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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 시범사업 등 의료계 요구 대부분 관철
원격의료 도입 관련 복지부-의협 막판 협상 타결
2014년 04월 02일 (수) 16:45:23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의료 도입과 관련,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난 3월10일에는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집단휴진은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인력을 제외하고 의사협회의 주요 구성원인 동네의원과 대학병원 등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일부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종서 기자 jslee@

노환규 의협회장은 집단휴진 하루 전날인 3월9일 오후 서울 이촌로의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의사들이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더 이상 잘못된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제도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격진료는 안전하지 않고 위험하며, 의료영리화정책, 즉 편법적인 영리병원의 허용은 의사로 하여금 환자가 아닌 투자자를 위한 진료를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노 회장은 또 “의사들의 이번 투쟁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을 거둬달라고 정부를 향해 벌이는 싸움”이라며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보건복지부 직원들도 원격의료법안에 반대의사
   
▲ 전세계 원격의료 시장 ‘2018년까지 10배 성장 전망’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을 결의하는 도화선이 된 원격의료 법안에 대해 보건복지부 직원들이 초반에는 내부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이 법 개정은 시기상조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을 먼저 검증하자고 권고한 것이다. 이는 주무부처 담당 직원들 스스로 원격의료 도입의 파장과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복수의 보건복지부 관계자들 증언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원격의료 도입이 복지부 내부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자 일부 직원들은 법안 발의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당시 진영 전 장관은 청와대의 강한 요구와 본인의 소신에 더해 원격의료 관련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당수 복지부 직원들은 시범사업을 통해 위험성과 효과성 등을 충분히 검증한 뒤에 법 개정을 추후에 추진하자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진 전 장관과 복지부 실, 국장 및 과장급 인사들은 지난해 5~6월에 걸쳐 원격의료와 관련해 몇 차례 내부 토론회를 갖고 격론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복지부 관계자는 “진 장관과 직원들이 원격의료 도입을 두고 여러 번 토론회를 열어서 의견을 교환했다”며 “일부 반대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시범사업을 먼저 하느냐, 법 개정을 먼저 추진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은 사실이다”며 “직원들은 주로 반대를 했지만 장관의 추진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회상했다. 직원들은 진 전 장관과의 토론회에서 원격의료가 의원급 1차 의료기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과 오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우려를 표명했다. 때문에 먼저 시범사업을 시행한 뒤에 법 개정을 추진하자고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이는 현재 의사협회와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진 전 장관은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등을 들어 법 개정과 시범사업을 병행하자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특히 진 전 장관은 전화기가 발명됐지만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은 회사는 도태되고, 이를 산업화한 벨은 성공했다는 점을 사례로 들며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일부 직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관의 의지와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법 개정 작업이 시작됐다. 이후 진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말 기초연금 법안 추진 과정에서 국민연금과의 연계안을 반대하다 청와대와 갈등을 빚으며 사퇴했지만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원격의료 법안은 오히려 속도를 냈다. 급기야 장관 공백기인 10월 말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졌다. 복지부가 입법예고를 한 시점은 문형표 장관 후보자가 청와대에서 내정된지 불과 며칠 뒤였다. 주무부처 장관이 부재한 사이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경제부처 힘에 밀려 복지부가 원격의료를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비판도 일었다.

