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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일본 사과 있어야” vs 日 “추가 조치 없다”
한일 위안부 합의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
2018년 02월 07일 (수) 22:51:28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12월28일, 문재인 대통령은 입장문을 통해 “2015년 한·일 양국 정부간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유감스럽지만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라며 위안부 합의의 파기 내지 수정 의사를 강력 시사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이날 문 대통령은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입장문은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위안부 TF) 조사결과 발표 이후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문 대통령 “위안부 협상 중대한 흠결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입장문을 밝힌 것은 사드배치와 관련해 한·중간 갈등이 최고조로 달했던 지난 9월8일 이후 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중대한 문제여서 정부의 최종 입장 발표 전에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의중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정부 최종안에 담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점에서 최종 입장은 대통령의 구상을 정교하게 가다듬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당초 청와대는 외교적 마찰을 초래하거나 한·일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은 최소화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필요 이상으로 일본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에 기반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날 강한 톤으로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한은 물론, 양국이 추진해 오던 셔틀외교 복원이 급제동이 걸리는 등 관계 악화는 불가피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제가 평가할 일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당장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관방 부(副)장관은 12월28일 오전 문 대통령의 입장발표에 대해 “일본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계속해서 (한국 측에) 합의 이행을 강력히 요청할 것이고,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여러 형태로 한일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와 관련한 공식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그는 전날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합의는 1㎜도 움직이지 않는다”며 한국의 기존 합의 수정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외교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이번 입장 발표가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굳이 이 시점에 문제를 끄집어내서 외교적으로 취할 수 있는 이익이 적다는 것이다. 이원덕 국민대학교 교수(일본학 연구소장)는 “문 대통령이 너무 성급하게 판단한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며 “합의를 되돌리기 어려운 것처럼 합의를 파기했을 때는 주어 담기 더욱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분히 시간을 갖고 파기했을 경우와 재협상을 요구했을 경우, 큰 틀에서의 합의를 지켜가는 경우 등 각각의 장·단점, 손실과 이익 등을 저울질을 해야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파기했을 때 얻는 이익은 사실 국민 여론의 만족 이외에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과 제반 협력관계는 당분간 올스톱 되는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국내 여론에 대한 부담은 있을 수 있지만 기존 합의를 큰 틀에서 유지하면서 일본과 협력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실리적 관점에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외교소식통은 “북핵 문제가 결정적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 큰 틀을 봐야 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위안부 합의도 중요하지만 지금 시점에 최우선 과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일 관계에 쐐기가 박히면 좋아할 곳은 중국과 북한 두 곳 밖에 없다”며 “지금 힘을 모아도 될 동 말 동인데,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신중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日 정부 “사과 요구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10일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죄하고, 그것을 교훈으로 삼아 국제사회와 노력하는 것이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진심을 다해 사죄해야 할머니들도 그 피해를 용서할 수 있고 일본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피해자를 배제한 채 조건과 조건을 주고받아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난 정부에서 양국 정부가 그런 조건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배제한 가운데 해결을 도모한 자체가 잘못된 방식이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의 ‘12·28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의 처리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본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시민단체들과 앞으로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돈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그 사용에 대해 일본과 위안부피해 할머니들, 시민단체들이 동의된다면 그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수령 의사를 밝힌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지급하고 남은 60억원대 일본 출연금 잔액은 그대로 둔 채 우리 정부 차원에서 10억 엔 상당의 금액을 마련키로 한 데 대해서는 “할머니들 치유를 우리 정부의 돈으로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치유금을 받은 할머니들도 떳떳할 수 있을 것이고 아직 받지 않은 할머니들도 떳떳하게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월11일 일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와 관련해 일본의 사죄를 요구한 데 대해 외교 루트를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의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지난 1월10일 주일 한국대사관 이희섭 공사에게 전화를 걸어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했다. 지난 1월10일 스가 장관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안부합의와 관련해 잘못된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한일 위안부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했다”며 “한국에서 추가 조치를 요구하는 듯한 데 대해 일본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일본 정부는 한일간 위안부합의를 1㎜도 움직이게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한일 위안부합의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문 대통령이 “일본과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 데 대한 입장을 질문 받고는 “한국 대통령에게 물어보는 게 어떻겠는가. 일본 정부로서는 대답을 피하겠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 보류
지난 1월11일 일본의 산케이 신문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8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보류키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산케이 신문은 아베 불참방침이 “표면적으로는 오는 22일 소집되는 통상국회(정기국회) 일정 때문이라고 하지만 위안부 관련 한일 합의를 둘러싸고 문재인 정부가 일본 정부에 새로운 조치를 요구하는 자세를 보임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장관은 지난해 12월 일본을 찾아 아베 총리에게 평창올림픽 참석을 바란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후 강 장관은 지난 1월9일 위안부 합의 후속대책 설명을 통해 “재협상을 요구하진 않겠지만 일본이 스스로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1월10일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죄해야 하다”고 한일 양국간 한일 위안부 문제의 가장 큰 걸림돌인 ‘공식 사과’를 꺼내 들었다. 산케이 신문은 “일본 정부는 이것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담은 한일 합의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또한 산케이 신문은 일본이 지난해 1월 부산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중단한 한일 통화 스와프 협정 재개 협의에 계속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굳혔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지난 1월12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국가간 약속”이라며 “한국측이 일방적으로 추가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전략적 무시·외면’ 전략으로 일관해 온 아베 총리가 공식석상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올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 간 약속을 지키는 것은 국제적이고 보편적 원칙”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은 한일 합의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행하도록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일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고 밝힌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말 외교부가 위안부 합의 검증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줄곧 관련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이른바 ‘전략적 무시’다. 그는 측근들에게 “별도의 입장 표명을 해도 국제사회에서 웃음을 살 뿐”이라며 “한국은 내버려두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잘못된 매듭은 풀어야 한다”고 거듭 일본측의 사과 등 추가 행동을 촉구하자, 더 이상 공식 언급을 피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인 10명 중 8명 이상이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추가 요구에 ‘1mm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아베 내각의 방침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응답도 80%에 육박했다. 1월1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 1월12~1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3%가 한국 정부의 추가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한 일본 정부를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11%에 그쳤다. 특히 지지한다는 응답은 아베 내각 지지층의 88%,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층의 80%를 차지해, 정치성향과 성별·연령대 등을 가리지 않고 높게 나타났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아울러 응답자의 86%는 마음을 다한 사과 등을 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을 납득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과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을 합치면 모두 78%에 달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4%로 이전 조사(53%)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정당별 지지율은 자민당 39%, 입헌민주당 8% 등이다.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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