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 선생께서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라고 말씀하셨다. 미국의 어느 철학자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과거를 되풀이 한다”라고 말했다. 역사는 단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스승이고 미래의 거울이다.

황태일 기자 hti@

후손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바르게 알게 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 기성세대들의 몫이다. 역사는 완전한 것도 아니고, 모순(矛盾)의 변천과 모방의 연속이기 때문에 우리는 역사라는 창고에서 빛나는 지혜의 보고(寶庫)인 보석을 찾아야 한다. 선조들이 값지게 물려준 금수강산과 우리의 고귀한 역사를 온전히 지켜나가는 것이 후손의 도리이고 우리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삼포왜란을 온전한 우리의 승리로 이끈 영웅

▲ 황필주 회장

황필주 황형장군사적보전위원회장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새로이 재조명되고 있는 황형 장군은 삼포왜란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다. 삼포왜란은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과 함께 조선시대에 발발했던 4대 전쟁 중 하나로, 유일하게 온전한 우리의 힘으로 이긴 전쟁이다. 우리 힘으로 이긴 삼포왜란을 제외하고는 원군(명나라)의 지원을 받은 임진왜란도 충무공 이순신과 의병에 의한 절반의 승리라 볼 수 있고,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은 청나라에 굴욕적인 항복의 역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삼포왜란에 대하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조선시대 대마도는 조선과 교역으로 먹고사는 지역이었다.

조선시대 1510년 중종 때 삼포(동래, 울산, 창원)에 거주하는 왜인들의 잦은 학대와 웅천 현감의 왜인 세금 징수 등에 불만을 품고 4000~5000여명이 폭동과 대마도에서 종성홍(宗盛弘) 장군 등이 수백 척을 배를 몰고 부산포에 침입하여 첨사 이우중을 죽이고, 제포에 쳐들어가 첨사 김세균을 사로잡고 더 나아가 웅천성과 동래성이 함락시키고 동래부사 목을 친 대사건이 바로 삼포왜전이다. 삼포에서 폭동과 전쟁이 일어나자 다급해진 중종은 어전 회의를 열어 경상우도 방어사 유담년의 추천을 받아 경상좌도 방어사 황형 장군으로 하여금 진압하도록 했다. 문무를 겸비했던 장무공 황형 장군은 중종 때 공조판서에 올라 조정에서 조선시대 탐관오리를 징벌하고 개혁에 앞장선 인물로, 중종의 명을 받아 기마병(騎馬兵) 수백 명을 거느리고 김해 지경, 성벽, 창원에 진을 치고 삼포왜란을 진압했다. 하지만 이러한 황형 장군의 공로는 오늘날 우리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다. 이에 황형 장군을 기리는 장무사 역시 500여 년 간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어, 강화산업단지 개발로 장무사 입구를 횡단하는 도로 개설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당시 황형 장군의 사적을 보호하려는 황씨 종친회와 관련 단체의 강력한 반발해,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인천상공강화산단과의 유적지 이전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황필주 황형장군사적보전위원회장은 “강화산단은 황씨 문중에서 요구하는 사당과 도로 사이 거리를 늘리고, 별제공파 시조묘 이전에 따른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면서 “황씨 문중도 후속 민원을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후로도 황형 장군의 재평가를 끊임없이 요구해온 황필주 회장과 황형장군사적보전위원회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로 지난 2015년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우창훈 화백이 참여한 황형 장군의 새로운 영정이 봉안되는 성과를 얻었으며 장무사 등은 2013년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 65호로 등록되기도 했다.

잊혀진 조선의 영웅을 일깨우다
황형 장군의 역사적 재조명을 위해 밤낮 없이 총력을 기울여 온 황필주 회장은 우연히 ‘충렬공 황일호’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한 권의 책을 접하고 나서야 자신이 누구의 후손인지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병조참지, 좌찬성, 충렬공, 국불천위 등을 지낸 충렬공 황일호 선생은 광해군과 인조 때의 문신으로, 그의 부친은 문민공 추포 황신 선생이며, 고조부가 장무공 황형 장군이다. 자신의 뿌리를 알게 된 황필주 회장은 이후 선조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후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민서희 작가에게 황형 장군을 소개해 <조선 4대 전쟁과 의천검>이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은 역사교과서에 영웅으로 등장하고 그 외 영화, TV, 드라마, 각종 서적이 넘쳐 나고 있다”면서 “조선의 4대 전쟁 중 하나인 삼포왜란을 승리로 이끈 황형 장군에 대한 소개는 현재 거의 전무한 상태다”고 배경을 밝혔다.

황형 장군의 재평가와 함께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황필주 회장은 최근 황형 장군의 사당을 성웅 이순신 장군의 현충사처럼 격상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사관생도들을 대상으로 황형 장군의 위대함을 알림으로써, 대한민국 군인들부터 황형 장군을 기억하고, 국민들의 의식을 하나로 뭉쳐 역사 속에서 잊혀진 우리 조선의 영웅을 일깨우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황 회장은 “황형 장군은 보수와 진보, 여야, 남북을 막론하고 조선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경할 만한 분”이라며 “따라서 역사 교과서에 반영되어야 할 뿐 아니라 반드시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