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덕기, 상동교회, 스트랜턴   
전덕기목사서거100주기추모사업회는 올해 독립운동가 전덕기(1875∼1914) 목사의 소천 100주기를 맞아 3월 2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 상동교회(서철 목사)에서 추모예식을 연다. 추모사업회는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도록 전 목사의 뜻을 기리는 추모 사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오는 9월 전 목사의 계몽활동 등을 잇는 나눔과 섬김 사역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사회선교대회를 열고 10월 전덕기기념사업회 재단을 창립할 계획이다. 오는 9월 전 목사의 계몽활동 등을 잇는 나눔과 섬김 사역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사회선교대회를 열고 10월 전덕기기념사업회 재단을 창립할 계획이다. 지난 1일에는 전 목사의 생애를 담은 50분짜리 다큐멘터리인 ‘3·1절 특별기획 민족운동의 거인 전덕기’가 KBS를 통해 방영됐다. <국민일보 2014년 3월 18일>

▲ 전덕기

구한말, 미국 개신교의 한국 선교는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헨리 아펜젤러(1858~1902)와 호레이스 언더우드(1859~1916)로 대표되는 엘리트 선교였고 다른 하나는 윌리엄 스크랜턴(1856~1922)이 주도한 민중 선교였다. 엘리트 선교는 주로 왕실과 양반층, 개화 학생들이 모여 사는 정동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민중선교는 가난하고 헐벗고 병든 사람들을 상대로 한성의 4대문 밖에서 이뤄졌다.
스크랜턴은 1885년 5년 입국 후 서울 정동에 병원을 세워 그곳을 거점으로 선교활동을 펼쳤다. 그러다가 민중선교로 방향을 바꿔 4대문 밖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시약소를 만들고 교회를 세웠다. 서울 남대문시장에 있는 상동교회도 그 중의 한 곳이었다. 스크랜턴은 1890년 10월 남대문 시약소를 설립하고 1894년 이 시약소를 발판삼아 상동교회를 세웠다. 상동교회는 이처럼 스크랜턴의 손때가 묻은 곳이었지만 교회를 애국계몽운동의 거점으로 만든 것은 전덕기(1875~1914)였다. 스크랜턴이 교회 설립 후 수년간 세 차례나 미국을 다녀오는 동안 상동교회는 전덕기에 의해 교육과 독립운동의 전진기지로 변모했다.
전덕기는 서울 정동에서 태어나 9세 때 부모를 잃고 숯장사를 하던 숙부 밑에서 자랐다. 17세 때인 1892년 순전히 생계를 위해서 스크랜턴을 찾아갔다. 스크랜턴이 전덕기를 자기집 고용인으로 받아들이면서 전덕기는 생애 최대의 전환점을 맞았다. 1896년 스크랜턴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전덕기는 독립협회에도 가입, 이승만을 비롯해 신채호, 남궁억, 양기탁, 안창호 등 민족지도자들과 어울리며 구국계몽운동을 펼쳤다. 1897년 9월에는 '상동청년회'를 설립하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초등교육기관인 ‘공옥학교’(1899년)와 중등교육기관인 ‘상동청년학원’(1904년)을 교회 안에 설립해 신학문을 보급하고 구국의 정신을 가르쳤다.

