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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두 달, 성폭력 근절 대책과 반작용
2018년 04월 02일 (월) 23:38:08 신세영 기자 syshin@newsmaker.or.kr

“당신의 미투(#MeToo)를 위드유(#With You) 합니다”
직장·문화예술계 성폭력 발붙이지 못하게 보호 대책 내놔야

권력이 있는 곳에 성범죄가 있었다. 정의를 지향하는 검찰도 다르지 않았다. 한 여성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부터다. 문단과 연극, 교육과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도 말한다’는 뜻의 ‘미투(Me Too)’운동은 그 자체로 연결과 공감, 연대의 힘이 됐으며, 성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화적·구조적 문제임을 드러냈다.

신세영 기자 syshin@

현직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충격과 분노로 시작해 공감과 연대를 이뤘지만, 2차 가해·남녀 편 가르기, 펜스 룰 등과 같은 부작용도 발생했다. 한때 일제 폭력에 파괴된 위안부 피해자에게도 책임과 부끄러움을 먼저 묻던 사회였다. 그러나 이제는 피해자들의 고통과 폭력의 원인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있다. 미투 운동이 가져온 분명한 성과이다. 하지만 폭로가 나오면 어떻게 당한 거지, 가해자가 누군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꽃뱀설, 공작설, 2차 가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성범죄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피해 경험을 폭로하고 드러내는 자들의 위치를 꼭 묻는다. 그러니까 피해자 됨의 적절함을 꼭 묻는 것”이라며 “성범죄 관련 공직자 등이 소청심사를 통해 은근슬쩍 복직하는 악순환을 끊을 추가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력형 성폭력’ 처벌, 징역 10년으로 상향
앞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 범죄에 대해 법정형이 징역 10년으로 대폭 상향된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을 계기로 정부가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범죄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 3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12개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는 이날 오전 첫 회의를 개최하고 성폭력 근절대책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방지와 신변보호를 강화하고 전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고용이나 업무관계, 사제·도제 관계, 일방적 권력관계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성폭력을 근절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이에 따라 우선 정부는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형법상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대한 법정형을 현행 징역 5년 이하, 벌금 1500만 원 이하에서 징역 10년 이하, 벌금 5000만 원 이하로 2배 이상 높이기로 했다. 업무상 위계·위력 추행죄의 법정형도 현행 징역 2년 이하, 벌금 500만 원 이하에서 징역 5년 이하, 벌금 3000만 원 이하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공소시효도 업무상 위계·위력 간음죄의 경우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업무상 위계·위력 추행죄의 경우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연장된다. 성범죄 피해자를 밀착 보호하고 회복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화한다.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의 소송 등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피해사실을 공개할 수 있도록 수사과정에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대해 위법성 조각사유를 적극 적용하기로 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정부는 이번 대책을 포함한 일련의 대책들을 범정부 협의체를 중심으로 종합화·체계화해 이행하고 점검·보완해 나가겠다”며 “지금의 아픔이 보다 성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거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개혁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각국의 직장 내 성희롱 대책
지난해 11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장 내 성희롱’ 문제와 관련해 “성희롱과 성폭력 예방은 물론 피해자가 피해를 입고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잘못된 직장문화와 분위기부터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부터 기관장들의 인식 전환과 더욱 엄청난 조치들이 필요하며, 공공기관에서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앞으로는 기관장이나 부서장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현재 대한민국은 ‘직장 내 성폭력 문제’가 이슈다. 미국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해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물리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기업의 관리 책임을 묻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기업이 직장 내 성희롱을 방치하거나 제대로 조치하지 않으면 제도적으로 피해 직원의 유급휴가를 보장한다. 성희롱 피해자가 당장 생계의 어려움을 겪지 않고도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수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관련하여 재판관의 판결을 위반하는 기업(사용자)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대한민국에서도 직장 내 성폭력 등의 방지를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성희롱의 경우 내부 징계나 과태료 처분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성폭행이라면 형사처벌까지 이어진다.

1366으로 신고하세요, 특별신고센터 개소
여성가족부는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를 3월 8일 개소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설치된 ‘특별신고센터’는 직장 내부 절차에 따른 피해 신고를 주저해온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신고할 수 있다. 센터는 3월 8일부터 6월 15일까지 100일간 운영된다. 센터에 접수된 사건은 신고자와 상담 후 국가인권위원회, 고용노동부, 감사원, 소속기관 및 주무관청 등에 사건에 대한 조치를 요청하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 요청 등을 진행해 신고한 피해자가 기관 내에서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으면서 사건이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센터 인력은 관련 단체·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며, 피해신고는 전화상담, 비공개 온라인 게시판, 등기우편접수 모두 가능하다. 신고센터 적용 대상기관은 국가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등 4946개 기관이며, 피해자뿐 아니라 대리인도 신고할 수 있다.

