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작품만으로도 강렬하게 뇌리에 박히는 배우라 하면 단연 송강호를 떠올린다. 영화배우 송강호는 지난 8월 개봉된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만섭 역을 맡아 열연했고, 천만 관객으로부터 뜨겁고 뭉클한 열기를 이끌어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지난해 유일한 천만 영화로 등극한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는 시대를 대변하는 소시민적 인물로 분했다. 그가 연기한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만섭 역은 실제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적 실상을 전세계에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 故위르겐 힌츠페터를 광주에 데려다 준 택시운전사 김사복을 모티브로 했다. 송강호는 실재하지만 실체는 없는 이 미지의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언제나 진정성 있는 내면의 연기로 신뢰감 주다

▲ 배우 송강호

영화 <택시운전사>는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대한민국’으로 계엄령하의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광주를 취재해 전 세계에 5·18 사태의 참상을 알린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피의 한복판에 들어갔다 온 평범한 소시민 택시운전사 김사복, 두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극 중 송강호가 분한 김만섭은 11살 난 딸 은정(유은미 분)을 키우는 홀아비 택시운전사다. 밀린 월세 독촉에 시달리던 중 외국인 손님을 태우고 광주를 갔다가 돌아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아무 고민 없이 광주로 떠난다. 1980년 5월18일. 단지 택시비 10만원을 벌기 위해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 ‘만섭’. ‘딸라를 벌어야’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는 줄 알고 ‘데모를 하는 학생들은’ 피해나 주는 문제아라고 여기던, 나쁜 정부와 거짓 언론에 이용당한 소시민 만섭에게 광주 그곳의 참상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가려진 진실’이었다.

송강호는 서로 다른 두개의 눈이 빨갛게 충혈될 때까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현실을 두 눈 감지 않고 똑똑히 목도한다. 송강호는 이토록 변모하는 인물의 감정선을 통해 지극히 전형적인 내러티브를 살려낸 것은 물론, 응어리진 시대의 고통을 통감하는 진솔한 연기로 관객들의 뜨거운 눈물샘을 자극했다. '택시운전사'가 관객의 힘으로 천만 영화 대열에 오른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또한 영화의 흥행 열기에 힘입어 실제 김사복 씨의 아들이 나타났고, 사실 결과 실존인물 김사복 씨는 광주의 아픔에 함께 공감하고 분노하며 기지를 발휘해 광주를 빠져나왔고 힌츠페터가 전세계에 실상을 알릴 수 있도록 도운 정의로운 시민이었음이 밝혀져 뜨거운 감동을 배가했다. 평범하고 투박한 듯 하지만 언제나 진정성 있는 내면의 연기로 신뢰감을 주는 배우 송강호는 제8회 올해의 영화상 남우주연상, 제26회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 제5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제38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다시금 입증했다. 무엇보다 광주 시민과 한국 관객들에 큰 위로와 희망이 되어준 송강호의 2017년 활약은 뭉클하고 묵직한 여운이 되어 남았다. 

뚝심과 재치로 완성된 신성불가침의 연기력
연극배우 출신의 송강호는 1~2년 단역생활을 거쳐 1997년 <넘버 3>에서 삼류 폭력조직 두목 조필 역을 맡아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조용한 가족>, <쉬리>, <반칙왕> 등으로 주연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국민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후 그의 곰 같은 뚝심과 재치로 버무린 신성불가침의 연기력은 <사도>와 <밀정>에서 최고조의 기량을 드러냈다. <사도>에서 40대에서 80대까지의 영조를 연기한 송강호는 얼굴 표정과 안면근육은 두터운 특수분장에 가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는 눈빛과 목소리 톤의 변화로 웬만한 배우는 흉내도 낼 수 없는 다양한 심리를 변주해냈다. 이러한 송강호를 영화인보다 더 사랑한 것은 역시 관객들이었다. 비록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더라도 작품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꾸준히 회자되는 작품도 많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의 이러한 행보가 20년 동안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이다. 그렇게 송강호와 관객 사이엔 오랜 시간에 걸쳐 두터운 신뢰와 애정이 쌓였다. 이는 연기력은 물론이고, 작품을 선택하는 눈과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