상동교회는 애국계몽운동의 근거지이고 전덕기는 상동교회의 구심점
당시 상동청년학원의 교사진은 화려했다. 이승만이 초대 교장을 맡고 주시경(국어), 헐버트(역사), 이필주(군사훈련) 등이 교사로 참여했다. 이른바 ‘상동파’로 불린 류일선, 노병선, 이동녕, 장도빈, 조성환, 최남선, 남궁억, 장지연 등 기라성같은 지도자들도 교사로 나서 상동교회는 그야말로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는 우국청년들의 집합소가 되었다.
전덕기는 기독교에 더욱 심취했다. 1898년 교회의 속장이 되어 평신도 지도자로 두각을 나타냈으며 권사(1901년), 전도사(1902년)를 거쳐 1905년에는 집사목사 안수를 받아 목회활동을 시작했다. 1905년 11월 을사조약이 체결되었을 때는 상동교회 지하실에서 당시 상동청년회 회장 이준을 비롯 김구, 이동녕 등과 함께 도끼를 메고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조약무효 상소운동을 펼칠 계획을 세웠으나 일본 헌병대의 저지로 실행에는 실패했다. 1906년에는 순수 민간잡지의 효시로 기록되고 있는 ‘가뎡잡지’를 발행해 국민계몽에 앞장섰으며 1907년 4월 안창호를 중심으로 결성된 비밀결사 조직 ‘신민회’에도 양기탁, 이승훈, 이동휘 등과 함께 7인의 준비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상동교회는 스크랜턴이 1907년 6월 상동교회 담임목사를 그만두고 전덕기가 후임 목사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구국운동의 보루가 되었다. 상동파 인맥은 그대로 한국 근대 독립운동가의 ‘인재 풀’이 되었고 전덕기는 그 상동파의 구심점 역할을 했으며 상동교회 지하실은 애국계몽운동의 근거지가 되었다. 당시 상동교회가 있는 남대문시장 일대는 가난하고 소외된 민중들의 거주지였다. 전덕기는 이들을 상대로 노방전도에 나서는 한편 가난한 사람들의 장례를 치르는데도 온 힘을 쏟았다.
전덕기의 부임 후 상동교회는 질적?양적으로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이런 전덕기를 일제가 그냥둘 리 없었다. 1911년 이른바 105인 사건으로 전덕기에게 혹독한 고문과 악형을 가했고 이 때문에 전덕기는 병을 얻어 불기소로 풀려났다. 그러나 몸은 이미 상할 대로 상해 1914년 3월 28일 39세 나이로 눈을 감았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상동교회로 조문객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생전에 전덕기에게 신세를 졌던 남대문시장의 상인은 물론 기생과 걸인들까지 통곡하며 상여꾼을 자청했다. 그 인파가 10리 밖까지 이어졌다.
전덕기가 떠난 후에도 3?1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최석모, 오화영, 이필주, 신석구 4명이 상동교회 출신일 정도로 상동교회의 독립운동 전통은 면면히 이어졌다. 해방 후 백범 김구가 돌아와 전덕기의 업적을 기념하는 기념비를 껴안고 울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

스크랜턴 어머니는 이화학당을 설립한 주역
윌리엄 스크랜턴(1856~1922)은 미국의 예일대와 뉴욕 의과대를 졸업한 엘리트 청년의사였다. 아버지와 동생, 조카까지 감리교회 목사였던 집안의 영향을 받아 그 역시 신학을 공부해 1884년 12월 미국 감리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조선으로 파견될 의료선교사로 임명되었다. 그가 이역만리 조선으로 떠날 결심을 하게 된 데는 어머니 메리 스크랜턴(1832~1909)의 영향이 컸다.

▲ 윌리엄 스크랜턴

어머니는 스크랜턴이 선교사를 결심하기 2개월 전에 이미 미 감리교회 해외여성선교부로부터 조선으로 파견될 첫 선교사로 발령받고 있었다.
스크랜턴이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두 살배기 어린 딸과 함께 미지의 땅을 향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한 것은 1885년 2월 3일이었다. 같은 감리회 선교사 아펜젤러 부부도 같은 배에 몸을 싣고 조선으로 향했다. 이들 감리회 선교단은 2월 21일 일본에 도착해 곧바로 조선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두 달 전에 일어난 갑신정변의 여파로 국내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고 일본에서 때를 기다렸다. 마침 당시 도쿄에는 이수정이란 조선 교인이 있어 그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갑신정변 실패 후 일본으로 망명한 김옥균과 서재필 등 개화파 지도자들로부터도 국내의 정치?종교 상황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아펜젤러 부부는 2개월 전 먼저 일본에 와있던 장로회 선교사 언더우드와 함께 1885년 4월 5일 제물포항으로 입항했다. 그러나 서울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4월 13일 일본으로 되돌아갔다. 반면 언더우드는 바로 서울로 올라가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스크랜턴과 아펜젤러는 5월 3일 함께 제물포항에 도착하고 6월 20일 뒤따라온 가족들과 합류했다. 아펜젤러는 인천에서 머물다가 7월 29일 서울로 올라갔지만 스크랜턴은 바로 서울로 올라가 장로회 소속 알렌 의료선교사가 1885년 4월 10일에 세운 제중원에서 진료활동을 도왔다.
아들 스크랜턴이 의료활동을 겸한 선교사업에 전념하는 동안 어머니 메리 스크랜턴은 여성교육에 힘썼다. 메리 스크랜턴은 1895년 10월 정동에 있던 초가집 19채를 사들여 그것을 헐고 교사를 짓는 한편 학생들을 모집했다. 첫 학생은 1886년 5월 어느날, 스크랜턴을 찾아온 이름을 알 수 없어 ‘김부인’이라 불린 한 고관의 소실이었다. 5월 31일 이 김 부인 한 명만을 상대로 한 역사적인 첫 수업이 시작되면서 이화학당이 시작되었다. 1896년 11월 학수고대하던 200평 규모의 한식 기와집 교사가 완성되었고 1887년 4월 고종으로부터 ‘이화학당’이라는 현판을 하사받았다.

