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 오전 10시,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는 (사)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회원들이 ‘서울시 지하도 상가 공개입찰 반대 및 제소전화해 철폐요구 규탄대회’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와 함께 개최했다.
지난 해 4월 서울시내 29개 지하도상가 임차인들에게 서울시가 “점포를 비워라”라고 통보하면서 서울시내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심기는 대단히 불편한 상황이다. 이후 서울시는 특정 대기업과의 유착 의혹 속에 특혜 입찰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제소전화해 조치를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서울시의 부당한 행정조치를 저지하기 위해 정인대 이사장을 비롯한 수많은 회원들이 지난해부터 규탄대회를 27번째 계속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현재 지하도상가 상인들과 일체의 대화마저 거부한 채 법적 수순만 차곡차곡 밟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 해 4월 10일, 강남역 지하도상가 35개 임차인들에게 갱신계약 거절통지를 보내면서 지하도상가 문제는 촉발되었다.
지난 2003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 상가임대차보호법상 5년 기간이 만료되는 해당 점포들 중 처음으로 그 기한이 도래한 이들 35개 점포에 대해 2008년 5월 31일까지 점포를 비우라고 통보를 한 것이다. 기한 내 점포를 비우지 않으면 명도소송 등을 통해 강제로 내쫓겠다는 입장이며 서울시의 이 같은 방침에 맞서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지난 해부터 대규모 집회를 열고 서울시 방침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02년에도 같은 분쟁, 원만히 해결한 전례 있어

서울시내 지하도상가 상인들이 이처럼 서울시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결국은 생존권과 재산권에 얽힌 부분이다. 상가 설립과 동시에 초창기부터 상권 형성을 위해 자신들이 들인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삶의 터전인 점포까지 날아간다고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목 좋은 지하도상가의 경우 권리금만 수억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상인들 주장의 요체 중 한 가지인 권리금은 지난 수십 년간 자신들이 기울인 노력의 대가로 생긴 재산권이라는 것이다. 권리금은 물론 법적으로는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그동안 지하도 상가는 양도ㆍ양수라는 형식을 빌려 오랜 기간 동안 법적으로 보호를 받아왔다.
서울시가 현재 추진하는 공개경쟁 입찰방식을 도입하게 된다면 한 순간에 이 같은 자신들의 재산이 날아가게 됨은 물론, 지난 수십 년 동안 터를 잡고 쌓아온 자신들의 모든 기반과 상권이 일거에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이 이들을 이토록 절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 해 4월 10일 강남역 35개 임차인에게 갱신계약 거절통지를 보낸 것을 시작으로 일련의 수순을 밟아 나가자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사)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를 중심으로 그동안 수많은 집회를 열면서 강력하게 반발을 계속해 오고 있다.

서울시와 지하도상가 상인들 간의 계약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002년에도 있었다. 서울시가 2002년 11월 4일 업무연락을 통해 서울시 지하도상가의 점포 갱신계약 및 양도ㆍ양수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고 이번과 같이 공개경쟁 입찰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던 것.
이 당시에도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크게 반발했었고 이에 서울시는 지하도상가 갱신계약 및 양도ㆍ양수의 전면금지 조치를 11월 4일 이후 연합회 비대위와 11월 8일 1차 면담을 시작으로 수십 차례의 협의를 진행했지만 쉽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지속적인 면담과 협의를 통해 공개경쟁 입찰을 철회했고 상인들은 ‘서울시장이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 한해 수의계약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서울시 지하도상가 조례 제5조에 근거해 공개경쟁입찰은 철회될 수 있었던 것.
그 당시 서울시는 공개경쟁입찰의 철회 대신 임대료와 보증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들고 나왔지만 이것 역시 1년 넘는 반발을 통해 소폭의 인상된 금액으로 임대료와 보증금 인상이 조정되면서 그 갈등은 마무리된 바 있었다.

전례를 깨고 서울시 법적 수순 밟아
정 회장, “본인 및 연합회 회원들의 강력 저지 있을 것”

서울시는 지난 해 4월 30일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선 계약기간이 5월 31일자로 만료되는 강남역 지하도 상가 35개 점포를 시작으로 계약방법을 일반 경쟁입찰로 일괄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시는 상인들의 계속된 저항과 집회에 주춤하면서, 금년 1월 9일 새로운 보도자료를 내고 강남권 지하도상가와 강북권 지하도상가를 분리하여 입찰을 추진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강남권 5개 지하도상가(강남역상가, 반포터미날 3개 상가, 영등포역상가)는 나머지 24개 상가와 달리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민간의 자본을 빌려 상가 리모델링을 조건부로 하는 통째입찰을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강북권 24개 상가는 3년간 연장계약을 실시하되, 제소전화해 조서를 첨부하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던 것이다.
이에 사단법인 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측은 서울시가 강남권 5개 상가에 대해 민간위탁을 통째로 시키는 것은 특혜성 입찰로서 유착의혹을 강력하게 들고 나왔고 결국 지난 2월에는 해당 기업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을 뇌물수수 및 공여라는 죄목으로 검찰에 형사고발하기도 했다.
또한 강북권 24개 상가에 대해서는 제소전화해 조치를 강요하면서 3년뒤에는 상인들이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점포를 비울 수밖에 없는 화해조서 첨부의 연장계약을 강제하고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서울시의 횡포에 상인 연합회 대표인 정인대 이사장은 “서울시가 일반 경쟁 입찰이라는 허울로 기실은 목 좋은 곳에 있는 지하도상가를 리모델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재벌이나 대기업에게 넘기려고 한다”며 서울시의 부당한 정책을 비판하면서 정부와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출하고 한나라당사 앞에서 집회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정인대 이사장은 “지난 해 4월 23일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이 위치한 충무로 1가 지하의 회현 지하도상가에 대한 현황과 관련자료를 취득해 회현상가의 업종과 영업현황 등 실태 파악에 나섰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상인들에 의해 형사고발 당하면서 그 전모가 드러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시는 도로행정담당관 이해우를 앞세워 법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명도소송을 강행하고 있으며 일부 상인들을 회유해 전체 상인들의 뜻인 양 호도하고 있고 연장계약서에 제소전화해 조서를 첨부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한다고 공갈,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는 서울시 지하도 상가 상인들의 임차권과 생존권을 박탈시켜 대기업 또는 민간에게 위탁시키고자 혈안이 돼 있어 상인들은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사생결단으로 투쟁할 것”이라 밝혔다.
정부의 지하도상가 정책방향에 대해 정인대 이사장은 “정부는 2006년에 ‘재래시장 및 상점가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전면 개정해 지하도상가를 포함한 상점가 영세 상인을 보호 육성하기 위한 입법조치를 실시했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해당 주무부서인 중소기업청은 서울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가 동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상인들의 생존권을 억압하고 협박하는 작태에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가 지하도상가의 양도 및 양수를 개인의 재산권처럼 매매를 허락하고 이를 수십 년간 인정해 왔는데 갑자기 특혜성 입찰을 강행하거나 민간위탁을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조치다”라고 주장하면서 “정부는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할 것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횡포를 견제하고 상인들을 현실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지하도상가에서 야기되는 문제점의 공통사항 중 하나로서, 대형 유통업체와 재벌 등의 SSM 및 대형 마트의 무분별한 신설 등 횡포로 인해 재래시장 및 동네 슈퍼와 많은 영세 상인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하는 정인대 이사장은 앞으로 이러한 문제점도 아울러 해소하는 데 연합회는 물론 정인대 이사장 본인도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임을 피력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