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 <사랑니>, <은교>의 정지우 감독이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에 놓인 세상을 다 가진 남자 ‘임태산’의 이야기를 그린 <침묵>으로 돌아왔다. 탁월한 연출력으로 관객들의 신뢰를 쌓아온 스토리텔러 정 감독이 빚어낸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흥미진진한 설정, <해피엔드> 이후 18년 만에 조우한 최민식과의 시너지가 더해져 올해 가장 강렬한 드라마를 선사할 예정이다.

신세영 기자 syshin@

영화 <침묵>(11월 2일 개봉 예정)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의 이야기를 그린다. “돈이 곧 진심”이라고 믿고, 때론 오만해 보일 만큼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찬 ‘임태산’이 약혼녀가 살해당하는 충격적 사건을 경험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딸이 지목되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며 시작된다. 정지우 감독은 “우리가 보이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는데, 그것이 사실일 수는 있어도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 드라마를 통해 그 사실과 진실이라는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게 된 임태산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가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구조 속 사랑과 부성애, 슬픔과 회한, 분노와 참회를 오가는 섬세한 감정선이 얽힌 강렬한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죽은 약혼녀와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딸, 각자의 확신에 찬 변호사와 검사, 사건의 키를 쥔 목격자까지, 임태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은 극적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해피엔드>(1999) 이후 18년 만에 최민식과 재회한 정 감독은 “<침묵>은 장르가 최민식인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어 “그의 연기를 다시 볼 수 있는 것이 흥미진진했다. 절정에 다다른 한 남자 배우의 순간들을 여러 번 봤다. 짜릿하고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해피엔드>에서 최민식은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남편 ‘서민기’ 역할을 맡아 아내에 대한 배반감과 상실감으로 괴로워하면서도 강한 분노를 느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최민식은 “정지우 감독의 치열함과 날 선 논리가 더 영글고 깊어졌다. 이러한 스토리텔러가 있다는 게 한국 영화계에선 큰 자산이다”고 전했다.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에 완벽한 호흡을 더하다
<침묵>은 대한민국 대표 배우 최민식을 비롯해 박신혜, 류준열, 이하늬, 박해준, 조한철, 이수경까지 세대별 실력파 배우들의 가세로 신선하면서도 인상적인 앙상블을 완성해냈다.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 각기 다른 매력과 새로운 캐릭터 변신으로 극을 풍성하게 채운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은 영화적 재미를 배가시킨다. 박신혜는 미라의 변호사 ‘최희정’ 역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모두가 주목하는 큰 사건을 맡기에 경험도, 연륜도 부족한 초임 변호사이지만 강한 자존심 하나로 당당하게 재판에 임하는 당찬 캐릭터이다. 그녀는 미라에게 큰 의지가 되는 언니 같은 존재 최희정 역을 한층 성숙한 연기로 소화해 내며 영화에 힘을 실었다. 최근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 천만 배우로 거듭난 류준열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유나의 열성 팬 ‘김동명’ 캐릭터를 자신만의 매력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인기 가수 유나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독특한 캐릭터에 의외의 솔직함과 순수함, 인간미를 더한 류준열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매력적 인물을 완성했다.

▲ 정지우 감독과 배우 최민식

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을 통해 물오른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이하늬는 인기 가수이자 ‘임태산’의 약혼자 ‘유나’ 역을 맡았다. 캐릭터의 깊이를 위해 연구와 노력을 아끼지 않은 이하늬는 그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유나의 개성과 색깔을 만들며 극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여기에 <4등>에 이어 정지우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박해준은 굳은 신념을 지닌 검사 ‘동성식’으로 분해 사건을 끈질기게 쫓는 모습으로 우직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섬뜩한 악역부터 코믹한 신 스틸러까지 자유자재로 소화해 온 조한철은 임태산의 충실한 비서 ‘정승길’로 열연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임태산의 딸 ‘임미라’ 역은 <특별시민>에서 최민식과 부녀 호흡을 맞춘 신예 이수경이 맡아 눈 뗄 수 없는 연기를 펼친다. 최민식은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마치 서핑하는 것 같이 파도에 몸을 맡겨야 한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 각자 모양의 파도에 몸을 실으면 되었다. 매력적인 배우들과 작업을 하면서 다시 한 번 함께 작업하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촬영부터 음악까지 각 분야 최고 제작진의 치열한 노력
영화 <침묵>은 풍성한 볼거리와 탄탄한 연출력이 더해진 웰메이드 작품으로 각 분야 최고 스태프들이 총출동해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였다. <은교>를 통해 정지우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아름다운 영상미로 호평을 받았던 김태경 촬영 감독, 홍승철 조명 감독이 맡아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카메라와 빛의 움직임으로 극에 깊이를 더했다. 특히 태국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방콕 시내를 비롯 태국을 대표하는 강으로 잘 알려진 짜오프라야 강변에서 담아낸 현지의 이국적인 풍광은 결말의 여운을 한층 진하게 만든다. <도둑들>, <관상>, <옥자>에 참여했으며, 2014년 <해무>로 청룡영화상 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하준 미술 감독이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아 영화의 주요 공간인 지하 주차장과 법정을 리얼하게 구현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여기에 인디밴드 ‘눈뜨고 코베인’의 멤버이자 <은교>의 음악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연리목 음악 감독이 합류해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음악으로 감성을 더했다. <옥자>에서 개성 강한 의상을 선보인 최세연 의상 감독은 캐릭터의 매력을 살린 의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Q. <침묵>을 연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사람들은?너무나도 쉽게?어떤 사건이나 상황의 일면 일수도 있는 단순 사실을 진실의 단서라고?믿곤 한다.?나는?오래 전부터 ‘눈에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믿는 바람에 정작 진실이?가려지거나 왜곡되는 상황과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그리고 또 한 가지 관심은 주인공 캐릭터였다. 그에게서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성공을 이룬 사람들 다수가 가진 공통적?속성 같은 것을 느꼈다. 더 발전시켜보고 싶은 캐릭터였다.?이 두 가지 지점에?연출자로서 흥미를 갖게 됐던 것 같다.??