성폭력 피해 신고 단계부터 수사, 소송 진행, 피해 회복까지 여성가족부의 모든 지원 서비스는 ‘여성긴급전화 1366’ 또는 ‘성폭력피해상담소’를 통해 상세하게 안내받을 수 있다. 아울러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해바라기센터와 함께 3월 12일부터 문화예술분야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 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한다. 이 센터에는 문화예술, 콘텐츠, 관광, 체육 분야에 종사하는 피해자와 대리인 모두 신고할 수 있다. 신고 방법은 문화예술계 전용 전화와 온라인 비공개 상담을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우편으로도 가능하다. 센터는 피해자 상담부터 신고, 법률 지원, 치유회복프로그램 등 종합(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문화예술분야 성폭력 사건 조사를 위한 ‘특별조사단’도 12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특별조사단은 문체부, 국가인권위원회,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 앞으로 100일간 운영된다. 조사단은 ▲ 사건조사 및 실태 파악을 통한 피해자 구제 ▲ 가해자 수사 의뢰 ▲ 특별 신고·상담센터와 연계한 2차 피해 방지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미투 운동 본질 흐리는 ‘펜스 룰’ 논란
미투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면서 사회적으로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예 여성과 접촉을 않겠다는 ‘펜스 룰(Pence Rule)’이 거론하기도 한다. ‘펜스 룰’은 미국 백악관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이름에서 나온 신조어이다. 2002년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 이라는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은 “아내이외의 여자와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밝혔다. 구설에 오를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아내외의 다른 여성들과는 전혀 개인적인 교류나 접촉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매우 극단적인 자기관리로 이는 남·여 서로를 잠재적 가해자·피해자로 생각하는 격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대인관계에 적용되고 사회의 일종의 룰로 받아들여진다면 결코 좋은 결과가 예상되지는 않는다. 현대에서도 남녀분리에 엄격한 일부 종교를 보더라도 민주사회에서 결코 바람직한 행태는 아니다. 최근에 한 방송사에서 남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펜스 룰이 성폭력 방지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53%가 답했다. 평소 잘 소통하던 여직원에게 대화가 아니라 카톡을 통해서 업무를 지시하거나, 남성인 상사가 아예 회식에 참여하지 않거나, 남녀를 분리해서 법인카드만 주고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벌써 발생되고 있다. 성범죄가 문제인데, 아예 이성과 관계를 단절하는 방향으로 잘못 인도되고 있는 것이다. 페미니즘(feminism)은 우리사회가 남성중심으로 구조화돼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인정한다면 ‘펜스룰’은 지배적인 남성들이 여성을 더욱 배제하는 훌륭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정부 ‘펜스 룰’ 등 부작용 엄정조치
‘미투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이다. 성범죄는 척결돼야 하고, 예방해야하며, 불평등은 해소돼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몇 가지 문제는 걸러낼 필요성이 있다. 먼저, ‘마녀사냥’의 무고한 피해자 발생은 막아야한다. 인터넷에 배포된 허구의 사실로, 피해를 입은 모 배우가 있다. 지루한 법정싸움 끝에 성범죄 혐의가 벗겨졌지만, 결국 다시 현업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사회갈등이다.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 가해자’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어머니의 아들, 아버지의 딸이다. 우리 사회는 정부, 정치, 종교, 가족 등 이미 많은 것을 불신(不信)하고 있는데, 이제 ‘이성’도 불신하겠다는 것이다. ‘펜스 룰’ 등을 명분으로 여성을 배제하는 행위를 하면 그 회사는 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 위반이 될 수 있으며, 다른 원인이 없는 상황에서 성 차별적인 인사를 하면 그 인사를 당한 여성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2018년도 제3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펜스 룰’을 빙자한 직장 내 성차별은 엄정 조치하기로 했다. 채용 면접에서 성차별 소지가 있는 질문을 하는 행위, 펜스 룰을 명분으로 여성을 배제하는 행위 등은 남녀고용평등법·근로기준법 위반 행위임을 사업장에 알리고 위반 사업장은 근로감독을 통해 엄정 조치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학교에서의 인권·양성평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성교육 표준안도 개편하기로 했다. 근본적으로 미투 운동,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나라 조직문화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구조를 어떻게 수평적이고 민주주의적인 구조로 바꿀 것인가, 권위주의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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