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기본적으로 ‘자연에 대한 모방’으로부터 시작한다. 키케로의 말처럼, 예술은 “자연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데서 탄생”하며, 발자크의 말처럼, 예술의 사명은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표현하는 일”이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청암 한상봉 화백의 행보가 화제다. 한상봉 화백은 실경산수와 관념산수를 비롯해 추상과 구상을 뛰어넘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심오한 예술세계의 차원을 넘어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청암 한상봉 화백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독창적 조형기법으로 자연의 내면과 합일을 표현

▲ 한상봉 화백

한국화 영역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한상봉 화백은 실경산수, 관념산수를 비롯해 반추상화, 추상 등 모든 장르를 뛰어 넘는 색과 먹의 번짐에서 오는 신비함을 표현하고 있다. 어느 화법에도 얽매이지 않는 독창적인 조형기법으로 색의 오묘한 자유로운 변화를 주고 있는 그는 “자연은 언제나 순수하고 아름답다. 기나긴 세월의 풍파를 견디면서 태고의 신비와 비밀을 감싸 안은 그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며 “자연은 우선 당당하므로 아름다우며 시간의 격랑을 이겨낸 노고의 모습이 아름다우며 그 많은 흔적들을 가슴에 담고도 비밀들을 간직한 채 묵묵히 지킬 수 있음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작품을 통해 인간 상실에 대한 항의와 반성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는 한상봉 화백은 세월의 격변 속에서도 태고의 아름다운 모습을 잃지 않는 자연 앞에서 옷깃을 여미는 마음으로 자연의 내면과 합일하려는 의지 또한 담고 있다.  한 화백은 때로는 봄의 기운이 싹트는 향리 들녘을 찾아 그 잔잔한 미소 같은 자연의 아름다운 내면을 화폭에 담기도 하고 실록의 여름과 완숙의 가을, 그리고 백설의 겨울 자연의 아름다운 소재를 찾아 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한상봉 화백에게 있어 어린 시절 고향인 울진에서 경험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의 작품활동에 있어 가장 큰 자양분이기도 하다.

<내 고향 마을 곰실>, <울진 청암정 계곡 I·Ⅱ>, <동해바다 울진>, <하조대> 등의 작품에서도 그의 고향에 대한 애정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상봉 화백은 전시 때마다 미술평론가들의 작품평론을 거부하는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전시를 할 때 유명 미술평론가들의 미사여구로 장식된 평론을 받아 전시도록에 게재하는 것과는 정 반대의 행보다. 이에 대해 한 화백은 “예술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작가는 작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면서 “미술평론가들의 과대평가는 받아들일 수 없다. 작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사명감이 있어야 미술 애호가들의 찬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고향의 발전 위해 물심양면으로 후원
붓을 잡고 화가로 살아온 지도 50년을 훌쩍 넘은 한상봉 화백은 남다른 고향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1987년 개인 작품 전시회를 열어 작품 판매 수익금 3천만원을 울진군 장학기금으로 기탁했다.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화백은 “제가 가진 재주로 고향 후배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후로도 그의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도 <청암 한상봉 특별 초대전>을 개최해 수익금 전액인 4500만원을 울진사랑 장학금으로 기탁해 귀감이 되기도 했다. 특히 <청암 한상봉 특별 초대전>에서는 1987년 당시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장성한 이가 연단에 올라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으며, 장학금 혜택을 받았던 다른 이들도 한 화백에게 큰 절을 하기도 했다. 한 화백으로서는 자신의 선행이 더욱 기쁘고 보람되게 느껴졌던 순간이었으리다.

한상봉 화백은 고향 홍보대사 역할도 자청하고 있다. 자신의 일대기를 조명하는 언론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항상 고향을 배경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하고 고향인 울진의 자랑거리를 각종 매체를 통해 전국에 널리 알린다. 또한 작품 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은 국내 각계 저명인사들을 상대로 울진에 힘이 되어달라는 당부도 전할 정도다. 매년 2번씩 우리나라 정계, 관계, 재계, 학계, 언론계 등 유력 인사들을 초청하여 울진송이와 대게 만찬을 하며 청암회를 이끌고 있는 청암 한상봉 화백은 “제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소장까지 하고 있는 분들 가운데 사회 각계에서 활약하는 분들이 꽤 있다”며 “기회가 될 때마다 그분들에게 고향 자랑도 하고 울진에 대한 애정을 부탁드린다는 얘기도 자주 한다”고 덧붙였다. 지는 석양에 아름다운 노을빛처럼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는 한상봉 화백.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