오전 일괄타결을 목표로 개헌과 방송법 처리 문제 4월 임시국회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여야 합의 불발로 임시국회 정상화도 불똥이 튀면서 오후에 예정됐던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국무총리 추경안 시정연설도 불발됐다.

장정미 기자 haiyap@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하 평화와 정의) 노회찬 원내대표 등은 이날 오전 조찬회동을 한 데 이어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정례회동을 가졌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결렬됐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개헌안을 두고도 여야는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의원내각제 요소 도입한 개헌안 확정
청와대와 여당, 야당간 개헌을 둘러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 4월3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2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자체 개헌안을 확정한 것과 관련 “청와대가 내놓은 안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특히 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겠다는 내용은 내각제의 변형으로, 대통령안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4월2일 개헌 의원총회를 열어 ‘분권형 대통령제 및 책임총리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한국당 당론으로 채택했다. 특히 책임총리제 도입을 위해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했는데 청와대는 앞서 국회의 총리 추천·선출권 요구는 ‘삼권분립 위배’라는 등 총리 선출 부분은 개헌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이 이날(3일) 권력균형을 위해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을 부여하겠다고 추가 발표를 하기는 했지만 청와대는 총리 선출에 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자유한국당의 개헌안에 긍정적인 답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도 물러설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3월26일 청와대가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한 것과 관련,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정권을 잡기 전 그토록 주창하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어디에도 없고 오히려 대통령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점철돼 있다”는 등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까지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지난 3월27일부터 ‘국회 개헌안’ 마련을 위해 협상에 돌입했지만, 여당이 청와대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 협상은 계속해서 불발되고 있는 중이다. 더군다나 청와대와 여당은 6.13지방선거 때 개헌 동시투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헌정특위(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시한인 6월말에 맞춰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마련하고 국회 의결 및 국민 투표는 9월까지 마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청와대와 여당의 로드맵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지난 4월3일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을 명시하는 등 ‘의원내각제’ 요소를 도입한 개헌안을 확정했다. 아울러 정치개혁·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활동하는 6월까지 여야가 개헌안을 합의한 뒤 9월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향을 골자로 한 개헌 로드맵도 제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에서 의결한 개헌특위 활동기간이 6월 31일까지”라며 “국회가 개헌안에 합의하고 완성해 6월 중에는 여야 합의로 공동 발의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당은 ‘책임총리제’를 핵심으로 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 당론에 따르면 대통령은 통일·국방·외교 등 외치를 담당하고, 국회서 선출된 총리는 경제·사회 등 내치를 소관한다. 다만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을 부여했다. 이는 전날 발표한 개헌 당론에서 추가된 부분이다. ‘의원내각제’ 요소를 차용해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의원내각제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 원내대표는 “총리가 내각을 총괄하는 관점에서 대통령이 국회 해산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을 부여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통령이 단독으로 국회를 해산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부분은 사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 추가 논의하겠다는 뜻을 전하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개헌 시기와 관련해서는 6월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한 뒤 9월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6월 지방선거와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정부·여당과는 입장차가 커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할 방침이다. 표의 등가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인구편차가 심한 도농지역의 선거구제를 달리하고 비례대표제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중대선거구제, 복합선거구제 등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의원 정수에 대한 논의 과정까지 결부돼 있다”며 “경직된 입장으로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며 마찬가지로 협상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국민소환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정략적 의도와 목적에 따라서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당의 생각이다.

