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와 문화로 빛나는 우리민족의 우수한 전통문화 속에서 민중들의 솔직한 감정과 정서를 잘 드러내주는 민중음악은 단연 ‘농악’이 아닐까싶다. 아침에 일터로 갈 때부터 저녁에 노을을 등지고 귀가할 때까지 어디서나 판을 벌일 수 있고,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민중음악으로 농군들의 노래와 춤, 가락과 노동이 결합된 서사적 집체극인 농악.
 

이경아 기자/ ka6161@

마을 전체의 행사인 기우제나 명절 등에 반드시 동원되어 선조들의 솔직한 감정과 정서를 악기와 몸짓, 춤으로 표현한 우리 전통문화를 지켜온 이들이 있다. “문화가 숨을 쉬어야 모든 것이 발전된다.”는 사명감으로 울산농악을 보존하고, 계승하는데 사력을 다해온 울산농악보존회 양동위 회장. 울산농악의 저변확대와 더불어 다양한 국악봉사로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울림을 전하는 양동위 회장을 만나 우수한 우리문화의 힘을 느껴보자.

‘울산농악’, ‘매귀악’ 울산 전통문화 발전에 기여

▲ 양동위 회장

1989년 제21회, 1990년 제22회 경상남도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울산시 대표로 울산쇠불이놀이로 우수상을 수상한데 이어, 울산농악놀이는 양 회장의 연출아래 1991년 제23회 경상남도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세번째 발을 내딛었다. 울산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울산읍지’에 수록된 농악의 형태를 재현시켜 울산농악을 만든 양 회장은 오랜시간 직접 울산지역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의 놀이문화를 접하고 연구하는 등 그들의 정서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사력을 다해온 인물이다.

특히, 타지역 농악과 차별화된 울산농악만이 가진 특색은 울산농악12마당놀이의 소품인 귀두가면탈과 오색고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단색 또는 두 가지 정도의 색을 가진 타지역 농악과 달리 울산농악은 '오방신'으로 불리는 오색고깔로서 청·백·적·흑·황색의 5색을 넣어 동·서·남·북·중앙을 상징한다. 또한 귀두가면탈은 보기에는 험상궂고 무섭지만, 잡귀를 몰아내고 집안의 복과 평온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를 지닌 탈로서 방패와 삼지창과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화려한 의상과 독자적인 독특함이 바로 오랜 세월동안 세련된 미와 화려함을 가졌다는 평을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경쾌함과 어두움 두 가지 분위기가 공존해 있는 울산농악은 KBS 6시내고향과 MBC 노래하는 중계차에 소개되기도 했으며, 울산처용문화제, 울산태화강 연등축제, 외국인 한가위큰잔치, 평생학습축제 등 지역대표 문화축제에 매년 초청받아 문화 발전에 이바지 해오고 있다.
“저희 울산농악이 동구에 있다보니 동구지역의 농악놀이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요즘 지역내에 다양한 농악놀이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저희 울산농악은 울산읍지에 수록된 작품으로서 울산 대표 농악놀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함께 즐기고 응원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편, 양 회장은 24회 경상남도 민속예술경연대회에 직접 기획과 연출을 맡은 울산 매귀악(일명 지신밟기)을 출품해 장려상을 수상하며 또 한번 지역문화발전에 일조했다. 오늘날의 지신밟기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매귀악을 복원시켜 정월대보름이면 지역민에게 문화축제의 장을 선보이며 울산문화의 자긍심을 일깨우고, 후손들에게 발전, 계승시키고자 혼신을 다하는 양 회장의 모습에서 끝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이 시대 문화지킴이의 소명이 무엇인지 해답을 찾게 해준다.

30여년을 이어온 소외계층을 위한 재능봉사
124여 명의 회원이 함께하는 울산농악보존회는 봉사단체로서 많은 귀감을 자아낸다. 25~35여명의 회원들이 번갈아가며 월 2~4회 울산지역 내 경로당과 요양원, 노인복지관 등을 찾아 노인들에게 농악과 사물놀이를 선보일 뿐 아니라, 지역의 수많은 학교에서 특강을 하는 등 재능봉사에 앞장서왔다. 또한 울산농악놀이와 매귀악 계승을 위해 배움의 뜻을 품고 찾아오는 수강생들을 위해 무료전수를 주도하며 21세기 차세대 문화예술인 배출에도 열성을 다해왔다.
“생업에 종사하시면서도 소외계층을 위해 무료공연을 준비하고, 늘 한마음으로 봉사에 참여해주시는 저희 회원들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중 나쁜사람은 없어요. 악기를 소중히 여기고, 소품을 내 것처럼 아끼고, 공연을 보는 이들과 하나되어 소통하는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늘 존경스럽습니다.”

이어 양 회장은 30여 년 전 처음 울산으로 내려와 문화의 불모지와 같은 이곳을 우리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문화예술의 허브로 발돋움 하고자 전국 유수의 무형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소리와 춤을 사사받는 등 홀로 고군분투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예술하는 사람은 가난하다고 하듯이 저도 한평생 문화예술 분야에 혼신을 다했어요. 그러다보니 저희 가족들에게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하게 한 것 같아 미안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옆에서 응원하고 지켜봐준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지난해 명지대학교 사회교육원 전통연희지도자과정(무용) 지도자자격 취득, 양산학춤 전수과정 교육을 수료하고 일반교육강사 자격을 취득해 울산농악놀이 전수조교로 활동하는 등 자신의 옆에서 뜻을 함께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아내에 대한 사랑에 감사함을 표했다. 더불어 어린시절부터 아버지 밑에서 풍물놀이를 배우며 일찍이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실력을 입증 받은 삼남매가 지금은 각기 다른 뜻을 펼치고 있지만 머지않아 가족 모두 함께 공연할 날을 그리며 가족들의 응원에 보답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울산지역에 민속놀이 무형문화제가 없음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양 회장은 “제가 죽는 날까지 울산농악놀이와 매귀악(일명 지신밟기)을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켜 울산시 지정 무형문화제로 이름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후손들에게 이 작품들을 통해 전통문화 속 선조들의 혼과 얼을 전하고, 우리문화의 자긍심을 키워주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울산농악이 세계적으로 울산문화를 알리는데 기여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합니다.”라고 전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먼 훗날 후세들에게 문화의 한 자락이 되듯, 신명나는 울산의 가락. 춤. 소리로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를 보여주고 있는 양 회장의 발자취가 가슴 속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