스크랜턴은 의사, 목사, 교사, 성경 번역자, 선교 관리자 1인 5역 담당
아들 스크랜턴은 1개월만에 제중원을 그만두고 1885년 6월 정동에 한옥 기와집을 구입?개조하여 9월 10일부터 환자를 치료했다. 환자들이 많아져 부근의 땅과 집을 더 사들여 1886년 6월 15일 ‘미국인 의사병원’이란 간판을 내걸고 환자를 받았다. 고종은 1887년 4월 스크랜턴의 한국이름 ‘시란사’의 첫 글자를 따 ‘시(施) 병원’이란 현판을 하사하며 격려했다.
당시 스크랜턴의 관심은 가난하고 헐벗은 민중의 병을 치료하는데 있었다. 그는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이 몰려 사는 4대문 밖에 시약소를 차려 그들의 병을 치료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교회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구상했다. 그의 계획을 미국 선교본부가 승인하자 스크랜턴은 서대문 밖 애오개를 1차 후보지로 선택했다. 그곳은 예전부터 죽음과 질병의 땅이었다. 스크랜턴은 1888년 12월 애오개 언덕 도로변 초가집에 시약소를 차려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1888년 12월 12일 첫 예배를 봄으로써 훗날 교회로 발전한 곳이 지금의 아현교회다.
두 번째 후보지는 상인들과 노동자, 걸인과 부랑인들이 밀집해 있는 남대문 부근 언덕이었다. 1890년 10월 그곳에 남대문 시약소가 설립되었고 1894년 이 시약소 자리에 설립된 교회가 상동교회다. 세 번째 후보지는 갓바치와 백정 등 천민들이 살고 있는 동대문 부근이었다. 스크랜턴은 그곳에 기부자의 이름을 딴 ‘볼드윈 시약소’를 세우고 1892년 12월 25일 볼드윈 예배당에서 첫 예배를 드렸다. 동대문교회의 시작이었다.
1894년 스크랜턴은 자신의 새로운 선교 거점을 상동으로 삼은 뒤 ‘시 병원’과 집을 상동으로 옮겼다. 그곳에 시약소와 병원을 차려 시장상인들을 상대로 전도를 시작한 것이 상동교회의 출발이다. 스크랜턴은 그 상동시절을 의사와 목사, 교사, 성경 번역자, 선교관리자로 1인 5역의 역할을 하며 보냈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병환이 위중해 1901년 7월 어머니?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가 1904년 10월 다시 어머니?아내와 함께 조선으로 돌아왔다.
1907년 국내 감리회가 친일 편향을 보여 선교사직과 목사직을 그만두었으나 조선을 너무 사랑해 조선을 떠나지는 않았다. 스크랜턴은 교적을 감리회에서 성공회로 옮겨 평신도 신분으로 계속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어머니는 1909년 10월 8일 77세 나이로 눈을 감고 양화진외국인묘지에 묻혔다. 스크랜턴은 평북의 운산금광과 충남의 직산금광에서 의사로 근무하다 1916년 중국 대련으로 건너갔고 1917년 11월 일본으로 건너가 의료활동을 하며 말년을 보내다가 1922년 3월 23일 일본에서 숨졌다.