민주당, “국민투표법 처리에 협조” 압박
지난 4월8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달(4월) 20일까지 국민투표법 처리에 자유한국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한국당은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후에는 한국당과 개헌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4월20일까지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할 수 없게 되는 만큼 배수진을 치고 보수 야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우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투표법은 이미 4년 전 위헌 판결을 받았고, 개정 시한이 2년이나 지난 것으로,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여야가 5월4일까지 개헌합의안을 내놔도 국민투표에 부칠 수가 없어 개헌이 불가능해진다”며 “야당이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은 6월 동시개헌 투표를 무산시키려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으로, 이에 대한 책임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헌의 시기와 권력구조가 쟁점인데 우리 당은 시기를 6월 이후로 미루는 것과 내각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이를 제외하고 모든 사항에 대해 야당과 의견을 조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당과 바른미래의 개헌안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은 외치를,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는 내치를 담당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인데 사실상 이원집정부제이고 내각제”라며 “이름만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유한국당에 대해 “대통령 개헌안 말고 민주당 안을 내놓으라고 억지주장하기 전에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계속 주장할 것인지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선 “결선투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며 “이 두 가지 제도만 도입해도 다양한 정당의 상생과 협치 질서가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 원내대표는 4월 국회 일정 관련 “야당이 요구하는 방송법 개정에 민주당도 타협하고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 정치권이 방송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로를 원천 차단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하자”며 “청년일자리와 군산·통영 지역을 위한 추경안도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주문했다. 전날인 4월5일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향해 “국민투표권 보장을 위한 국민투표법 처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행정안전위원회 안전 및 선거법심사소위 소속인 진선미·표창원·김병관 민주당 의원과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국민투표법을 심사하기로 했던 안전 및 선거법심사소위가 파행된 직후다. 이들은 “국민투표법 개정 없이는 국가안위에 관한 주요한 정책이나 헌법 개정 등에 대한 국민의 소중한 의사를 물을 수가 없다”며 “이처럼 주요한 사안에 대하여 국민의 의사를 물을 수 없는 것은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침해이며 국민이 가지고 있는 헌법상의 권한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국회는 국민의 투표권을 보장하고 국민들의 소중한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국민의 투표권 보장에는 관심도 없고 6월 개헌을 저지하기 위하여 국민투표법 처리를 미루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실제로 한국당의 극렬한 반대로 인하여 국민투표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개헌은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이자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인 헌법을, 변화된 시대정신에 맞게 고쳐 쓰는 것이다. 개헌의 내용에 대한 합의를 떠나서 진정으로 개헌을 원한다면 한국당은 국민투표법 개정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개헌 저지라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국민투표 여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한국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야3당, 조속한 개헌안 타협 공개 촉구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지난 4월12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조속한 개헌안 타협을 공개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와 각 당의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 등 6명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개헌 협상의 키를 쥔 민주당과 한국당의 극한 대치로 국회의 개헌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자 이들 야3당이 한목소리로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강조하며 양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앞으로 야3당이 공조 수위를 높여 자체 개헌안들의 공통분모를 찾고, 이를 통해 재차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들은 “야3당은 거대 양당의 진영논리에 가로막힌 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성사시키기 위한 정치권의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야3당은 개헌을 둘러싸고 거대 양당의 소모적인 대결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국회주도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은 동시에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야3당은 먼저 여당을 향해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찬반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분권과 협치를 실현할 정부형태에 대한 타협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1야당인 한국당은 ‘국민 대표성 강화’라는 추상적인 문구를 넘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구체적인 대안을 명시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거대 양당의 타협안 제시를 통해 각 당 원내대표와 헌정특위 간사가 참여하는 ‘정치협상회의’를 정식 가동해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만남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야3당이 오늘 제안한 2+2+2+2 개헌 협의체 제안에 대해 저희도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야3당이) 다음에는 좀 더 진전된 중재안을 제안하면 대화가 더 생산적으로 이뤄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다만 “야당 일각에서 여전히 내각제적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다”며 정부형태에 있어서의 양보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만남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한 국민 대표성 강화 방안, 야3당 뜻에 (한국당을) 동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4당이 합심해서 앞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고 분권형 대통령, 책임총리제를 구현해 한국 역사가 더 이상 불행해지지 않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정치협상회의에 대해 “민주당이 협상에 나설 여건이 안 된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개헌을) 원한다면 지금 이 상황(김기식 금융감독원장과 방송법 개정 문제 등)을 하루 속히 제거해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국민투표법 개정 무산에 유감 표명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4월6일 오전 국회를 찾아 김성곤 국회 사무총장에게 현재 위헌 상태인 국민투표법 