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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
600여 명의 피해자 낸 대형 참극으로 기록
2017년 11월 07일 (화) 15:15:38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10월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관광지인 만달레이 베이 호텔& 카지노 인근 거리에서 컨츄리 뮤직 콘서트장에 운집한 관객을 향해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스티븐 패덕이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 베이 호텔 32층 객실에서 지상의 야외 콘서트장에 모인 관람객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한 이번 사건으로 59명이 숨졌고, 530여 명이 다쳤다. 이에 지난해 6월 49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 주 올랜도 나이트클럽의 총기난사 이후 가장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대형 참극으로 기록됐다.

CCTV 설치 등 치밀한 범행 계획 세워
미 경찰 당국은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을 범인 스티븐 패덕(64)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지었다. NBC방송에 따르면 클라크카운티 경찰국의 맥머힐 부국장은 지난 10월6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기난사범인 스티븐 패덕이 지난 1일 밤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그의 방에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사건 초기, 창문 두 곳이 깨진 점과 패덕의 휴대전화 충전기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조력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 “패덕이 유일한 총격범(슈터)임을 확신한다. 두 번째 총격범은 없다”고 강조했다. 당초 미 경찰은 사건 초기 패덕의 휴대전화에 맞는 충전기가 발견되지 않아 누군가 범행을 도운 사람이 있는지 의심했다. 하지만 이후 조사에서 충전기를 모두 찾아내 패덕이 묵은 만델레이 베이 호텔 32층 스위트룸에 다른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을 냈다. 경찰은 호텔의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패덕이 묵은 만델레이 베이 호텔 32층 스위트룸에 들어간 다른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냈다. 패덕의 휴대전화 충전기도 사건 현장에서 찾아냈다. 맥머힐 부국장은 “패덕이 범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는지와 다른 사람이 그의 범행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 등은 계속 수사할 부분으로 남겨뒀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 정황상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패덕은 지난 9월28일 호텔에 투숙한 뒤 경찰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객실 안팎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유리창을 깨뜨려 조준경과 거치대를 이용한 사격을 준비했다. 경찰은 호텔에 주차된 패덕의 승용차에서 질산암모늄과 태너라이트 등 폭약 재료도 발견했다. 패덕이 범행 전에 호텔 32층 방 창문에서 지상의 음악축제 공연장에 모인 인파들까지의 거리와 탄도를 계산하는 등 치밀한 사전 준비작업을 한 손글씨 메모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메모는 호텔 방에서 발견된 23정의 총기와 탄약 및 자살한 패덕의 시체 등 증거물 가운데서 발견됐다. AP통신도 호텔 방에서 발견된 일련의 숫자가 정확한 사격을 위해 계산한 것이라는 게 수사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라고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패덕은 최소 47정의 총기를 보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라스베이거스 호텔 객실에서 23정이, 두 곳의 자택에서 24정이 발견됐다. 객실에서 발견된 총기 중 최소 12정은 연속해서 총알을 발사할 수 있는 반자동 소총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그가 1982년부터 총기를 합법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모두 50정 이상의 총기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사건 발생 직전까지 1년 사이에 구입한 총기는 33정에 이른다. 주별로 총기 재구입 기간 제한과 신고 규정이 다른 점을 이용해 네바다와 유타,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남서부의 여러 주를 돌면서 소총과 권총, 산탄총을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패덕은 많은 총기를 사흘 동안 10개의 소형 여행가방에 나눠서 객실로 반입했고, 객실 앞 복도 등에 개인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덕은 총격 직후 범행 현장인 호텔 객실에서 자살했다. 한편 은퇴한 회계사였던 패덕은 라스베이거스 근교의 은퇴자 마을에서 평범하면서도 비교적 부유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냉담한 성격에 이웃과 왕래가 없고 도박을 좋아했지만, 범죄경력도 없었다. 62살의 동거녀와 함께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이 여인도 용의선상에 올렸으나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이 패독의 집을 수색하고 탐문 수사를 벌였지만, 여전히 범행 동기를 밝혀줄 단서를 찾지 못했다. 국제테러단체 IS가, 패독이 몇 달 전 이슬람으로 개종했다며, 그가 IS의 부름에 응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월 평균 33건의 총기 난사 사건 발생
지난 10월3일 뉴욕타임스(NYT)는 사설면에 최근의 총기 난사 일지를 담은 그래픽을 실었다. 총기보유 규제 입법을 촉구하는 취지다. 최소 4명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사건들만 집계됐다.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12일 49명의 목숨을 앗아간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부터 지난 10월1일 밤 발생한 라스베이거스 참사까지 477일 동안 모두 521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매일 같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하루에도 곳곳에서 터지면서 월평균 33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최소 585명이 숨지고 2156명이 부상했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참사의 사상자도 포함된 수치다. 