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대 국제대학 유영옥 학장

잇따른 시국선언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도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조용한 절대다수의 지혜롭고 용기 있는 우리 국민의 힘은 지난 10여 년 간의 좌파 정권을 종식시키고 모처럼 새로운 민주 정부를 세웠다. 그러나 현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 위기, 북한의 무모한 핵실험, 금강산 및 개성 공단에서의 동족 살상, 억류 등으로 우리 사회는 대내외적으로 버거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더하여 비리와 부정에 연루된 전직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은 온 국민에게 깊은 충격을 안겨주었을 뿐더러, 이를 기화로 또다시 ‘촛불정국’을 조성하려는 일부 과격세력들의 준동으로 의회정치는 실종되고 국민은 한 치 앞을 예견키 어려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일 서울대, 중앙대에서 첫 시국선언이 나온 이후 전국 각지에서 연이어 시국선언을 발표하자 상반된 ‘선언’이 봇물 터져 나오듯이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요약하면 수십 년동안 온갖 희생으로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각계의 시국선언도 잇따랐다. 교회개혁 실천연대 등 22개 기독교단체와 교회는 최근 ‘복음주의권 기독단체 공동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기독교 장로로서 5년간의 짧은 세속 권력보다 하나님의 공의를 더 두려워하고, 국민적 대의에 입각한 정치로 돌아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를 ‘무소통 기득권적 일방정치’라고 비판했다. 시국선언을 비판하는 단체들의 움직임은 국정쇄신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은 찬성하지만 잇따른 시국선언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9일 “서울대가 발표한 시국선언문에 서명한 교수도 있지만 의견을 달리하는 교수도 상당수 있다”며 “어떤 명분이 있다고 해서 선언문이 서울대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교수사회의 대표적 보수 논객인 서울대 박효종 교수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은 최근 일부 대학 교수의 시국선언을 우려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4-19혁명의 6-10민주항쟁 때 지식인들 사이에서 생겼던 강력한 공감대를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열고 릴레이식 시국선언에 우려를 표명하며 ‘시국선언 내용이 정치 편향적이고 사회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으므로 차라리 이런 의제들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하자’고 제의했다. 경제 5단체도 지난 5일 ‘조문정국 이후 계속되는 일부 계층의 시국 선언과 임시국회 공전, 노동계 파업 등으로 경제와 민생이 소외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되는 시국선언에 대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시국선언 교수들은 국가위기 극복을 위해 자중해야
시국선언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지식인들이 집단으로 행하는 양심선언이다. 이 같은 행동은 지식층의 양심의 발로로서 시작된다. 과거의 독재시절 시국선언은 국민에게 한줄기의 희망의 메시지였다. 그런데 지금도 그런가. 우선 시국선언의 형식을 결정짓는 환경이 달라졌다.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 만큼 교수 개인의 의사를 굳이 집단으로 표시할 필요가 없어졌다. 독재정권시절에는 개별행동을 했을 때, 신변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방어차원에서 집단이라는 울타리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시국선언 단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노 前대통령 편파수사, 정치보복에 대한 대통령 사과, 내각 총사퇴 및 전면적 국정쇄신 단행, 법무장관, 중수부장 등 수사 관련자 해임 및 사법부, 검찰 개혁, 6-15 및 10-4 공동선언 계승 천명 등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 사상, 표현, 집회, 결사 등 국민 기본권 보장, 민주적 시위 탄압 경찰 책임자 파면 및 추모 기간 중 연행자 석방, 각종 개혁입법 제정. 개정 전면 중단, 기간 제 근로자, 철거민 등 민생문제 해결 및 사회적 양극화 완화, 미디어법 제정 중단 등 언론 장악 포기, 4대강 살리기 사업 전면 재검토 등이다.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응징할 수 있다. 내각 총사퇴 문제는 국가적 당면 과제인 북핵 등 안보위기와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혼란만 자초할 뿐이다. 다만, 내각에 대한 인사는 대통령 고유권한이므로 국정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정부는 국정쇄신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건전한 비판과 대안제시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과의 의사소통도 원활히 되고 있고. 우방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넓혀가고 있다.  6-15 및 10-4 공동선언은 남북간 평화보장을 위해 북한의 경제적 근대화를 적극 지원하자는 것으로, 현 정부도 이 같은 근본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남북경협 확대, 사회문화 교류의 활성화, 이산가족 및 국군포로 송환문제의 인도적 해결 등을 지속 추진하면서도 상생-공영의 대북정책 수립을 통해 국민적 합의와 견고한 국제협력을 전제로 소모적이지 않고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실용적 대북정책으로 일부 수정-보완하려하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자신의 생각과 주의 주장을 거리낌 없이 전파할 수 있고 경찰이  뭇매를 맞으면서도 폴리스라인을 넘는 과격 폭력 시위에도 인내하는 등 집회 결사의 자유가 마음껏 보장되고 있으며, 사상 및 집회 결사의 자유도 공공의 안녕질서를 훼손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이루어질 때 보장받는 것이나, 최근 도심 집회 대부분이 불법-폭력시위로 변질되었기 때문에 공공질서 보호를 위한 제한이 필요하다. 특히 불법행위를 막는 공권력에 대한 폭력행사는 국법질서를 정면 부정하는 것으로 처벌함이 마땅하며, 대다수 국민들도 최근의 불법폭력시위를 걱정하며 엄정한 법질서 확립을 촉구 하고 있다. 교수들은 그 시대의 최고 지성을 대변하는 집단인 만큼 그 시대 상황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국관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어느 정파나 이념에 치우침이 없이 신중하고도 객관적인 것이어야 한다. 현실 정치에 매몰되어 일방적이고 자아도취적인 선동적인 발언을 쏟아낸다면 누가 그들을 선생으로 인정하고 지지하겠는가. 또한 한반도의 안보위협의 정도를 넘어 세계평화 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북한의 핵도발과 지구상에서 가장 비참한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교수 시국선언은 그 사상의 뿌리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 민주주의의 기초는 법을 준수하는 자발적인 질서임을 새삼 상기시킬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난 10년 세월 동안 잃어버린 국가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무질서해진 사회의 기초를 다시 쌓기 위한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을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한다면 법질서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은 진작 이 땅에 존재해 있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 소수의 교수들이 마치 이 땅의 전체 교수의 양심을 대변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비양심적인 행동을 지켜보면서 진지한 지적과 충고로 시국선언 교수들이 국가위기 극복을 위해 자중,자애하기를 촉구하면서 야당에게도 거리, 노상정치를 중지하기를 촉구한다. 국제경제부터 북한동향까지 위태로운 변수가 한둘이 아닌데 수권정당을 자임하는 민주당의 책무가 결코 가볍지 않거늘 국회의원이 선거결과에 불복하며 의회정치를 부정하는 행태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소속 국회의원에게 총동원령을 내려 국민과 민생의 법안을 다루는 본연의 임무는 도외시하고 길거리 정치, 광장정치, 잔디밭정치로 국회의사당을 뒤로 하는 정치가 세계 어느 나라에 있는가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조문정국 이후 계속되는 일부 계층의 시국 선언과 임시국회 공전, 노동계 파업 등으로 경제와 민생이 소외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되는 시국선언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성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바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