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산업화는 물량의 대량생산과 더불어 삶의 질을 높이고 패션과 디자인 산업 또한 그 스케일이 커지고 있다. 패션은 외형적인 부분에서 자신을 나타내는 첫 번째 수단이면서도 가장 많이 활용되며 외형적으로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커버해주기도 하는 현대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 이유미 한양여자대학교 니트패션디자인학과 교수

오늘날 기성세대에서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로 사회의 주도권이 이동하면서 패션의 중요성 또한 강조되고 있다. 이에 패션을 주도하고 창조하는 패션디자이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한양여자대학교 니트패션디자인학과 이유미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디자이너 인더스트리’로 세계를 사로잡다
이탈리아 마랑고니 예술대 패션디자인과를 졸업 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의상예술학 석사, 중앙대학교 대학원 의류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유미 교수는 남편인 디자이너 조항균씨와 함께 지난 2000년 디자이너 인더스트리를 론칭했다. 디자이너 인더스트리는 이유미 교수가 여성복을, 조항균 씨가 여성복 일부와 남성복을 기획하며 심플하고 모던한 콘셉트의 수트와 블라우스 레더 아이템 등을 주요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유미 교수는 “처음에는 길드 개념으로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공동체를 만들고자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맞춤복과 재고를 책임져야 하는 납품 개념의 국내 시장은 매우 좁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밀라노로 향했다”고 말한다. 이유미 교수의 페미닌한 스타일과 조항균씨의 댄디한 감성이 융합된 디자이너 인더스트리는 아방가르드한 네오 클래식 스타일을 표방하고 있다. 깔끔한 네크라인과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실루엣에 여러 스타일로 코디네이션이 가능한 아이템을 추구한다. 활동적이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의 의상들은 파워풀한 직장 여성들이 절대 다수인 선진국과 새로운 패션 중심지로 떠오르는 북유럽 지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유니섹슈얼한 모노톤, 에지 있는 형태미, 계산적인 디테일은 금속처럼 서늘한 현대여성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그 결과 현재는 세계 패션마켓의 기대주로 성장하며 전 세계 유명 멀티숍에 입점했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패션의 본고장인 밀라노에서 한국의 디자이너가 인정받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유미 교수는 “2000년 디자이너 인더스트리를 국내에 론칭하고 뉴욕과 도쿄, 파리 등 패션페어에 참여했다”면서 “생각했던 이상으로 반응이 매우 좋았다. 그래서 이탈리아에 가서 직접 활동하자고 결심하고 다시 이탈리아로 향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디자이너 인더스트리 론칭 1년 만에 이탈리아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밀라노와 파리에서 열린 30여 회의 박람회에 참가할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도쿄와 파리, 독일 뒤셀도르프 등까지 진출했다. 현재 남편인 조항균씨는 국내에서 아트 디렉터로 전체적인 브랜드 콘셉트와 이미지를 정하고 경영 관리 전반을 책임지고 있으며, 이유미 교수는 군더더기 없는 의상과 실리적인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브랜드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니트’라는 주제 하나로 디자이너를 양성하다
디자이너 인더스트리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이유미 교수. 결국 건강에 이상을 느꼈던 이 교수는 의사로부터 수술을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그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위해 일선에서 물러나 한국으로 돌아올 결심을 굳혔다. 이탈리아의 사업에 거의 관여하지 않게 된 이유미 교수는 한양여자대학교 니트패션디자인과와 인연이 되어 현재 후학을 양성 중이다. 이 교수는 “이탈리아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강단에 선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 교수라는 제 2의 인생을 걸어가고 있다”며 “니트패션디자인이라는 학과의 특성도 제에겐 멋진 도전이었으며, 일반적인 의상디자인이나 의류학과보다 ‘니트’라는 차별화된 주제로 디자이너를 양성한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새로운 길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디자이너는 획일적이고 남들이 다 하는 디자인은 지양해야 한다. 자신이 가진 창의력과 표현력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디자이너다”면서 “니트패션디자인과는 한양여대에서 집중투자와 육성을 하고 있는 학과로 타 학교의 학과는 물론 웬만한 의류연구소에서도 갖추기 어려운 고가의 장비와 프로그램, 실습실 등을 갖추고 있어 보다 특성화된 교육이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로벌 전문기술개발사업(섬유패션스트림)기획위원 및 평가위원, 한국니트산업연구원 자문위원, 지식경제부 주관 ‘한국 섬유산업·기술 수준조사’ 의류제품 분야 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이유미 교수는 현재 (사)한국니트디자인학회, (사)한국의류학회, (사)한국의류산업학회, (사)복식문화학회, (사)한국패션비즈니스학회, (사)한국생활과학회 등 활발한 학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패션디자이너에서 전문 CEO로, 이제는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로 끊임없이 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미 교수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