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보는 그룹사운드 50년사, 그 기록과 증언

올해는 이 땅에 미8군쇼가 시작된 지 60주년, 그리고 미8군 무대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그룹사운드의 첫 음반이 발표된 지 5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해서 현재 남이섬에 있는 노래박물관에서는 지난 4월26일부터 8월31일까지 ‘기록으로 보는 미8군쇼 60년사 & 대한민국 그룹사운드 50년사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구성 및 진행은 필자가 맡았다.
그렇듯 1964년은 대한민국 그룹사운드의 첫 독집음반이 등장한 해다. 키보이스는 ‘한국의 비틀즈’로, 에드포는 ‘한국의 벤처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각 악기 숫자만큼의 멤버가 직접 연주하고 노래한다고 해서 ‘보컬그룹’이라고도 했다. 이후 록그룹, 밴드 등 시대마다 불리어진 용어가 조금씩 달랐지만 여기서는 ‘그룹사운드’로 통칭한다.
1960년대 트위스트, 소울 붐을 거쳐 70년대 고고시대를 질주했던 이들은 이어 등장한 대학가요제 등에서 배출된 캠퍼스 그룹사운드들과 합류하며 80년대 헤비메탈, 포크락, 언더그라운드 등 다양한 형태로 세분화된다. 90년대 테크노사운드와 댄스그룹시대, 2000년대 아이돌 그룹에서 홍대 인디밴드까지... 다양한 형태로 록의 시대를 구가하며 젊음을 소리 높여 외쳤던 그룹사운드, 1964년부터 2014년까지의 씬(scene).
대한민국 그룹사운드 50년의 시대별 변천사, ‘기록으로 보는 그룹사운드 50년사 특별전’을 통해 그 의미를 되돌아본다. 미리 가보는 노래박물관 특별전 현장, 그 기록과 생생한 증언. 글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저널리스트)

그룹사운드 붐의 진원지, ‘플레이보이컵 쟁탈 그룹사운드 경연대회’