Q. 어떤 이야기인가?
- 큰 구조는 ‘범인 찾기 법정드라마’이면서, 한 남자가 자기 인생을 무너뜨릴 듯 밀어닥친 파고를 자기 방식으로 감당해내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세상의 눈에 ‘다 가진 사람’으로 보이고 스스로도 자신의 인생에서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느끼던 남자. 그는 정말 다 가진 것이었을까? 그가 그것들을 얻으려 애쓰는 동안 잃었던 것은 무엇일까? 만회 또는?복구하기 위해?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살인사건의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과 함께 그려내고자 했다.??????

Q. ‘임태산’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 달라.
- 전력을 다해 부를 이릈고 그 부가 자기 인생의 성공을 인증한다고 여기며 오만할 정도로 거침없이 살던 임태산의 상태가 우리 사회 ‘부의 실체’와 닮았다고 느꼈다. 그런 면에서 임태산은 비유적이고 상징적인 면이 있다. 그는 약혼녀를 사랑했고, 실패를 용납할 수 없는 승부사 본성을 가졌다. 그런 인물 임태산이 실패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어떤 고민과 선택을 하는지 따라 가보고자 했다. 다만, 영화의 구조적 특징상 그런 맥락은 숨기면서 드러내야 했다. 그 수위 조절과 표현방식은 최민식 배우가 임태산이었기에 시도해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연출적으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 기본적으로 ‘범인 찾기 법정드라마’의 구조와 틀 안에서 임태산의 내면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그려가고자 했던 것이 목표였으므로, 그 조화에 특히 신경 썼다.?또,?임태산의 고뇌와 승부사적 본능,?최희정?변호사의 자존심, 김동명의 순정,?동성식의?검사적 집착, 임미라의 결핍?등?사건과 재판에 관련된 캐릭터?각자의 입장 및?그에?합당한?클라이맥스를 갖추길?바랐다.?그런 바람으로 시나리오를 다듬어나갔고,?현장에서는 각 캐릭터의 욕망이 부딪히고 배우들 사이에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순간들을?지켜보며 즐겼던 것 같다.

Q.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 세상을 다 가진 남자에서 모든 것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한 ‘임태산’ 캐릭터를 연기한 최민식 배우의 속마음을 생각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캐릭터의 심리를 미뤄 짐작하면서 극을 따라가 보면 영화를 더욱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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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침묵>의 배우들에 대해 말한다면?
- 최민식 배우와의 작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흥미진진했다. 모든 면에서 좋았지만 특히 그가?어떤 감정을 ‘바람 한 점 살짝 스친’ 정도로 다르게 연기하는?순간에는?‘저런 미세한?차이의 표현이 어떻게 가능할까’ 눈으로 보면서도?믿어지지 않았고?전율을 느꼈다.?기본적으로 극중 캐릭터와 배우가 지닌?고유한 기질이 서로 잘 맞는 캐스팅이 이뤄지면, 연출은 이야기 속 인물 각자의 입장과 형편을 이해하고 드러내는데 집중하면 되니까 촬영이 즐겁고 짜릿하다. 이?영화가 그랬다.?최희정은 자존심 강하고 정의롭고 따뜻한 인물이다.?박신혜 배우도 그런 사람이다. 훌륭한 태도로 연기에 임해주었다.?김동명은 단순하게 말하면 열성팬 캐릭터인데, 자신의 욕망을 가식적으로 꾸미지 않는 ‘순정한 인물’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처음부터 류준열 배우를 바랬고 성사된 경우다. 유나 역의 이하늬는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까지 연기를 밀고 나가더라. 원래 이런 배우였나 싶을 정도로 놀랐고 좋았다. 관객도 이 영화에서 ‘배우 이하늬’의 진면목을 발견하실 수 있으리라 믿는다.?박해준은?눈빛의 기운이 워낙 좋아서 대사 없이도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내는 점이 가장 매력이다.?이수경은 나이가 어리고 신인이지만 뛰어난 연기 감각을 지닌 '타고난 배우'다. 진심으로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