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한산성>이 미국, 일본, 프랑스, 대만, 싱가포르 등 전 세계 28개국에 판매되어 순차적으로 개봉을 앞둔 가운데 해외 영화제에도 다수 초청되는 등 연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영화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도가니> <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의 묵직한 연출과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희순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영화적 메시지를 전하며 전 세대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대사만으로 절절한 비통함과 참담함 전달
영화 <남한산성>은 지난 10월19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런던 아시아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전 세계인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10월19일에 1700석 규모의 레스터 스퀘어 오데온 극장에서 진행된 오프닝 갈라에는 황동혁 감독과 이병헌이 직접 참석하여 현지 관객과 매체들의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 외에도 프랑크푸르트 한국 영화제 폐막작, 파리 한국 영화제 ‘에벤느멍’ 부문, 아시안 월드 영화제 공식 부문 등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된

▲ 배우 이병헌

<남한산성>은 전 세계 관객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며 웰메이드 정통 사극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남한산성>은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청 대군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와 신하들 그리고 백성들이 겪었던 치욕의 역사를 그린 영화다. 청이란 태풍 앞에 놓인 조선의 조정에서는 두 충신이 날 선 대화를 이어간다. 청과의 화친을 주장하는 주화파 최명길(이병헌 분)과 청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척화파 김상헌(김윤석 분)의 물러서지 않는 설전은 팽팽한 김장감을 만든다. 최명길은 시종일관 격한 감정을 뿜어내는 김상헌과 달리 이성적 인간에 가까운 인물이다. 이병헌은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절절히 끓는 비통함과 참담함을 전한다. 이병헌은 <남한산성>에서 묵직한 대사만으로 가슴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며 다시 한 번 연기력을 폭발시켰다.

이병헌은 이 영화에서 인조에게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며 청과 화친을 주장하는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맡았다. 그가 연기한 최명길은 여러 가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냉정하게 자신의 신념을 전하며 상대를 설득하려는 캐릭터다. 이 캐릭터에 이병헌 말고 다른 어떤 배우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그의 연기는 캐릭터와 완벽히 동화됐다. 이 영화 황동혁 감독 역시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이병헌만 생각했다고 했다. 이병헌은 “영화를 결정할 때는 이 작품이 나에게 울림을 줬는지 안 줬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면서 “<남한산성>은 큰 울림을 준 작품이다. 우선 역사를 고증한 것임에도 영화보다 영화 같은 현실,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매료됐다. 그리고 보통 특정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데 이 시나리오는 감정을 이입하는 대상이 여러 번 바뀌는 것도 매력적이었다”고 말한다. 이어 “흥행 면에서는 위험할 수 있지만 저는 이쪽이 좋았다”면서 “여러모로 한국 영화의 다양성에 불만을 갖고 계시던 관객 입장에서 좋을 것 같다. 이런 선택을 한 감독님과 제작사가 용감하다고 생각했죠. 흥행영화의 공식을 따라가지 않고 우리만의 호흡으로 만들어갔던 게 좋았다”고 전했다.

변화와 변신 거듭하는 연기파 배우
한국 영화계에서 몇 안 되는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는 이병헌. 작품 고르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뜻뿐 아니라, 어떤 시나리오도 그의 연기로 살려내기 때문에 붙은 표현이다. 1991년 KBS 14기 공채탤런트로 데뷔한 이병헌은 데뷔 후 첫 작품부터 주연을 꿰찼다. 데뷔 이듬해부터 드라마 주인공을 맡았던 그는 지금까지도 늘 변화와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지.아이.조>, <아이리스>, <악마를 보았다> 등 작품을 통해 이병헌은 ‘헐리우드 스타’, ‘아시아 최고 배우’, ‘연기파 배우’ 등 수식어를 두루 얻게 된 이병헌. 특히 그는 <지.아이.조1>편에서 코브라의 비밀 병기인 스톰 쉐도우 역을 맡아 전 세계인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후 <지.아이.조2>에 연달아 출연하며 월드스타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영화 <내부자들> 이후 다시금 배우로서 그 역량을 인정받으며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는 그는 할리우드에서는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과도 친화력이 좋고 연기 면에서도 안정적이라 많은 감독들이 탐을 내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