■천마총 발굴과 천마도 출토
신라의 왕릉급 무덤인 경주 천마총의 전모가 발굴 41년 만에 전면 공개됐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이영훈) 특별전 ‘천마, 다시 날다’ 개막을 하루 앞둔 3월 17일 언론공개회를 통해서다. 천마총 금관 등 국보·보물 10건 11점을 비롯해 천마총에서 출토된 136건 1600여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1973년 발굴된 경주 황남동 155호분에서는 금관을 비롯해 1만1526점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하늘로 비상하는 흰말을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천마도(국보 제207호) 덕분에 고분 이름도 ‘천마총’이 됐다. <조선일보 2014년 3월 18일>

▲ 천마도(天馬圖)

1971년 6월 박정희 대통령이 포항제철의 고로화입식 참석차 포항으로 내려간 김에 경주를 방문했다. 평소 경주의 문화재에 관심이 많았던 박 대통령은 신라 천년고도를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경주관광개발계획을 지시했다. 그래서 마련된 청사진에는 신라 최대의 무덤 98호분(황남대총)을 발굴 조사하고 내부를 공개해 관광자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안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높이가 25m에 하부 길이가 120m나 되는, 경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쌍분을 발굴하기에는 당시 발굴단의 경험이 짧았다. 예비지식을 얻고 경험도 축적할 겸 시험 발굴로 삼은 것이 인근의 155호 고분이었다. 외형이 많이 파괴된 데다 높이가 12.7m에 하부 길이가 47m여서 시험발굴용으로는 제격이었다.
1973년 4월부터 고분 정상을 파내려가던 발굴단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의외의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누구의 손에도 도굴의 화를 입지 않은 그야말로 처녀분이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7월 3일 직접 현장을 찾아가 관심을 보였다.
유물들은 고분의 적석층을 파헤치고 유물층을 파기 시작한 7월 11일부터 쏟아져 나왔다. 이날 출토된 귀고리, 긴 칼, 토기 등을 시작으로 7월 15일까지 금제관식, 금제과대, 금제귀고리 등 300여 점이 출토되어 발굴단은 물론 전 국민을 흥분시켰다.
그해 여름은 유난히도 가물고 더워 발굴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지만 “왕릉을 파헤쳐 큰 가뭄이 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도는 바람에 일부 주민이 현장으로 몰려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곧 그 곳에서 유물 대박이 터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발굴단을 가장 흥분시킨 것은 7월 26일 피장자가 머리에 쓴 채로 발견된 높이 32.5㎝의 순금제 신라금관이었다. 신라금관으로는 7번째였으나 광복 후로는 처음이었다. 하늘이 노했을까? 27일 밤, 금관을 수습하던 발굴단원이 마지막 사진 촬영을 마치고 유물상자에 금관을 옮겨 넣기 위해 금관의 한쪽 끝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릴 때쯤, 갑자기 별이 총총하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한동안 요란하던 장대비는 금관을 유물상자에 옮기고 나서야 언제 그랬냐는 등 그쳤다.
8월 23일 발굴단이 피장자의 머리맡에 놓인 궤짝을 여는 순간, 발굴단의 눈을 의심하게 하는 유물 한 점이 눈에 띄었다. 피장자가 저승에 가서 쓸 수 있도록 그릇에서 마구까지 각종 부장품이 정연하게 안치되어 있는 궤짝에서, 죽은 이가 천마를 타고 하늘에 오르기를 기원하는 마음에 넣어 둔  ‘천마도(天馬圖)’가 발견된 것이다.

