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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국제 위기
신(新) 냉전시대 막이 오르다
2014년 04월 02일 (수) 18:38:57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3개월간 이어진 반(反)정부 시위로 대통령이 실각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신(新) 냉전 시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친(親) 서방파와 친 러시아파간의 대립이 극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정미 기자 haiyap@

2월28일(현지시간) 크림반도 크림자치공화국 공항 두 곳에 러시아 군대로 추정되는 무장단체가 나타나 공항을 점거해 과도 정부가 ‘무장 침공’이라 비난하는 등 전운마저 감돌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외신은 러시아군이 크림반도 북해의 러시아 해군기지 세바스토폴 인근의 공항 한 곳을 봉쇄하고 있고, 또 다른 무장세력들이 심페로폴의 또 다른 공항을 점거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월26일 우크라이나 접경 서부 지역 군부대를 비상 군사훈련에 돌입시켰던 러시아는 2월27일에는 전투기를 출격시켜 미국 등 서방 세력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 왜 크림반도에 집착하나
우크라이나 동남부 흑해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크림반도는 수백 년간 동·서 강대국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 지역으로 그리스, 훈족, 몽골 족 등의 침략을 받은데 이어 러시아와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1853년에는 서쪽으로 세력 확장을 노린 러시아 제국과 영국, 프랑스, 오스만 제국 등이 맞서 싸우면서 약 3년 동안 최소 50만 명 이상 사망했다. 영국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이 전쟁에 간호병으로 참전해 영웅적인 활약을 펼쳤던 것은 잘 알려진 일화이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세력의 중심지로 불릴 정도로, 러시아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1954년, 니키타 흐루쇼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결정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편입된 크림반도는 1992년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분리독립하면서 자치공화국이 됐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자치공화국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크림 자치 의회가 협의해 선출했다. 크림반도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가 필요한 러시아에게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크림반도는 흑해에 자리 잡아 일 년 내내 기후가 온화하다. 게다가 흑해 서남쪽의 터키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하면 지중해로 나갈 수 있고, 지중해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면 중동 아라비아해까지 진출할 수 있다. 따라서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 크림반도는 전략적으로 필수적이다. 현재 크림반도 남쪽의 세바스토폴에는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축출된 친러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2010년 러시아와 임대 기간을 2042년까지 연장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할인된 가격을 제공한다는 조항도 담겨 있다. 다만 타국 영토에 위치한 임차지이기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당국의 허가 없이는 기지 외부로 군사설비나 군함을 이동시킬 수 없다. 러시아가 최근 세바스토폴 흑해 함대 병력 일부를 기지 밖으로 이동시켜 우크라이나 군기지 장악에 나선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협정 위반과 침략행위로 비난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크림 의회,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 결의
러시아로의 병합을 추진 중인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가 3월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결의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크림 의회는 이날 비상회의를 열고 ‘크림 자치공화국 독립 선언서’를 재적의원 100명 가운데 78명의 찬성으로 채택했다. 선언서에서 의회는 “(특정지역) 주민들의 자기 결정권을 규정한 유엔 헌장 및 다른 국제문서와 코소보 독립의 합법성을 인정한 2010년 7월22일 유엔 국제사법재판소 판결 등에 기반해 독립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세르비아로부터 코소보 독립을 인정한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은 한 국가 내 일부 지역의 일방적 독립 선언이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크림 의회는 강조했다. 크림 의회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의장은 “선언서 채택으로 우리는 크림을 공화국으로 선포했으며 이제 독립 공화국의 자격으로 러시아에 편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크림이 우크라이나로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 주민들이 3월16일(현지시간)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러시아로의 귀속을 압도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하일 말리셰프 크림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3월17일 러시아 귀속 찬반 주민투표 집계 결과 96.6%(127만2천명)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날 주민투표에는 약 153만명의 유권자 중 83%가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2년 총선 때의 약 2배다. 크림주민이 러시아 귀속을 원한 것으로 결론나면서 러시아는 크림을 러시아 연방의 일원으로 받아들일지 결정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러시아 하원은 21일 크림병합을 심의하고 상원 심의도 곧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ㆍ하원 승인을 거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하면 병합 절차가 완료된다. 