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문재인 대통령 서한을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투표법 개정 요청 서한을 통해 “6월 지방선거 동시투표 개헌을 위해서는 4월 임시국회에서 국민투표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며 “국민투표법 개정을 통해 개헌의 길을 열어주기 바란다”고 국회에 호소했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2014년 7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6년부터 2년 3개월째 처리가 안 되고 있다”며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통과가 안 되면 국민의 헌법적 권리가 침해된다고 보고 있어 조속히 처리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 불발로 국민투표법 개정시한을 넘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24일 자신이 목표로 해온 ‘6.13지방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 동시실시’가 무산된 것을 두고 국회를 향한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 메시지는 문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정무수석실에서 개헌과 관련한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 보고했고, 그걸 참고로 대통령께서 (직접) 작성하셨다”고 전했다. 통상 모든 메시지를 문 대통령이 마지막에 손보긴 하지만, 이날 메시지는 어느 때보다 국회를 향한 비판의 강도가 셌던 만큼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눈길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투표법이 전날(23일)까지 국회에서 개정되지 않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실시가 무산되고 말았다”며 “국회는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모아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단 한 번도 심의조차 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써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국민들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방선거 동시 개헌’은 저신만의 약속이 아니라 정치권 모두가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인데다 위헌이 된 국민투표법을 3년 넘게 방치하는 일은 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상식이 아무런 고민 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우리 정치를 저로서는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관계자는 “정치권이 국민에게 너무 무신경하다는 생각이 들어 대통령께서 강력한 유감을 표한 것”이라고 문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의 의미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상황에 대해선 고심이 깊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가 발의한 헌법개정안에 대해서는 남북정상회담 후 심사숙고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 3월26일 발의한 ‘대통령 개헌안’의 철회 여부를 고민하겠다는 뜻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하는 것에 대해 자신이 개헌안을 발의함으로써 오랫동안 묵혀왔던 ‘개헌의 문’을 어렵사리 연 만큼 이를 다시 닫는 데에 고민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행 헌법 제130조(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에 따라 대통령 개헌안은 5월24일까지 국회에서의 의결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한편에선 이 기간 내에 의결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이때도 개헌을 하려면 국민투표법을 반드시 개정해야만 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투표를 하겠다는 안은 물 건너갔지만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하는 것은 아니다”며 “5월24일까지는 안이 유효하고 설사 그땐 (투표하지 않고) 넘어가더라도 20대 국회 때까지는 안이 남아있기 때문에 어떻게 할진 좀 지켜보면서 판단할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개헌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개헌을 두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지속해 정국이 블랙홀로 빠질 가능성이 큰 만큼 문 대통령은 자칫 개헌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 또한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개헌안의 취지에 대해서는 개헌과 별도로 제도와 정책과 예산을 통해 최대한 구현해나가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개헌이 어려워졌다고 판단하고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한 대안을 찾은 것으로도 풀이된다.

여야, 개헌에 전격 합의할 여지는 남아 있어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는 방안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차선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차적으론 자유한국당이 주장한 9월 개헌을 목표로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는 방안이 있지만, 정국이 개헌블랙홀에 빠지는 상황을 여당측이 꺼린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다. 이 때문에 2020년 4월15일로 예정된 21대 총선 이후에야 개헌을 재추진 하는 가정이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6월이 개헌 무산된 데 대해 공식 유감을 표했지만 여야가 개헌에 전격 합의할 여지가 없진 않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의 국회 의결시한인 5월 24일까지 한 차례 고비가 더 남았다. 그 이전에 여야가 개헌에 합의한다면 여당으로서는 정부 개헌안 폐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하는 것은 아니다”며 “5월24일까지는 안이 유효하고 설사 그땐 (투표하지 않고) 넘어가더라도 20대 국회 때까지는 안이 남아있기 때문에 어떻게 할진 좀 지켜보면서 판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능성이 더 낮아지겠지만 남은 개헌 동력은 또 있다.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시한인 6월30일까지라도 합의가 이뤄진다면 야당이 주장하는 9월 개헌이 가능하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야당들도 개헌논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개헌무산 위기 관련메시지’를 통해 “모든 정치세력은 대타협을 위해 최후까지 노력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여당은 개헌의 문을 닫아서는 안 되며, 자유한국당은 9월 개헌은 할 수 있다는 자신의 말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회의적이다.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가 장기화할 경우 개헌논의로 국정아젠다가 가려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헌정특위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6월 개헌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 국회차원의 개헌 논의는 끝내는 게 맞다”며 “국민들께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을 보고 드리고 평가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5월과 6월 두 번의 개헌 데드라인마저 넘기게 된다면 개헌 논의는 사실상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쟁점으로 재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거대 양당은 개헌선 확보를, 나머지 정당들은 개헌저지선 확보를 앞세워 총선에서 맞붙은 뒤 다수 의석을 확보한 세력이 개헌을 힘으로 밀어붙이려 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헌정특위 한 관계자는 “기본권 확대나 선거제도개혁 등 타협이 쉽지 않은 쟁점에 합의점을 찾고도 권력구조 개편 문제 하나로 발목이 잡혀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며 “여든 야든 한쪽이 확실한 힘의 우위를 갖지 않으면 개헌은 쉽지 않은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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