고구려 벽화는 많이 발굴되었지만 고대 신라의 회화 작품은 처음
말 탄 사람에게 흙이 튀지 않도록 말 안장 양 옆에 늘어뜨린 말다래 즉 장니(障泥)에 그려진 그림은 두 폭이 포개어 겹쳐진 채 있었다. 장니는 자작나무 껍질로 만들어진 가로 75cm, 세로 53cm, 두께 0.6cm의 직사각형 모양이었다. 포개진 두 폭 중 한 폭은 거의 완벽한 형태로 출토되었으나 나머지 한 폭은 훼손된 상태였다.
발굴단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하다”며 “고구려 벽화에 못지않은 유일무이의 역사적 민족유산”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그때까지 고구려 벽화는 많이 발굴되었지만 고대 신라의 회화 작품으로는 처음 나온 기념비적인 유물이었다.
무덤의 주인을 밝힐 만한 자료가 발견되지 않자 문화재위원회는 1974년 9월 제155호 고분에 ‘천마총’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러자 경주김씨 측에서 들고 일어났다. 경주에 있는 신라시대의 모든 무덤은 필시 김씨 성을 가진 임금의 무덤이 분명한데, 말의 무덤인 것처럼 ‘천마총’이라고 이름지은 것은 부당하다는 항변이었다.
그래도 천마총 이름이 바뀌지 않자 1981년 980여 명이 천마총 이름을 바꿔달라며 국회에 청원을 했다. 국회가 문화재위원들을 불러 재심의했으나 “무덤의 주인공이 왕임을 확정할 수 있는 유물이 출토되지 않았다”는 문화재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냥 천마총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1997년에는 “그림 속 동물의 정수리에 반달 모양의 뿔이 우뚝 솟은 것으로 보인다”며 말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이 공개한 천마도의 적외선 사진에 육안으로 볼 수 없던 동물의 형상이 생생하게 드러나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가장 상서로운 동물로 간주되고 있는 상상의 동물 ‘기린’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1973년 9월 말까지의 발굴 결과, 천마총에서만 장신구류 8766점, 무기류 1234점, 마구류 504점, 그릇류 226점 등 모두 1만 1,500여 점이 출토되었다.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도와 금관, 금제과대 및 요패 등은 현재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2014년 3월에는 국립경주박물관이 또 한 점의 천마도를 발견했다고 발표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천마총 특별전을 준비하기 위해 2013년 3월부터 죽제(竹製) 말다래의 흙과 녹을 벗겨 내고 약품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천마도 문양을 새롭게 확인한 것이다. 이로써 천마총에서 확인된 천마도는 백화수피(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그림 2점(국보 207호) 외에 이번에 새로 확인된 1점까지 총 3점으로 늘어났다.

■칼 세이건과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2014년 3월 9일. 미국 전역에서 부모들이 자녀들과 TV 앞에 앉았다. 34년 전인 1980년 가을 자신들의 부모와 함께 떠났던 TV 우주여행의 즐거움과 감동을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안겨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34년 전 세계 7억5000만 명의 시청자들을 우주의 신비 속으로 끌어들였던 우주과학 다큐멘터리 ‘코스모스’가 ‘코스모스: 시공 오디세이’라는 후속편으로 다시 시청자를 찾아왔다. 같은 13부작이지만 미국 공영방송(PBS)이 제작·방송했던 원작과 달리 이번 후속편은 상업방송인 폭스TV를 통해 전파를 탔다. 원작에서 우주여행 안내자였던 칼 세이건 코넬대 교수는 1996년 세상을 떠나 우주로 돌아갔지만 그의 후배인 천체물리학 박사 닐 더그래스 타이슨 미 자연사박물관 헤이든 플라네타륨(뉴욕 소재) 소장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원작 제작에 참여했던 세이건 교수의 부인 앤 드리앤이 후속편의 대본 집필을 맡았다. <동아일보 2014년 3월 11일>

