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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중국 국빈 방문
‘사드’로 냉각된 한·중 관계 엉킨 실타래 풀다
2018년 01월 08일 (월) 18:05:36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월13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촉발된 양국갈등을 풀고 전면적인 관계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지난 ‘10.31 협의문’ 발표 이후 한국은 사드갈등을 봉인했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의 문제제기는 계속됐다. 특히 ▲사드 추가배치 금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비추진 등 이른바 ‘3불 원칙’에 대한 압박도 이어졌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구동존이(求同存異)’을 펼쳤다. 사드에 대한 한중 양국의 차이는 인정하고 존중하되 이와 별개로 경제·문화·관광·인적교류 등의 분야에서 양국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겠다는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 동행
문재인 대통령은 3박4일의 방중 기간 중 베이징과 충칭에서 숨 돌릴 틈 없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월13일 오전 서울을 출발해 베이징에 도착한 뒤 첫 일정으로 재중국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어 한중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고 한중비즈니스포럼에서 연설했다. 다음날인 14일 오전에는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 참석한 뒤 오후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공식환영식, 확대정상회담, MOU 서명식, 국빈만찬의 순으로 진행되며 한·중 수교 25주년을 기념한 ‘문화교류의 밤’ 행사도 이어졌다. 15일에는 북경대학 연설에 이어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주요 지도자를 면담한 뒤 충칭으로 이동했다. 방중 마지막날인 12월16일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한 후 ‘한중 제3국 공동진출 산업협력 포럼’에 참석했다. 이어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 오찬 회동을 가지고, 방중 마지막 일정으로 충칭시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제5공장을 방문한 뒤 귀국했다.

특히 이번 방중에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도 동행했다. 주요 대기업 총수는 물론 중소·중견기업 대표도 문 대통령의 방중에 동행했다. 취임 이후 그동안의 해외순방에서 주로 외교안보 의제를 다룬 것과 달리 경제문제를 본격적으로 챙기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대자동차 충칭공장 방문 일정이 포함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한중 양국은 수교 25년 동안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특히 경제분야 양국 협력은 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며 “앞으로 서비스분야 협력은 물론 투자 확대를 통해 공동번영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중 경제협력 3대 원칙 제시
지난 12월13일 한국과 중국 기업인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 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새로운 25년을 향한 한·중 경제협력 방향’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중국이 번영할 때 한국도 함께 번영했고, 중국이 쇠퇴할 때 한국도 함께 쇠퇴했다”는 말로 한·중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이날 행사에선 양국 민간기업 간 총 11개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동북아 전력망 슈퍼그리드 촉진, 수소차 협력, 로봇개발 합작 등이다. 특히 국내 바이오 의약기업 셀트리온은 중국 태슬리와 중국 내 바이오 의약법인 설립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양국 간 민감한 사안인 ‘사드’란 단어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양국이 ‘입장이 서로 다른 그런 문제’”라고 말하는 정도였다. 다만 “최근 양국 관계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특히 경제인들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고 에둘러 중국의 사드보복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인과 중국인이 각각 선호하는 숫자 3과 8을 조합한 한·중 경제협력 3대 원칙과 8대 협력과제를 제시했다.

청와대 측이 사전에 이번 방중의 콘셉트로 밝힌 ‘진심외교’의 일환으로 비치는 대목이다. 3대 원칙이란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 강화 ▲미래지향적 협력 ▲사람중심 협력을 말한다. 이는 다시 8가지 협력과제로 구체화된다. 제도적 기반 강화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부문 협상 개시, 4차 산업혁명 분야 협력, 고부가가치 소비재 분야로 교역 격상 및 디지털 무역, 한·중 경제장관 대화 및 철강·반도체 등 민간협의체 활성화 등의 과제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은 “숫자 8(八)이 ‘부(富)를 얻는다’는 의미가 있어 (중국에서) 사랑받는 숫자라고 들었다”며 “한·중 협력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8가지 협력방향’을 생각해봤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에 중국 측도 호응했다. 이날 행사에 중국 측에서 참석한 장가오리 상무부총리는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더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일대일로 사업 등 양국 발전전략 연계 강화 ▲무역협력 강화 ▲인문교류 강화 ▲역내 평화번영 촉진 등 4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장 부총리는 “한국과 함께 일대일로 협력 틀을 추진 발전하고, 연계해 일대일로가 가져오는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장 부총리는 포럼 참석에 앞서 비공개 행사로 열린 중국 국무원 지도자 환담에서 약 15분간 별도접견을 통해 양국 민간 11개 경제협력 MOU 체결이란 성과를 이끌어냈다.

