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장의 행보가 화제다. 지난 2002년 한국사경연구회를 설립한 김경호 회장은 한국의 전통사경을 끊임없는 탐구정신에 의해 현대사경으로 진화시킨 국내 전통사경의 1인자다.

▲ 김경호 한국사경연구회장

김경호 회장은 불교미술사학자로 명성을 떨쳤던 故 장충식 교수로부터 사경의 역사를 배웠으며, 당대의 명필 故김응현 선생에게서 사경서예를, 한글 궁체의 대명사로 불리는 꽃뜰 이미경 선생으로부터 한글서예를 최상으로 인정받은 서예가이자 사경전문가이다.

‘전통사경 교본’ 및 ‘사경본’ 시리즈 출간 시작
부처님의 가르침과 행적을 담은 팔만대장경을 필사(손으로 일일이 적는 것)하는 사경은 1700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불교의 수승한 수행법으로 고려시대에는 불교 전래국 중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여 중국에 역수출한 문화예술 분야다. 최근 사찰에서는 특정일을 맞아 사경기도를 하거나 불상의 복장이나 탑에 봉안하기 위한 사경법회가 급증하고 있지만 사경수행법 체계의 미비로 여법하지 않은 주먹구구식의 사경법이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김경호 회장이 ‘사경교본시리즈 ’ <반야바라밀다심경>과 한지로 제작한 ‘전통사경 교본사경본 시리즈 ’ <108반야심경>을 출간,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 회장은 “고려왕조는 대장경만도 금자대장경, 은자대장경, 목판대장경으로 10회 이상 사성했을 정도로 사경의 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경수행법 체계에 관련된 자료가 전무한 것이 현 실정”이라며 집필 배경을 밝혔다. 김 회장의 사경교본과 사경본 시리즈의 출간은 바야흐로 사경수행이 여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시절인연이 도래했다는 판단에 따른 첫 번째 기획물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사경교본에는 국내 최초로 사경수행법의 가장 기초적인 내용을 수록, 불자들에게 사경을 여법하게 해야 진정한 수행이 됨을 설파했다. 또한 가장 표준이 될 수 있는 서체에, 명쾌한 서법 분석을 통해 보다 수승한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인도하는데 공력을 기울였다.

즉 국내 사경 교재 중 최초로 사경을 수행과 예술창작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 것이다. 사경본은 한지에 정교하게 인쇄하여 법사리를 고귀하게 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인쇄 용지에 비해 한지는 고가일뿐더러 인쇄 자체도 까다로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경본으로 출간하지 않는다. 김 회장은 “한지 사경본을 출간한 것은 차후 <법사리탑>을 건립하여 경필사들이 사성한 사경본을 제대로 여법하게 봉안하는 전통도 수립하고자 하는 계획의 출발점이자 연장선상에서 시도한 결과”라며 “사경은 고급한 예술이자 수행이기에 사경지 하나에도 최상의 품격을 유지하고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감지금니(일불일자화엄경약찬게)

전통사경분야 유일한 기능전승자, 전통사경의 명맥을 잇다
인도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스리랑카로 전해졌고, 그 가르침을 잊지 않고 새기려고 하나의 마음공부로 적기 시작한 사경은 한국에서는 372년 불교를 고구려에서 공식으로 인정한 이후 발전을 거듭하여 고려시대 때 꽃을 피웠다. 그러다가 조선시대에 완전히 맥이 끊겼기 때문에 불교신자도 거의 모른 상태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김경호 회장은 지난 2002년 한국사경연구회를 설립하며 전통사경의 맥을 이어 왔다.

김 회장은 동국대에서 전통사경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1997년에 대한불교조계종과 동방연서회가 공동주최한 최초의 사경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국내 최초로 사경수행법의 체계를 잡았고 현존하는 유일의 사경개론서 <韓國의 寫經>를 저술한 학자이기도 한 사경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서 국가가 진행한 전통사경의 연구 및 복원 프로젝트에도 다수 참여했다. 2010년 전통사경 분야 유일한 기능전승자로 지정된 김경호 회장은 그동안 연세대학교 사회교육원 서예지도자과정과 사경지도자과정 책임강사를 역임했으며 동아일보문화센터·동국대학교 사회교육원·불교문화센터·불교tv문화센터·원광대학교 서예학과 등에서 서예와 사경 강의 및 지도를 하였다.

▲ 출판기념회(외신기자클럽)

전통사경의 뛰어난 예술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 온 김 회장은 그동안 성경사경, 코란사경 등 외국의 사경도 연구해 왔다. 개인전으로는 김제 금산사 개산 1400주년기념 서예초대전을 시작으로 전통사경 개인전을 서울, 부산, 대구, 전주 등에서 가졌고, 전통사경 초대개인전을 서울, LA, N.Y, 창원, 해인사에서 가졌으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사경전의 커미셔너로 위촉되기도 했다. 2012년에는 뉴욕 플러싱 타운홀의 한국사경연구회원 초대전에 특별 초대작가로 찬조 출품하여 뉴욕 퀸즈 자치구 의장으로부터 ‘외길 김경호의 날’을 지정받기도 했다.

지난 4월3일부터 5월3일까지 단 2점의 작품으로 미국 뉴욕 갤러리호에서 열린 초대개인전 기간 중에도 고려 전통금니사경의 제작과정을 선보이는 워크숍을 마련, 불교 수행법의 하나이자 전통문화예술의 정수인 사경의 놀라운 제작 과정을 미국인들에게 시연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 회장 평생의 역작으로 손꼽히는 이 2점의 작품은 뉴욕 현지 보험회사에 200만 달러의 보험 가입과 함께 미국으로 출발하였는데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견보탑품’과 ‘일불일자 화엄경 약찬게’ 작품이 바로 그 작품으로 0.1mm 속에 담아내는 우주와 진리의 세계를 뉴욕에 선보였다.

김경호 회장은 “앞으로 뉴욕 뿐 아니라 도쿄, 파리 등에서도 전시회를 개최해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전통사경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매진하겠다”며 “한국의 전통사경은 1,700년의 장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인데도 그동안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전통사경의 기법과 요소에 성경사경, 코란사경, 만다라 등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디자인과 연계하여 보다 풍요롭고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