뉴욕타임스는 그래픽 제목을 통해 “477일간 521건의 총기 난사가 발생했지만, 의회에서는 어떤 입법조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 역대 최악의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참사’가 터진 상황에서도 총기규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는 대표적인 로비단체 전미총기협회(NRA)의 정치적 영향력과 무관치 않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월4일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총기규제에 난색을 보이는 것은 NRA의 전폭적인 정치후원금과 맞물려 있다며 세부적인 후원금 내역을 보도했다. 집계 결과,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 의원들이 후원금 상위 10위권을 독식했다. 상원에서는 존 매케인(공화당) 의원이 약 774만 달러(88억7천만 원), 하원에서는 프렌치 힐(공화당) 의원이 약 109만 달러(12억5천만 원)로 총기협회 후원금 1위를 각각 차지했다. 정치후원금 상위 100위권으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하원에서는 99명이 공화당 소속이었다. 민주당에서는 유일하게 샌포드 비숍 의원이 41위로 이름을 올렸다. 상원에서는 52석을 확보한 공화당이 상위 51위까지 독차지했고, 민주당 소속 조 맨친·패트릭 리이 의원이 각각 52위와 53위를 기록했다. 이들 수치는 NRA가 연방의원별로 지원한 각종 후원금을 통틀어 집계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대부분의 미국인이 더 강력한 총기규제를 지지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반대하고 있다”면서 “이는 NRA와 멀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도 총기 규제론 제기
최근 발생한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미국 내에서 총기 규제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슬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정치를 한쪽으로 치워놓고 전미총기협회(NRA)에 대항하고,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군중은 총성에 대피했다. 범인이 만약 소음기를 갖고 있었다면 피해가 어땠을 지를 생각해보라”며 “NRA는 현재 ‘소음기’ 구매를 더 용이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2011년 총격을 당한 뒤 총기규제 강화 운동에 나서고 있는 가브리엘 기포드 전 하원의원은 오늘 남편인 마크 켈리 하원의원과 함께 의회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국가가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고 총기규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지난 10월4일에는 새로운 총기규제 법안을 제출했다. CNN 등 언론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단은 이날 총기의 살상력을 높이는 부품의 제조와 판매, 소지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았다. 법안은 한 발씩 밖에 발사할 수 없는 반자동 소총을 전자동으로 연사할 수 있도록 개조 가능한 장치의 판매와 양도, 생산 등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입안을 주도한 다이앤 파인슈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사상 최악의 총격사건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며 여당 공화당에 초당적으로 찬성하라고 촉구했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총기 소지 권리는 공공 안전에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총기규제에 반대해왔다. 그는 지난 4월 NRA 리더십 포럼에 참석해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절대로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총기 난사 사건 이후로도 백악관은 사건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시점에서 규제논의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0월2일 브리핑에서 총기규제와 관련, “정치적인 논의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미국을 하나로 단결시킬 때”라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아직 총격사건의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았고, 모든 사실, 혹은 어젯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충분히 모르는 시점에 정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미총기협회(NRA)도 이번 참사에 사용된 범프 스톡(Bump Stock)에 대한 규제를 직접 요구하고 있다. 범프 스톡은 반자동 소총을 자동 소총처럼 연사가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부품으로, 라스베이거스 총격범인 패덕이 이번 대량 살상에 사용했다. NRA 웨인 라피에르 부대표 등은 “라스베이거스 참사 관련 보도에서 총기를 변형하는 데 사용된 특정 장치가 거론되고 있다”며 “NRA는 반자동 소총을 자동 소총처럼 작동하도록 해 주는 장치는 추가적인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발표했다. NRA는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미국 내 최대 로비단체로 특히 공화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세력이기도 하다. 백악관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규제와 관련한 논의에 열려있다”며 “우리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기 규제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논의를 개시할 수는 있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NRA의 눈치를 보며, 총기 규제에 반대입장을 보여 온 공화당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미 하원의 폴 라이언 의장(공화당)은 MSNBC에 출연해 “확실히 그것(범프 스톡 규제)은 우리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고,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도 “분명히 우리가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영역”이라고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단 총기규제는 라스베이거스 총기범 스티븐 패독이 사용했던 범프 스탁에 촛점이 모아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NRA가 범프 스톡 규제 필요성만 제기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이 같은 논의가 전향적인 총기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미국의 민주당은 범프 스톡 규제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총기 구매자에 대한 보다 엄격한 신원조회 등 광범한 수준의 총기 규제를 추진하고 있어, 라스베이거스 총기 참사를 계기로 총기 규제 논의가 어느 수준까지 진행될지 주목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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