시진핑 주석과 2시간 15분간 회담 진행
사드배치로 냉각기를 맞았던 한중 관계가 봄을 맞이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특유의 엷은 미소를 띠며, 국빈으로 중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맞이했다. 시 주석은 지난 12월14일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이 발언을 할 때마다 눈을 맞추며 연신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한·중 관계를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언급한 대목에선 끄덕임을 키웠다. 시주석은 비공개 회담에 돌입해선 현 시점을 놓고, “양국 관계개선을 위한 최고의 모멘텀”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정상은 당초 예상시간보다 1시간 긴 2시간 15분간이나 회담을 진행했다. 두 정상은 회담 중간, 양국 참모들을 물리치고 스탠딩으로 약 10분 정도 긴밀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 정세와 안보문제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뤘으며, 북한문제에 대한 상황진단과 함께 협상과 대화를 통한 해결이란 원칙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북핵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논의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시주석은 대신, 중국이 보고 있는 현 북한에 대한 상황진단과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 역시, 대북원유공급 중단 등 구체적인 제재와 압력 수준에 대해선 언급하진 않았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두 정상이 이런 입장을 기반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가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 등 4대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정상간 긴밀한 소통을 위해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과 시주석간 전화통화는 지난 5월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축하 전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날 북한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만큼 이를 기점으로 핫라인을 통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며, 북핵 해법을 구체화시키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문제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제시된 만큼 향후 이 부분에 대한 한·중간 구체적인 액션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두 정상의 이날 대화 코드는 ‘신뢰’였다. 문 대통령은“지금까지의 만남을 통해 시 주석이 말과 행동에서 매우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또 ‘관왕지래(觀往知來·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언급하며, “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운명적 동반자’라고 믿는다”고 했다. 시주석 역시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상호 존경과 신뢰에 기초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맞춰 이날 두 정상은 현재 상품교역 중심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를 서비스·투자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의 FTA 후속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또 FTA협상 개시 양해각서(MOU)를 비롯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상호교류 및 협력 ▲미세먼지 대응 등에 관한 2018-2022 환경협력계획 ▲에너지협력 등 총 7개의 정부간 MOU를 체결했다. 전날 수소차·로봇·동북아 슈퍼그리드 등 민간기업 간 11개 MOU까지 포함하면 민·관 총 18개 MOU가 체결된 것이다. 이번 방중에 앞서 문 대통령은 중국 CCTV와의 인터뷰에서 시주석과의 관계에 대해 ‘一回生, 二回熟 三回老朋友(일회생, 이회숙, 삼회노붕우)’라는 중국의 속담을 언급했다. ‘처음 만나면 생소하지만 두 번 만나면 친숙해지고 세 번 만나면 오랜 친구가 된다’는 뜻이다. 긴 터널을 빠져나온 한중관계가 세번째 만남을 기점으로 새로운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 경제협력 관계 정상화 합의
지난 12월15일, 문재인 대통령은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나 사드 문제로 냉각된 양국 경제협력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리 총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향후 양국 경제·무역 부처 간 채널을 재가동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님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그동안 중단된 양국 간 협력사업이 재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리 총리가 사드 보복 해제를 사실상 공식화함에 따라 양국 간 경제·교역·관광 분야 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리 총리는 또 “(평창)올림픽 기간 많은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정상회담을 조속 개최하자는 문 대통령 제안에는 “조속한 시일 내 개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리 총리는 사드와 관련, “양국은 ‘민감 문제’를 잘 처리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저는 중·한 관계의 미래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 내 권력서열 2위인 리 총리와의 회동에 앞서 권력서열 3위인 장더장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도 면담했다. 장 위원장은 “대통령님의 이번 방중은 양국 관계 회복·발전에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방중 목적은 이미 달성됐다고 본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양국은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언급했는데,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처리할 수 없고 미완의 과제로 남겨두고 가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北京)대 특강에서 “북한의 핵개발 및 이로 인한 역내 긴장 고조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의 평화와 발전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양국이 ‘식민 제국주의’를 함께 이겨낸 것처럼 지금의 동북아에 닥친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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