의협, 先 시범사업-後 법 개정 검토 주장
당초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도입과 관련,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해 사실상 입법에 합의를 했었다. 양측은 또 정부의 의료정책으로 불거진 ‘왜곡된 의료민영화 논란’에 대해 공동으로 유감을 표명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2월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지난 2월16일 종료된 의료발전협의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원격의료과 관련해서는 “협의를 통해 의료서비스 중심의 IT 기술 활용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며 “(의사와 의사 등)의료인 간 원격의료를 활성화하고 대면진료를 대체하지 않는 의사-환자 간 원격모니터링과 원격상담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의료정보 보호체계 강화 등 필요한 제도의 정비를 위한 노력도 함께 추진하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 차를 충분히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애초 의협은 시범사업을 통해 타당성을 검토하고 나서 법안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부는 법률 개정 후 법률에 근거하여 시범사업을 추진하자는 입장이었다. 의료법인 자법인 허용 등을 뼈대로 한 투자활성화 대책과 관련해서는 의료법인 자본유출 등 편법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협과 대한병원협회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일차의료기관과 병원 간 경쟁을 유발하는 방식을 지양하기로 합의했다. 또 이른바 ‘사무장병원’과 일부 의료생협 등에 대한 규제대책을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양측은 또 “최근 불거진 일부 왜곡된 의료민영화 논란에 대해서는 공동의 우려를 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가 개선 문제는 “현행 일부 수가체계가 진료과목 간·의료행위 간 불균형 등의 문제가 있다는 문제의식에 상호 공감"하고 재정소요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비롯해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 의학교육 개선방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 개선 등과 같은 중장기 과제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원격의료 법안을 두고 정부와 의사협회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법 개정을 우선 추진하고 시범사업 기간을 법에 명시하면 된다는 입장인 반면, 의사협회는 선(先)시범사업-후(後) 법 개정 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6~7개월 전 복지부 내부에서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었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정부 논리가 급조된 것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집단휴진 전날까지 치열한 ‘네 탓 공방’
3월10일 의료계 집단휴진을 하루 앞두고 있던 3월9일에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치열한 ‘네 탓 공방’을 벌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집단휴진이 정부의 ‘잘못된 의료제도’에서 비롯됐다며 국민들의 응원을 당부했고, 보건복지부는 협상안을 뒤엎고 총파업 준비에 들어간 의사협회를 비난하며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번 투쟁은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꿔야겠다고 굳게 결심한 의사들이 국민의 건강화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정부를 향해 벌이는 싸움”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간절히 원하고, 응원을 간곡하게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이라는)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참단하고 정부가 원망스럽다”면서 “국민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3월9일 오후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브리핑을 갖고 “의사협회가 협의 결과를 부정하고 지금 이 시간까지 불법적인 진료거부를 철회하지 않고 오히려 전공의들까지 진료거부에 참여할 것을 선동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사협회가 의사발전협의회에서 도출된 협의안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의료계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국민의 편의성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의료계 발전을 위해 의사협회에서 요구한 여러 과제들이 조속한 시일안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의약분업사태 이후 14년 만에 의료계 집단휴진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월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거짓말하고 있는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정책을 막아내겠다”며 하루 동안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이번 집단휴진은 주로 동네 개원의와 대학병원 등에서 수련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의사협회에 따르면 전공의 1000여명이 이번 휴진에 동참했다. 전공의들은 이날 의사협회 회관 1층에 천막을 치고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정책을 반대하고 나섰다. 노환규 협회장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월 국회의원의 질의서에서 ‘원격진료는 현재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하지 않다’고 공식 답변을 했다. 그랬던 복지부가 경제부처의 압박에 밀려 원격진료의 즉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또 “원격진료는 법을 만들기 이전에 얼마나 안전한지,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미리 검증을 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국민을 마루타처럼 생각하고 이 검증절차 없이 먼저 법을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환자를 위한 진료를 투자자를 위한 진료로, 돈벌이를 위한 진료로 바꾸려는 정부의 의료영리화정책 역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정부 관계자들에게 “의사들의 정당하고 의로운 주장을 범죄자의 항변으로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더 많은 의사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동료 의사들에게 “정부의 협박에 맞서는 용기가 필요한 일에 함께 동참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잘못된 의료제도를 막는 것은 국민을 위해 의사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의사들의 사명”이라며 “난관을 반드시 헤쳐나가자”고 목소리 높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송명제 위원장은 “의료행위는 의사와 환자간의 직접진료로 이뤄져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와 복지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는 기계적인 진단과 처방을 강요한다. 이는 환자가 자판기에 나온 결과를 얻어가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와 복지부는 화장품과 건강식품을 팔라면서 부축이고 있다. 이는 가짜 의료행위를 묵인하는 것과 같다. 우리 전공의는 진짜 의료를 하고 싶다. 지금 의료계는 자본으로 길들여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아울러 “정부는 이번 파업을 불법이라 규정하고 의사면허를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우리가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진료했듯이 이제 사회를 제대로 진료하겠다”고 전했다. 의사들의 대규모 집단휴진은 2000년 의약분업사태 이후 14년만이다.

