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이 땅에 미8군쇼가 시작된 지 60주년, 그리고 미8군 무대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그룹사운드의 첫 음반이 발표된 지 5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따라서 남이섬에 있는 노래박물관에서는 지난 4월26일부터 8월31일까지 ‘기록으로 보는 미8군쇼 60년사 & 대한민국 그룹사운드 50년사 특별전’이 성대히 열렸다. 전시 구성 및 진행은 필자가 맡았다.

아울러 지난 8월 24일, ‘대한민국 그룹사운드 50주년 기념비’ 제막식과 더불어 축하공연이 함께 펼쳐졌다. 남이섬 유네스코 에코스테이지에서 필자의 사회로 진행된 이 ‘그룹사운드 50주년 축하공연-젊음의 외침, 시대의 울림’에는 우리나라 그룹사운드 역사를 이끌어온 1세대 그룹인 ‘키보이스’부터 ‘YB’까지, 196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시대별 대표 그룹들이 출연해 그룹사운드 50년사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그룹사운드가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 He5의 '초원', 키브라더스의 '장미빛 스카프', ‘그리운 건 너(데블스)’, ‘등불(영사운드)’, ‘당신은 몰라(검은나비)’에 이어 장미화의 ‘서풍이 부는 날’,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 백두산 ‘주연배우’ 등 70년대와 80년대를 풍미했던 노래들에 이어 YB가 등장, ‘나는 나비’까지 시대별 히트곡들을 관객들과 함께 소리 높여 외쳤다.
시대별 흐름과 변천사를 되돌아본 ‘대한민국 그룹사운드 50년사 특별전’의 현장, 그 다섯 번 째.

글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저널리스트)

올해는 이 땅에 미8군쇼가 시작된 지 60주년, 그리고 미8군 무대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그룹사운드의 첫 음반이 발표된 지 5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1964년은 대한민국 그룹사운드의 첫 독집음반이 등장한 해다. 키보이스는 ‘한국의 비틀즈’로, 에드포는 ‘한국의 벤처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 1997년에 결성한 YB(윤도현밴드), 멤버는 스캇 할로웰(기타), 윤도현(보컬), 박태희(베이스),김진원(드럼), 허준(기타)

각 악기 숫자만큼의 멤버가 직접 연주하고 노래한다고 해서 ‘보컬그룹’이라고도 했다. 이후 록그룹, 밴드 등 시대마다 불리어진 용어가 조금씩 달랐지만 여기서는 ‘그룹사운드’로 통칭한다.
1960년대 트위스트, 소울 붐을 거쳐 70년대 고고시대를 질주했던 이들은 이어 등장한 대학가요제 등에서 배출된 캠퍼스 그룹사운드들과 합류하며 80년대 헤비메탈, 포크락, 언더그라운드 등 다양한 형태로 세분화된다. 90년대 테크노사운드와 댄스그룹시대, 2000년대 아이돌 그룹에서 홍대 인디밴드까지... 다양한 형태로 록의 시대를 구가하며 젊음을 소리 높여 외쳤던 그룹사운드, 1964년부터 2014년까지의 씬(scene). 먼저 미8군쇼 출신 그룹사운드들을 살펴보자.

미8균쇼의 스타들, 그룹사운드
‘노래는 가수, 연주는 악단’이라는 공식을 당연시 했던 시절, 비틀즈의 등장은 세계 그룹사운드의 형태를 순식간에 바꾸어놓는다. 기타 세 대와 드럼만으로도 노래와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획기적으로 제시해주었고 이것은 곧 미8군쇼에서도 15명 내외의 쇼단이 아닌, 7~8명의 패키지쇼(Package Show)라는 또 다른 형태의 공연을 탄생시켰다.

비틀즈의 노래와 연주가 미8군 밴드의 연습 테마였고 곧 무대에서의 주요 레퍼토리였다. 바로 이들이 1964년, ‘젊은이들만의 또 다른 문화’의 고고한 탄성을 알린다. 키보이스의 첫 독집 음반 ‘그녀 입술은 달콤해’, 에드포의 ‘빗속의 여인’이 그것.

이후 화려하게 펼쳐지는 한국 록 그룹의 황금기를 일구어낼 초기 자양분,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이 음반들을 시작으로 미8군 그룹들은 점차 한국적인 감성과 접목하며 이후 대한민국 그룹사운드 50년사를 이끌었다. 미8군쇼에서 출발, 우리나라 그룹사운드사를 연 주인공들을 살펴보자.

▲ CNBLUE, 2010년 미니앨범'Bluetory'로 데뷔, 정용화(리터, 기타, 메인보컬, 랩), 이종현(기타, 보컬), 강민혁(드럼), 이정신(베이스, 랩)

신중현과 에드포 미8군에서 ‘재키’ ??히키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4인조 그룹 ‘에드포’ 결성 이후 그만의 록그룹사운드 계보를 이어가며 속칭 ‘신중현 사단’이라 일컬어지는 가수들을 발굴, 대한민국 록 음악을 이끌었다.

키보이스 '대영'에 소속, 송영란과 함께 팩키지쇼 '락 앤 키즈(Lock & Keys/자물쇠와 열쇠들)'로도 활동했던 5인조 키보이스, ‘한국의 비틀즈’라는 타이틀로 그룸사운드 최초 음반을 발표했다. 1964년.

He5 '그룹사운드의 왕자‘로 자리매김한 He5. 이후 멤버를 보강해 He6로 활동. 이들의 공연에는 항상 3000석 규모의 시민회관 관중석이 꽉 찼을 정도.

