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의 ‘옴니버스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연구 논문이 영국 의학교육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edical Education>에 게재되어 화제다. 국내 인문사회의학 교육과정을 평가한 논문이 해외 유명 학술지에 게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김평만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은 ‘생명의 봉사자’라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이념을 바탕으로 전인적 의료를 수행할 수 있는 의사 양성을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옴니버스 교육과정’을 실시해왔다. 김평만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과 책임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옴니버스 교육과정’ 통해 직업소명의식과 사회적 책무를 지닌 가톨릭 의료인 육성
올해로 개교 60주년을 맞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은 1954년 설립 이후 ‘생명의 봉사자’라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이념을 바탕으로 전인적 의료를 수행하는 참된 의료인 양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09년부터는 ‘옴니버스 교육과정’을 시행해 왔는데, 옴니버스(omnibus)는 라틴어로 ‘모든 이에게’라는 뜻이다. 이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가톨릭 의료정신으로, 단순 질병치료를 넘어 정신적·관계적·영적치유까지 포함한 전인치유에 최선을 다하는 직업소명의식과 사회적 책무를 지닌 ‘가톨릭 의료인’의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옴니버스 교육과정’의 실시 배경
 김평만 교수는 “오늘날 의학이 생의학에 편중된 과학적 의학을 지향하면서 환자보다는 질병에만 관심을 기울여 의학의 인간적인 측면을 등한시 하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면서 “이러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인간과 의료에 대해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인문학적인 지평을 넓히고, 연민의 마음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공감의 마음과 태도를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왜곡된 의학교육을 바로 잡아 균형 잡힌 참된 전인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옴니버스 교육과정을 실시하게 되었다”고 개발포부를 밝혔다. 또한 임상의료윤리활성화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평만 교수는 “의학과 생명공학이 발전하면서 의료인에게는 치유자로서의 역량뿐만 아니라 각종 윤리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는 윤리도덕적 역량이 함께 요청되고 있다”며, 아울러 “의료의 산업화와 국가에 의한 의료관리가 정착되면서 의사-환자와의 관계 및 직업인으로서 의료인의 역할에 대한 혼란이 야기되면서, 의학교육에서 보다 진지하게 의학전문 직업성을 다룰 필요성이 대두되었다”며 ‘옴니버스 교육과정’을 실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옴니버스 교육과정’의 효과에 대해 김평만 교수는 “의사라는 전문직을 양성하는데 있어 ‘옴니버스 교육’은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의사이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를 만드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 옴니버스 교육과정을 수료한 의사들의 태도와 정신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옴니버스 교육’ 개발 과정
가톨릭의대는 의학교육학과에서 인문사회의학과를 독립시켜 2009년부터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고, ‘옴니버스 교육과정’을 완성하여 실제로 적용하고 있다.
또한, 동시에 교수개발 특강을 지속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임상 및 기초의학 교수들이 의학교육의 기반이 되는 가톨릭 정신을 이해하고 더불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 향후 옴니버스 과정 뿐 아니라 모든 교육 현장에서 소통하는 창의적 교육을 통한 전인적 의료인 양성이라는 옴니버스 교육이념에 바탕한 교육을 시행할 수 있도록 교수양성을 하고 있다.

▲ 임상의료윤리활성화위원회 위원장인 김평만교수는 지난 1년 9개월 동안 임상의료윤리 가이드북을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현재 옴니버스 교육과정은 종교·역사·문학·철학·심리학과 정치·경제학 등 인문·사회과학 전반을 포괄하는 교육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교수들은 김평만 인문사회의학과 책임교수와 함께 이른 아침 7시에 새벽을 깨우면서 개발회의에 참석하였고, 연구한 내용들을 발표, 검토, 토론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왔다. 이렇게 개발된 ‘옴니버스 교육’은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총 12주(300시간)에 걸쳐 강의와 실습뿐 아니라 주제발표 및 토의·토론, 환자와의 직접적 만남 등 각종 체험교육의 형태로 진행된다. 김평만 교수는 “옴니버스 교육과정의 수업진행에 참여하는 약 170여 명의 교수 가운데 80% 상당이 가톨릭의대 교원”이라며 “처음엔 강의를 의뢰하면 손사래 치던 교수들도 최근엔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표하며, 스스로 강의콘텐츠를 개발하고 다양한 교수법을 시도하는 등 옴니버스 교육과정의 참여에 큰 자부심과 긍지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어 “현재 성과중심의 의학교육이 만연한데, 인문사회의학 교육은 의학의 본질을 되찾도록 균형을 잡아준다”며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생명윤리를 준수하는 의료인 양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의료윤리 활성화 위해 임상의료윤리 가이드북 개발
임상의료윤리활성화위원회 위원장인 김평만교수는 지난 1년 9개월 동안 임상의료윤리 가이드북을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임상의료윤리활성화위원회는 환자의 치료 및 간호 관련 윤리문제에 대한 임상윤리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발족했다. 이는 의료현장에서 의료윤리활성화를 위해 12명의 생명윤리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임상의료윤리 가이드북과 개발하고, 새로운 교육과정모듈을 개발하였다. 특히 임상의료윤리 가이드북은 의료윤리를 처음 접하는 의료인들도 임상현장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쉽게 참고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고, 임상현장의 구체성을 담아 사례중심으로 개발되었는데 그 의의가 있다. 김평만 교수는 “병원마다 병원윤리위원회가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아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윤리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임상의료윤리 가이드북이 가톨릭 의료인들에게 양심을 거스르지 않고 의료행위를 하는 데 구체적 지침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평만 교수는 “임상의료윤리는 임상의 핵심인 환자-의사 관계에서 의료적 개입을 할 때, 환자의 건강과 치유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판단과 선택, 의료적 실천을 도와주는 원리”라며 “가이드북이 가톨릭 의료기관의 정책을 드러내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의료를 통해 최선의 사랑을 베푸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상윤리교육 프로그램이 정착되면 전국의 가톨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교육을 확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