대한전공의협회도 집단휴진에 동참
송명제 전공의 비상대책위원장은 3월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들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통 받는 88만원 세대의 일부”라며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을 막기 위해 파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송명제 위원장은 “저희를 경제적으로 풍족한 직업을 가진 자들이라고 하지만 하루 20시간 이상 노동하고 수련을 대가로 4년 동안 저임금으로 일하기로 계약한 노동자일 뿐”이라며 “저희도 특별하지 않은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 노동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격의료와 의료 영리법인 등 정부가 비상식적인 의료정책을 도입하려 해서 파업 참여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원격의료를 통해 의사들에게 기계적인 진단과 처방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환자가 자판기에서 나온 커피와 같은 결과를 얻어가는 것을 말한다”고 주장했다. 송 위원장은 “정부는 의사들에게 의료 영리법인을 통해 화장품과 건강식품 등을 팔면서 돈을 벌라고 부추기고 있다”며 “이런 것을 의료행위 범주에 넣는다는 것은 가짜 의료행위를 묵인하는 것과 똑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렇게 정부가 의료계를 자본으로 길들이려 하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파업 참여를 결정했다”며 “옳지 않은 길에는 반드시 반대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3월10일 의사협회의 집단휴진에 동참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우리들이 난민이어서 경찰들은 저의 동료의사의 전화번호를 조사하고, 공안검사가 우릴 조사한다고 한다. 우리가 무슨 남파간첩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우리가 이 나라를 전복시키는 악당인가? 외롭다”고 성토했다. 이날 회견문을 낭독한 대한전공의협의회 서곤 복지이사(중앙대병원)는 “내 체온이 절대 안녕하지 못한 39도여도, 어머니가 생일이라고 미역국 끓여주시고 언제쯤 집에 들어올 수 있냐며 마음속으로 우실 때도, 아빠엄마 말 막 땐 자식이 보고 싶다며 전화로 울 때도, 1년 365일 어느 새벽에도 우리는 인간만이 인간을 살릴 수 있는 걸 알기에 만추의 달처럼 차오르는 서러움 품고도 삭히고 삭히며 열심히 심폐소생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들은 이처럼 기본적 인권이 버려지다 못해 유린당할 때에도 여러분을 위해 오뉴월에 운명한 처자들의 한을 품고도 항상 그대들 곁에 있었다”면서 “단 한 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아비규환에서 아등바등 버티며 청진기를 들이대는 우리에게 ‘괘씸한 애, 못된 애, 부도덕한 애, 나태한 애, 낙인찍으며 인두를 들이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국민이 아프면 먼저 시진·청진·타진·촉진 등의 신체검진하고 그거 너머의 식스센스까지 발휘하라고 배웠다”면서 “우리가 난민이고 돌연변이이기는 하지만 핸드폰만으로 식스센스 느낄 수 있는 돌연변이는 절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집단휴진에 동참한 전공의는 전국 17000명 중 63개 의료기관의 필수진료인력을 제외한 7190명이 참여했다. 이중 서울·경기 지역 11개 병원 1600여명이 진료실을 박차고 의사협회에 모였다.

