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최민식의 할리우드 진출작 영화<루시>가 북미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지난 7월25일(현지시각) 박스오피스 전문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닷컴의 집계에 따르면 <루시>는 개봉 첫날 171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리며 일일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이종서 기자 jslee@

▲ 배우 최민식

<루시>는 액션의 거장 뤽 베송이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스칼렛 요한슨과 모건 프리먼이 출연하고 특히 최민식의 첫 해외 진출작으로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루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여자 ‘루시(스칼렛 요한슨 분)’가 남자친구를 대신해 지하세계의 절대악 ‘미스터 장(최민식 분)’에게 납치돼 몸속에 강력한 합성약물을 넣은 운반책으로 이용당하다가 초능력을 얻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국내 개봉일은 9월 4일이다.

타고난 연기력으로 미친 존재감 발산
흥행 청신호를 밝힌 <루시>에 영화 팬들은 극중 최민식의 비중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뤽 베송 감독이 직접 한국까지 찾아오며 캐스팅에 열을 올린 최민식은 이번 영화에서 루시(스칼렛 요한슨)를 이용하고 끝없이 추격하는 영화의 핵심적인 인물인 미스터 장 (Mr. Jang)을 연기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에 따르면 최민식은 <루시>에서 크레딧 세 번째로 이름을 올렸으며 타고난 연기력으로 미친 존재감을 발산했다. 앞서 공개된 <루시> 예고편만 봐도 최민식이 어떤 모습으로 스칼렛 요한슨과 호흡을 맞췄는지 알 수 있다. 예고편에서 최민식인 영어가 아닌 한국말을 사용, 통역기를 통해 스칼렛 요한슨과 대화를 나눈다. 여유로운 척 대사를 읊지만 그의 눈빛은 그 자리에서 사람을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강렬하고 매섭다. 눈물을 흘리며 애걸복걸하는 스칼렛 요한슨 앞에서 독기서린 표정을 지으며 “빨리 가방 열어!”라고 소리치는 최민식은 보는 이들의 오금을 저리게 할 만큼 공포스러워 또 다른 장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최민식을 통해 색다르게 그려진 동양인 마피아의 매력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실제 영화와 예고편을 접한 관객들은 “최민식 비중 그렇게 크지는 않은데 확실히 화면을 장악하는 포스가 있다”, “누구는 최민식의 영화라고도 하던데”, “최민식 한국에서도 그렇게 유명한 배우라며? 정말 멋지다. 놀랐다”, “우리나라가 자랑하고 싶은 배우다. 드디어 할리우드 진출 축하”, “예고편만 보면 스칼렛 요한슨이 최민식 기에 눌리는 듯” 등 반응을 나타냈다.

영화 <명량>서 성웅 이순신 완벽 연기

▲ 영화 명량에서 열연하고 있는 최민식

배우 최민식에게 ‘이순신’이란 아무리 손을 뻗어도 가 닿지 않는 신기루 같은 존재였다. 유일하게 믿을 구석이었던 <난중일기>를 외우다시피 곱씹고 또 곱씹어도 이순신이란 이름의 이정표는 점점 더 아득해졌다. ‘범인(凡人)은 감히 상상조차 못 할’ 그분을 연기한다는 건 최민식에게 도전임과 동시에 딜레마였다. 영화 <명량>은 왜군의 간계에 의해 왕과 조정으로부터 버림받고 파면 당했던 이순신이 명량에서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무찌른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다.
<최종병기 활>로 747만 관객을 사로잡은 김한민 감독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와 인물을 스크린으로 호기롭게 불러왔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는 스크린 안에서 장엄하고 박진감 넘치게 펼쳐지며 관객들에게 전장의 지독한 외로움과 치열함을 간접체험하게 한다. 이는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의 정성이 더해져 가능했던 일이다.
최민식은 ‘전쟁액션대작’이라는 표피 안에서 진정성과 진심을 다한 연기로 이견 없이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그의 이름 석 자가 충무로에서 갖는 의미와 무게감은 부러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압도적이다. 1982년 극단 ‘뿌리 우리 읍내’로 배우 인생을 시작한 그는 드라마 <서울의 달>, <넘버3>, <조용한 가족>, <쉬리>, <해피 엔드>, <파이란>, <취화선>, <올드보이>와 최근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신세계>까지. 장르와 역할을 넘나들며 자신의 이름에 신뢰라는 날개를 달았다. 그런 그에게도 성웅 이순신을 연기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중압감을 안겨주는 일이었다. 아니, 오히려 이순신에 대해 어렴풋이 알았을 때만 해도 이토록 두 어깨가 무겁진 않았다.
<난중일기>가 너덜너덜해지도록 읽고 관련 사료를 샅샅이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이순신은 완벽하다”는 문장만 가슴에 명징하게 아로새겨질 뿐이었다. 상상력을 배우의 기본 자산으로 여겨온 그이지만 완벽한 인물 이순신을 상상력에 의존해 연기한다는 건 그야말로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는 촬영장을 눈물과 땀과 열기로 채운 수많은 조연, 단역 배우들의 투혼이 없었다면 <명량> 역시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대사 한마디 없지만 묵묵하게 노를 젓고 치열하게 칼을 휘두른 배우들이 없었다면 <명량>의 감동이 이토록 묵직하게 전달되진 못했을 터다. <명량>은 류승룡이 탁월한 지략을 갖춘 왜군 용병 구루지마를, 조진웅이 이순신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한 왜군 장수 와키자카를 맡아 연기했다. 이외에도 김명곤, 진구, 이정현, 권율, 노민우, 김태훈, 오타니 료헤이, 박보검이 가세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