1969년 5월, 시민회관에서 열린 ‘플레이보이컵 쟁탈 그룹사운드 경연대회‘는 그룹사운드 붐을 촉발키는 계기가 되었다.
산레모가요제 방식을 도입, 순위를 정해 시상한 이 대회에는 모두 17개 팀이 출전, 희비가 엇갈렸고 갖가지 화제와 함께 잡음도 속출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력 도입이 결과적으로는 그룹사운드 실력을 부각시키며 음반 제작으로 연결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최우수상을 거머쥔 키보이스(1회), 히식스(2회, 3회), 윤항기와 키브라더스(4회)를 비롯해 데블스, 에보니스, 조용필, 이용복 등 수상자들의 기념음반 발매가 러시를 이루며 록의 저변확대와 대중화로 이어졌다. 2회 대회까지는 일렉트로닉 그룹사운드들만의 경연대회로 펼쳐졌으나 71년 제3회부터 록 부문의 듀엣, 솔로싱어의 팝 부문, MC부문을 신설해 폭을 넓혔다.
이러한 붐은 ‘문화공보부장관 배 쟁탈 전국그룹사운드경연대회’로도 이어졌다. 70년 8월16일부터 8일 간 시민회관에서 열린 이 대회에는 전국 100여 개 그룹 가운데 25개 팀이 참가, 문화공보부장관상 외에도 MBC사장상, 예총회장상, 연예단장협회장상, 연예협회 이사장상 등이 주어져 대회 규모만으로도 정부와 방송, 연예단체가 모두 나서 그룹사운드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외국 곡의 범람을 막기 위해 창작곡이나 민요를 한 곡 이상 불러야한다는 규칙을 내걸었고 멤버 중 외국인이 한 명 이상 참가하지 못하도록 규정, 그룹사운드 음악을 통해 국내 대중음악의 활성화를 모색했다. 이렇듯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까지 그룹사운드는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대안이자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1970년대 고고시대의 주역, 그룹사운드의 빛과 그립자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로 상징되는 1970년대는 ‘청년문화의 시대’이자 나팔바지와 생음악으로 대변되는 ‘고고의 시대’로 가요계의 주도권이 청소년층으로 넘어가면서 시작되었다.
‘한국의 우드스톡’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청평페스티발 1971’이 펼쳐지던 이 무렵 그룹사운드 총 120여 팀이 방송과 다운타운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눈에 띈다.
60년대 그룹사운드의 한 축이였던 신중현이 리듬&블루스와 소울을 접목시켜 성공했고 이어 윤항기, 김홍탁 등 그룹사운드 주역들이 직접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검은나비, 데블스, 드래곤스, 딕패밀리, 엽전들, 영사운드, 윤항기와 키브라더스, 조커스, 키보이스, 템페스트, 트리퍼즈, He6를 비롯해 여대생들만으로 구성된 여성 그룹사운드 스펙터스 등도 등장, 고고시대를 리드했다.
대부분의 청소년 층 가정에 통기타와 노래책이 비치되기 시작하던 이 무렵 TV시대가 본격 개막된다. 여전히 라디오에서는 젊은 층을 겨냥한 음악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려 방송을 듣지 않으면 친구들 사이에 대화가 통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70년대의 자유분방한 청년문화는 유신과 긴급조치 등 정치상황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되고 필연적인 규제를 받게 된다. 이른바 대중문화계 전반이 무너진 '대마초 파동'과 공연윤리위원회의 대중가요 대량금지 사태로 이어졌다.
1975년을 시작으로 대마초에 연루된 많은 그룹들의 방송, 음반, 무대 활동이 전면 금지된다. 이 공백기에 김훈, 윤수일, 조경수, 조용필, 최병걸, 최헌, 하수영 등 그룹사운드 리더들이 대거 솔로로 등장, 스타덤에 오르며 트로트록 시대를 열었다. 
1977년 ‘아니 벌써’의 삼형제밴드 산울림과 ‘한동안 뜸했었지’의 사랑과 평화가 록 밴드의 맥을 이었고 MBC가 주최한 대학가요제는 해변가요제, 젊은이의 가요제, 강변가요제 등으로 이어지며 또 다른 청년문화가 탄생, 80년대 이후까지 캠퍼스 스타의 산실로 자리한다.

대중가요의 재발견 & 재평가하는 박성서의 토크콘서트 현장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지금까지 우리 대중음악사가 조명해온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재조명되어야 할 장르이자 가치를 지닌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아울러 ‘미8군쇼 60년사 & 대한민국 그룹사운드 50년사 특별전’ 기간 동안 매월 한 차례씩 박성서의 토크콘서트를 개최, 대중음악사를 재조명한다.

‘미8군쇼 60년사 & 대한민국 그룹사운드 50년사 특별전’의 재발견 & 재평가, 박성서의 토크콘서트 현장

첫 행사인 ‘제1부 미8군쇼 60년사를 말하다’ 편은 4월 26일, 이야기 & 노래 초대 손님으로 윤항기(키보이스), 김선(바보스), 윤신호 김혜정(검은나비), 김광정(키브라더스) 등을 초대, 미8군쇼 60년사를 재조명했고 이어 5월 24일, 두 번 째 토크쇼 ‘대한민국 그룹사운드 50년사를 돌아보다’ 편에서는 우리나라 그룹사운드 1세대인 김홍탁(He5, He6 리더), 조용남(He5), 유영춘(He5, 영사운드) 그리고 기타리스트 김광석 등을 초대, 그룹사운드 50년사를 재조명했다.
아울러 특별전 기간 중인 8월 16일과 17일에는 대한민국 그룹사운드가 총출동하는 ‘그룹사운드 50주년 축하 공연’이 대대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이 공연은 대한민국 그룹사운드 50년사를 이끌어온 그룹사운드 1세대부터 2000년대 홍대 인디밴드까지, 멤버들이 총 출동, ‘그룹사운드 50주년 축하 공연’과 함께 ‘전국 직장인 밴드 경연대회’와 ‘다문화 그룹사운드 퍼레이드’가 남이섬 노래의 섬, 전역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