이에 대해 서방은 “크림반도 주민투표가 합법적이지 않다”며 러시아에 대한 대대적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월17일 오전(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크림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미국과 국제사회는 (투표 결과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안드리 데시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3월17일 크림 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 가결에 대해 “모든 선택권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시차 장관은 “우리는 우리의 영토를 되찾기 위해 싸울 것”이라며 “여기에는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노력과 절차를 밟는 등 모든 방법이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고려되고 있는 방법은 평화적인 방법 뿐”이라며 “이는 지금 크림 반도에 주둔해 있는 탱크와 병력들을 보면 군사행동이나 다름 없어 오롯한 외교적인 전쟁이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전쟁이 발생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미국, 유럽연합(EU),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고 있어 러시아가 실제로 전쟁을 시작하지 않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의 침공이 없다면 내부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능력이 있다”며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주민들과도 대화를 통해 평화롭게 함께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데시차 장관은 “크림 자치공화국 주민들의 주권을 넓히고 경제적인 발전이나 소국으로서의 자주권을 확대하는 등의 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며 “하지만 이도 역시 평화로운 대화를 하자는 것이지 이웃국가의 군대를 등에 업고 위협을 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EU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EU는 우크라이나산 제품 수입을 위해 시장을 열어주기로 했다”며 “이와는 별개로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 푸틴 대통령 크림 공화국과 합병조약 체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과 합병 조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러시아계 지역의 광범위한 자치권을 확보하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러시아 외교부도 지난 3월17일 낸 성명에서 우크라이나가 연방 체제를 도입해 각 지역에 자치권을 부여하고 러시아와 미국, 유럽연합(EU)의 보장 아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우크라이나의 중립을 확인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러시아가 크림반도처럼 천러시아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장악할 가능성이다. 푸틴 대통령은 일단 그럴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3월18일(현지시간) 크림 자치공화국과 합병 조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가진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원하지 않는다”며 “러시아가 크림에 이어 다른 지역도 합병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는 소비에트연방이 만든 인공 국가로 러시아의 역사적인 지역 일부를 포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을 서방에 분명히 밝힌 셈이다. A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영향권 밖에서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위성국가로 남아 있지 않으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EU는 크림반도 사태로 딜레마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군사적 충돌을 막으려면 러시아와 협상을 해야 하고 강경대응 하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부인했지만 도네츠크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이 크림 자치공화국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친러시아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일부 도시 청사에는 이미 러시아 국기가 나부끼고 있다. 곳곳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대리한 시위대의 충돌도 빚어지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그 이전 비슷한 사태 때처럼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군사개입을 할 수 있는 빌미가 된다. AP통신은 러시아가 최근 2000km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대규모 ‘워 게임’(war game)을 벌인 것 역시 언제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 일종의 무력시위라고 지적했다. 피오나 힐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압박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침공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도르 루키아노프 러시아인글로벌어페어 편집장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는 러시아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서방이 경제전쟁을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는 게 러시아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 출신인 올렉산더 칼리는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 때문에 불거진 일이라며 미국이 결국 러시아의 제안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몇 시간,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의 영구 중립을 보장하겠다는 미국과 EU의 분명한 메시지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힐 연구원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나토는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인다는 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싱크탱크 전략연구재단의 프랑수아 에이부르 애널리스트는 러시아가 2가지 요구로 매우 곤란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무력으로 영토를 바꾸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 압력으로 우크라이나의 국가체제를 연방으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후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전례가 없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루키아노프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이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겠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불안을 미국과 EU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결국 타협을 얻어 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경제가 계속 악화돼 정치적 분위기는 더 과격해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국가 기능을 하려면 연방체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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