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취업 시장에 갈 곳 잃은 청년들이 마치 내몰리듯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른바 ‘청년창업 시대’를 맞이했다는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다. 최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청년(30대 미만)들이 신설한 법인은 5000여개에 달한다. 전년과 비교해 30%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청년창업자들의 5년간 생존율은 약 15%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 청년패널조사 연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의 자영업 지속기간은 3년에 채 미치지 못하는 평균 31개월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1년도 채 안 돼 폐업하는 경우는 30.1%, 1년 이상∼2년 미만은 25.2%로 창업 후 2년도 안 돼 폐업하는 경우가 55.3%에 달했다. 2년 이상∼4년 미만은 22.9%, 4년 이상 유지되는 청년창업은 전체 비중의 21.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혹자는 청년 창업자들이 실패하는 이유를 소위 ‘불나방 전략’에서 찾는다.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별다른 준비나 각오 없이 무작정 창업에 뛰어든다는 얘기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 된다

▲ 황큰별 대표

황큰별 텔로스(Telos) 대표는 촉망받는 청년 사업가다. 전주대학교 창업사관학교와 함께 본격적인 창업 프로젝트를 시작한 황 대표는 국가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지원 및 전북효성창업공모전에서 수상한 것을 계기로 텔로스 창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황큰별 대표가 선보였던 아이템은 스마트 우산. 공모전 탄소분야에 출품해 대상을 거머쥐었던 스마트 우산은 탄소섬유로 된 우산이다. 황큰별 대표는 “전역 후 어느 날 우산을 썼는데, ‘왜 우산은 개성 없이 모두 비슷할까?’ 고민하다가 녹이 잘 슬고 내구성은 약한 데다 분실 위험이 큰 문제점을 고치고자 탄소섬유로 제작해봤다”면서 “‘텔로스’는 히브리어로 ‘끝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데 기존 우산의 새 탄생이라는 의미를 담아 상표를 등록했다”고 사업 배경을 밝혔다.

벤처 아이디어 수상, 전라북도 발명아이디어 경진대회 수상 등 각종 공모전을 휩쓸며 사업성을 인정받은 황 대표는 스마트 우산의 제품 이미지, 영상과 시제품 제작에 매진하며 관련 기술특허를 획득할 정도로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가 계속 이어지면서 스마트 우산 사업화가 어려워지자 과감하게 종합 디자인 마케팅 컨텐츠 전문회사로 탈바꿈했다. 황큰별 텔로스 대표는 “충분한 준비 없이 사업에 뛰어들게 되어 처음 시작할 때 굉장히 많이 힘들었다. 수상을 하는 것과 실제 사업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면서 “사업을 할 때 매출이 어느 정도 발생해야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는데, 매출이 발생하기 전에 아이템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서비스를 구현하는 이 모든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전라북도 내에서, 특히 돈이 없는 학생이 창업을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겠다는 방향성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결국 저에겐 좋은 경험이었던 셈이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이 거듭난 텔로스는 캐릭터, 편집디자인, 특수 디자인 등 종합디자인과 마케팅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톡톡 튀는 크리에이티브 기업으로 자리매김
현재 텔로스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기업 브랜딩, 홍보물 디자인, 캐릭터 개발, 영상 및 애니메이션 제작 등 전 분야에 걸쳐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며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시제품 개발, 디자인 제품, 제품설계, 3D 프린팅, Moke-up 등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며 경쟁력을 착실히 쌓고 있는 텔로스는 최근 웹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슈퍼플리(Super Flea)’라는 자체 캐릭터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한국의 디즈니’처럼 차별화된 크리에이티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황큰별 대표는 “현대 사회는 수많은 제품들과 다양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세상이다”면서 “이에 텔로스는 ‘조금 더 다른, 조금 더 독특한, 조금 더 편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콘셉트를 잘 이해하고 차별화되고 세련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컨설팅 및 제작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캐릭터를 통한 그래픽뿐 아니라 아트토이 제작과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는 황 대표는 “5년 안에 많은 사람들에게 텔로스를 알리는 것이 1차 목표”라며 “단순한 디자인 회사에 그치지 않고 독창적인 디자인과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통해 사회 전체의 경직된 분위기를 바꿀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