▲ 칼 세이건

칼 세이건(1934~1996)의 생애 화두는 외계 생명체였다. 그는 외계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믿음으로 평생 우주에서 눈을 떼지 않은 과학자였으며 일반 대중이 우주의 경이를 생생하게 느끼도록 끊임없이 대중과의 대화를 시도한 과학의 해설자이자 전도사였다. 세이건 덕에 천문학은 딱딱한 학문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우주를 신비의 대상으로만 여겨온 대중은 천문학 용어를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는 암호로 인식하지 않아도 되었다.
세이건은 미국 뉴욕에서 우크라이나 이민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시카고대에서 물리학 석사와 천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하버드대 조교수를 거쳐 1968년 코넬대 교수로 부임했다. 1959년 금성 탐사선 매리너호 계획에 관여하는 것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과 처음 인연을 맺은 그는 이후 바이킹, 보이저, 갈릴레오호 등의 무인 우주탐사계획에 참여하고 우주 생명체와 교신을 시도했다.
그가 과학자로 누린 최고의 순간은 파이어니어 10호를 발사할 때였다. 1972년 3월 목성을 향해 파이어니어 10호를 발사할 때 세이건은 태양계 너머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외계 생명체에게 인간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15X24cm 크기의 금속판 그림을 실려 보냈다. 그의 부인이 그린 그림에는 외설 논란까지 불러일으킨 벌거벗은 성인 남녀의 모습과 태양계의 구조 및 태양계에서 지구의 위치 등이 그려져 있었다.
먼 훗날 조우할지도 모를 외계 생명체에 대비해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인사말이 녹음된 레코드판도 우주선에 실렸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노력들은 상징적 의미에 그쳤지만 지구인의 존재를 외계에 알리려는 노력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선구적이었다.
세이건을 결정적으로 대중적 유명인사로 만든 것은 세이건이 해설자로 나선 13부작 TV다큐멘터리 ‘코스모스’였다. 1980년 9월 28일부터 12월 21일까지 미국의 공영방송 PBS에서 처음 방송된 ‘코스모스’는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60여 개 국가에서 7억 5,000만 명이 시청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세이건이 보이저호의 목성 사진 등 다양한 최신 자료를 이용해 우주와 인간, 과학의 역사, 지구의 미래 등에 관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펼쳐 보인 덕에 '코스모스'는 방송계 최고상인 에미상을 받았다. 같은 해에 출간된 동명의 책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던 70주 가운데 15주 동안 1위를 차지하고 영문판만 600만 부가 넘게 팔려 20세기에 가장 많이 팔린 과학도서라는 영예를 안았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상상력 후세에 남겨
세이건은 이처럼 다큐멘터리와 책을 통해 생명체의 발현과 진화에서부터 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은하와 우주의 거대한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주제를 차근차근 소개하는 여행안내자 역할을 했다. 세이건은 모두 13권의 대중과학서를 썼다. 그중 생물의 진화과정을 다룬 ‘에덴의 용’으로는 1978년 논픽션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과학소설 ‘콘택트’(1985)는 1997년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세이건은 1994년 ‘코스모스’의 속편 격인 ‘창백한 푸른 점’을 출간했다. 미래의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예측한 우주 분야의 미래예측서 ‘창백한 푸른 점’에서 세이건은 장차 인류는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환경 문제 등으로 지구가 머지않아 더 이상 인간이 존재할 수 없는 죽음의 공간으로 변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세이건은 대중적 명성 못지않게 전공 분야에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단독 및 공동으로 500여 편의 논문과 저술 등을 발표하고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금성의 표면온도가 섭씨 500도임을 밝혀냈다. 국제천문연맹은 이런 그의 업적을 기려 2000년 화성 적도 근방의 폭 80km의 분화구를 ‘칼 세이건’으로 명명했다.
그러나 “대중과 노닥거리느라 연구할 시간도 없을 것”이라며 세이건의 외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학자도 적지 않다. 주류 과학계도 과학 발전에 기여한 세이건의 업적을 인정하기 보다는 그의 대중적 성공이 “이미지와 행운에 근거한 것”이라고 깎아내리며 “연구에 과장과 해석상 오류가 심하다”거나 "공명심에 빠진 뻔뻔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이유로 1992년 미 국립과학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선출될 기회가 있었으나 보수적인 회원들의 이례적인 반대로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세이건은 끈질기게 과학의 대중화를 시도하면서도 정치권력을 싫어해 레이건 당시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을 거듭 거절했다. 인생 후반기에는 대규모 핵전쟁이 먼지 연기를 불러일으켜 환경 재앙을 초래하리라는 ‘핵전쟁 이후 시나리오’를 과학적으로 논증했다. 세이건은 생전에 소망한 것을 끝내 찾지 못하고 1996년 눈을 감았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상상력을 후세에게 선물로 남겨주고.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