정홍원 국무총리 대국민 담화 이후 협상 재개
정홍원 국무총리는 3월12일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 강행 계획에 대해 “의사협회는 하루빨리 집단휴진을 철회하고 대화에 나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또다시 집단휴진을 강행해 질병으로 고통을 겪는 국민의 의료 이용에 불편을 주고 수술에 차질을 초래한다면 국민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도입과 현행 건강보험체계 등에 반발해 지난 3월10일 하루 집단휴진을 한 데 이어 3월24일부터 엿새간 2차 집단휴진에 나설 계획이었다. 정 총리는 “어떤 경우에도 원격의료 도입으로 동네의원들이 고사하거나 대면진료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정부는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의료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상정을 유보했다”며 “정부는 오는 20일까지 대화를 통해 국민의 건강을 위해 어떤 것이 최선인지, 의사협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논의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께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가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정 총리는 지난해 10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같은 해 12월 철도파업 때 담화를 각각 발표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3월24일 의료계의 2차 집단휴진을 앞두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기로 3월12일 합의함에 따라 강(强)대 강으로 치닫던 대치 정국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서울대병원 등 소위 ‘빅5’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들마저 2차 휴진 참여를 결정하는 등 응급 의료대란이 우려되던 차에 극적으로 갈등 봉합의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지나치게 강경기조를 내세웠다는 비판도 있고, 당장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 의협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의협은 대화 테이블을 꾸려 3월20일까지 합의 도출을 목표로 협의를 진행했다. 의협 관계자는 “대화 과정에서 앞서 정부에 제시한 세 가지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진다면 회원들의 찬반 투표를 거쳐 2차 집단휴진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3월 초 집단휴진 철회 조건으로 ▲시범사업을 통한 원격의료 검증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건의료단체와 함께 의료투자활성화 대책 추진 ▲건강보험제도의 합리적 운영과 과도한 의료제도 규제 개선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의협의 요구 사항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2차 집단휴진을 막자는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무리 없이 합의가 도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전공의들이다. 의협과 협의해 결론을 낸다 해도 전공의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집단휴진을 막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10일 1차 집단휴진 때 문을 닫은 개원의는 20.9%(정부 추산)였던 반면 전공의는 31.0%가 휴진했다. 그만큼 정부에 대한 반감과 투쟁 열기가 뜨거웠다. 투쟁 목표도 조금 다르다. 서울대병원 전공의들은 이날 성명에서 “미봉책에 불과한 일시적인 수가 인상과 같은 근시안적인 협상안은 단호히 거부한다”며 의료 환경 개선을 주요 요구로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방상혁 의협 투쟁위원회 간사는 “전공의들도 기본적으로 의협 회원”이라며 “전공의들의 고민을 충분히 반영해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의협-복지부 최종담판에서 협의안 도출
3월24일부터 6일간 ‘2차 집단휴진’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간 최종 담판에서 협의안이 마련됐다. 의료계의 요구사항이 대체로 받아들여진 만큼 2차 집단휴진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다만 의사협회는 이번 협의 결과를 회원 총투표에 부쳐 찬성표가 많을 경우 집단휴진을 철회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권덕철 의료정책담당관은 3월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15층 세미나실에서 ‘2차 의정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협의 결과에 따르면 핵심 쟁점인 원격진료 도입과 영리 자법인 허용 ,건강보험 제도 개선 등 의사협회 요구가 대부분 관철됐다. 원격진료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안전성 등을 검증하기 위해 4월부터 6개월간 시범사업을 실시키로 했다. 그 결과는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시범사업의 기획과 구성, 시행, 평가 등도 정부와 의사협회가 공동 진행키로 했다. 의료법인의 영리 자법인 설립도 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5개 보건단체가 참여하는 논의 기구를 마련, 이들의 의견을 반영키로 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건강보험제도 개선 문제는 의료수가(진료비)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공익위원(정부 측 인사)을 가입자(시민단체 등)와 공급자(의료기관)가 동수로 추천하도록 ‘국민건강보험법’을 올해 안으로 개정키로 합의했다. 또 의사협회의 요구대로 의사협회와 건강보험공단의 수가협상이 결렬되면 가입자와 공급자가 참여하는 중립적 ‘조정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올해 중으로 만들기로 했다. 현재는 협상 결정시 정부가 결정한다. 이번 집단휴진의 새로운 동력으로 부상한 대학병원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처우개선 방안도 마련됐다. 주 100시간이 넘는 과도한 근무시간 감축 노력을 비롯해 지난 2월 의료발전협의회에서 마련된 개선방안을 구체화했다. 전공의 유급(재수련)제도 폐지와 의사보조인력(PA)의 합법화 추진 중단 등 전공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복지부는 “이번에 추가적으로 논의해 마련한 협의결과가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에게 받아들여져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집단휴진을 철회하고, 의료계와 정부가 협력을 통해 의료제도와 건강보험제도를 더욱 발전시켜 국민건강향상을 위해 기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14일부터 물밑 협상을 벌여온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전날 오후 6시부터 5시간에 걸친 최종 협상 끝에 이같은 협의안을 도출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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