바보스 실력 있는 그룹이 군웅활거했던 미8군쇼. 걔중에는 라이브만을 고집해 음반 기록을 남기지 않은 팀도 많아 한편 아쉽다. 김선 이진 박명수 등이 멤버로 활동했던 바보스.

조커스 21센트리쇼라는 패키지쇼에서 라틴음악을 추구하던 조커스 탄생시켜. 멤버 가운데 드러머 조갑출로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수용 장웅범 강선우.

윤항기와 키브라더스 트럼펫에 트럼본, 플룻까지 포함해 브라스 밴드를 지향했던 6인조, 윤항기와 키브라더스. 

데블스 영화 ‘고고 70’의 주인공, 그렇듯 ‘고고 세대’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6인조 록그룹.

김혜정과 검은장미 8군클럽을 서는 오디션을 통과하기 위해 헤쳐 모여를 반복하고 부킹되는 스케줄에 따라 멤버 교체도 잦았다. 미8군쇼 출신 윤신호 김혜정 부부가 검은나비에서 활동하다 ‘김혜정과 검은 장미’로 독립했다.

김트리오 김대환, 조용필, 이남이(이전 최이철)의 김트리오. 미군 캠프촌의 오픈밴드로 실력을 다졌다. 이렇듯 미8군쇼 활동을 거쳐 등장한 대한민국 그룹사운드는 1960년대 트위스트, 소울 붐을 거쳐 70년대 고고시대를 질주했던 이들은 70년대 중반, 이른바 ‘대마초파동’을 전후로 급격히 속도를 멈춘다.

이 틈을 타 그룹 리드보컬들이 대거 솔로로 등장, 대중음악을 리드하는 가운데 이어 등장한 대학가요제 등에서 배출된 캠퍼스 그룹사운드들과 합류하며 80년대 헤비메탈, 포크락, 언더그라운드 등 다양한 형태로 세분화된다. 90년대 테크노사운드와 댄스그룹시대, 2000년대 아이돌 그룹에서 홍대 인디밴드까지... 다양한 형태로 록의 시대를 구가하며 젊음을 소리 높여 외쳤다.
지난 4회에 걸쳐 돌아본 그룹사운드, 그 다섯 번 째.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 그룹사운드의 현주소는 어떠했을까.

▲ 장미여관, 2011년 데뷔, 윤장현(베이스), 배상재(일렉기타), 강준우(기타, 보컬), 육중완(기타, 보컬), 임경섭(드럼)

1990년대-테크노 뮤직 시대의 그룹사운드 현주소
1992년 3인조 남성 댄스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촉발된 '아이돌 신드롬'은 그룹사운드 지형까지 크게 바꾼다.
공일오비, 부활, 넥스트, 신대철과 자유 등 80년대의 연장선으로 문을 연 90년대는 곧 이어 댄스그룹과 힙합이 시장을 강타, 신세대 그룹들인 듀스, 클론, HOT, D.J DOC, SES, 핑클 등 아이돌 그룹의 전성기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음반 산업은 CD와 카세트만을 제작, 레코드판 생산이 중단된 것이 그러하듯 어쿠스틱이 점차 테크노로 전환되며 댄스음악과 컴퓨터 음악이 주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테크노 뮤직이 대중음악계를 장악한 가운데 윤도현 밴드, 블랙홀이 그룹사운드의 맥을 이었고 다른 한 편에서는 홍대클럽밴드라 불리는 인디음악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말 달리자’의 크라잉넛, ‘하하하송’의 자우림을 비롯해 노브레인, 델리스파이스, 황신혜밴드, 언니네이발관 같은 인디밴드들이 속속 화제 그룹으로 부상했다.

2000년대-대한민국 그룹사운드,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꾸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또 다른 진화의 길로 들어선 2000년대 대중음악은 '한류'와 함께 세계화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MP3의 등장은 모든 음악을 언제든지 듣고(스트리밍) 복사(다운로드)할 수 있는 음반판매의 시대에서 음원판매의 시대로 음악시장이 급격히 바뀌었다.
한류와 음원 쪽에서 막대한 수익을 얻은 대형기획사들은 소녀시대, 빅뱅, 2P.M 등 몇 년씩 준비한 가수와 음반들을 세계시장에 진출시키며 상장기업으로 성장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오 필승 코리아’와 함께 부활한 그룹사운드의 생생한 라이브는 점차 홍대클럽으로 이동, 다양한 음악적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그룹사운드 음악은 당대 젊은이들의 정서를 대표하던 문화였다. 허나 갈수록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세태는 다양성과 진취성보다는 안정성을 선호, 획일적으로 만들어진 음악에 안주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젊은 날의 꿈과 열정을 담아 시대를 소리 높여 외쳤던 대한민국 그룹사운드, 대한민국의 영광의 순간들과 함께한 이들은 그룹사운드 5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꾸고 있다.
아울러 자유로운 예술을 표방하며 도전과 실험정신이 담긴 '인디음악'이 주목받고 있고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윤수일밴드 등의 건재와 함께 갈수록 획일화되는 컴퓨터음악에 대항해 기존 뮤지션들이 모여 결성한 슈퍼그룹 The Band의 탄생은 주목할 만하다.
대한민국 그룹사운드,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꾸고 있는가? 점점 획일화되며 한 축으로 기울어지는 이즈음, 새는 양쪽 날개로 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볼 대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