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연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의 행보가 화제다. 권희연 교수는 자연의 사실적 표현보다 자연을 발견하고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내면 감정의 장면을 묘사해 평화로움과 함께 신비로움을 전달하고 있다.

▲ 권희연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권희연 교수의 <生 - 낮은 곳>은 자연의 질서 속에서 삶을 반추하며, 현실 사회의 삶에서 내재적 정서의 순화와 도야는 자연의 섭리 가운데 아주 미세한 요소에서도 깨닫고 이루어질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시작된다.

자연의 이치와 섭리가 인간의 삶 속에서 소통되기를 바라다
권희연 교수는 “자연이 부여해준 생명력을 아주 작은 곳에서 찾게 되었고, 지표의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되는 풀의 생장작용이나 생명력에서부터 작품에 대한 자연스러운 출발이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권희연 교수가 <生 - 낮은 곳>에 이르는 도정은 1990년대 후반의 연작 <生>으로 소급된다. 대체로 세 번의 스텝을 밟아 오늘에 이르렀다.

처음의 것은 구두 닦는 노인, 중년의 노동자들, 일터의 아줌마 부대 같은 기민층의 애환을 다룬 탐색시절의 작품들이다. 이 시절엔 묵과 채색의 토낼리티가 중요한 요소였다. 두 번째의 것은 장지에 채색으로, 2000년대 초중반 원경의 숲이나 수목을 배경으로 전경의 꽃을 클로즈업한 사경(寫景) 중심의 그림들이다. 원경은 여린내기의 실루엣으로 하고, 근경은 치밀성·생략·단순화를 빌려 양식화한 백난과 백합, 야생소국(구절초)을 주 모티브로 다루었다.

근작 <生 - 낮은 곳>은 2007년 이후 현재에 이르는 생애의 세 번째의 스텝을 보여준다. 여기서는 확실히 사경을 넘어선다. 근작들은 앞 절에서 언급한 자연과 의상의 접점을 시도함으로써 사경을 극복한다. 처음에는 그래픽한 획으로 풀의 율동을 강조하다가, 점차 화면을 하늘과 대지의 2분화를 시도하거나 그리드에 의해 오간색조의 ‘색면 섹션’으로 처리하거나, 우유빛 홍조의 발염을 도입하는 변조를 시도한다. 초기 기민층의 애환을 다루었을 때는 수묵의 연계선에서 채색을 다루다가, 점차 순수한 채색으로 발전해서, 지금은 최소한의 수묵과 최대한의 채색을 구사한다. 역시 화면처리의 한 특징이 아닐 수 없다. <生 - 낮은 곳>은 자연의 이치와 섭리가 인간의 삶 속에서 소통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수반되었다.

▲ 生-낮은곳

‘낮은 곳’은 위치상에서 지목되는 것, 즉 함축된 의미 부여와 함께 생명의 서식처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생명체, 특히 식물성을 중심으로 한 생명체로 땅에서 시작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자연의 이치를 전제로 그 의미를 강조한다. 생명체가 중력에 반응하는 것, 즉 중력에 의해 생명체의 근원이 땅을 지향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이른바 대상성에 집중하기보다는 함의하는, 즉 그림의 지향하는 바가 궁극적으로는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는 크리스천의 기원을 함의하여 표현하는 것이 집주되는 것이다. 또한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와 같은 염원의 맥락으로 낮은 것들, 비천한 것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표현이며, 내려놓는 허정(虛靜)한 마음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비천한 것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표현
권희연 교수의 작품 주제들은 일관되게 ‘낮은 곳의 삶’을 다루는 걸로 일관해왔다. ‘낮은 곳’은 대체로 고단한 삶이 이루어지는 기민층들의 터전으로부터 우거진 자연의 숲을 거쳐, 근작의 풀밭으로 이어졌다. 그의 ‘낮은 곳’은 생명의 서식처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생명체는 땅에서 시작된다는 전제에서 ‘굴지성’을 강조한다. 굴지성은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같은 크리스천의 기원을 기의의 상층부로 하는 카운터 파트로서 하단부를 이룬다.

▲ 대조영

낮은 것들, 비천한 것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표현이다. 기의의 하단부인 굴지성은 중력에 의해 식물의 뿌리가 땅을 지향하는 이른바 향지성(向地性)을 빌려 넓게는 생명체들의 순환을 대지와 연관시킨다. 이에 반해, 기의의 상층부는 모든 생명체들의 순환을 생명의 향천성(向天性)으로 규정하고 이를 크리스천의 마음으로 감싸 안으려는 데 뜻이 있다. 최근 권희연 교수의 작품 시리즈인 <어부가 있는 곳> 또한 같은 맥락으로 지향하는 바가 연결된다. 이는 주관자가 운행하는 우주질서에 따라 생장작용을 하는 모든 생명체들의 생명력, 즉 자연의 순리에 따르고 하늘의 이치에 따르고자 하는 바와 같이 사람 또한 순응하며 자신을 내려놓음으로써 마음을 포용하고 얻게 되는 진리를 추구하는데 뜻이 있다.

숙명여대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졸업 후 홍익대학 일반대학원 미술학 박사를 졸업한 권희연 교수는 지금까지 16회의 개인전과 260여 회의 국내외 유수의 기획초대전 및 단체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해왔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서울미술대전 심사위원, 안견미술대전 심사위원, 단원미술제 심사위원 등을 역임한 그는 고구려 고분벽화문화원형 디지털 콘텐츠 개발, 동아시아 고대 문화의 빛 고구려전시 총감독, 발해 고왕 대조영 정부표준영정 제작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이같이 창작과 더불어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순수예술 영역이 문화를 이끄는 뿌리이며 모태이라는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후학에게 한국화를 지도하면서 작가의 정체성과 작품의 근간인 내면의 정신성을 함양시키는 데 주력하는 것 또한 이 시대 물질 만능주의로부터 순수예술의 가치와 위상을 지키고자 함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