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다. 사람들은 세상살이의 웅성거림 속에서 부대끼다가 어머니처럼 기다리고 있는 산으로 파고 들어온다. 무조건적인 어머니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산은 아무 말 없이 우리들을 감싸주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

정재원 기자@

▲ 유정열 관동산악연구회장

등산가이드로 유명한 유정열 관동산악연구회장의 행보가 화제다. 교육공무원, 산악인, 산행가이드 저자였던 그는 최근 소설가로 새로운 변신을 시작했다. 유정열 관동산악연구회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산을 진정 사랑한 이 시대의  ‘살아있는 산악도감’ 
 “어린 시절, 처음으로 동네 뒷산에 올라갔던 때의 기억이 있다. 바람에 나뭇가지가 부딪히는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풀섭의 거뭇한 그림자에도 호랑이의 모습을 떠올렸던 최초의 산행. 그 산행에서 내가 본 것은 산 아래에서는 보지 못했던 드넓은 세상의 모습이었다. 열 두어 살 무렵, 변변한 세간 살이 하나 없는 집에서, 굶기를 밥 먹듯 하는 지독한 가난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도 힘들었지만 그러한 가난한 삶에서 전혀 개선의 여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절망하게 했다. 농사꾼이 되어 아버지의 가난을 물려받고, 평생을 좁은 진주 골담 마을에서 그 마을의 경계를 벗어나지도 못한 채 살아야할지도 모른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칠 때면, 그 삶의 끔찍함에 뼈 속까지 몸서리가 쳐졌다. 그러나 현실이 힘겨울수록, 그에 반비례하여 여행에 대한 내 갈망은 커져만 갔다. 나는 세상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내가 지금 발 딛고 있는 삶과는 다른 삶, 다른 세상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미지의 세상을 내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나에게도 새로운 삶의 가능성이 열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유정열 회장의 회고록에서 발췌) 유정열 관동산악연구회장은 지난 40여 년 가까이 산에만 파묻혀 살아온 진정한 산악인이다. 1970년대에 등산에 매료되었던 유정열 회장은 1980년대 교육 공무원을 하면서 산을 좋아하는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이 참여한 관동산악연구회를 조직해 지금까지 이끌어 오고 있는데, 연구회는 산만 오르는 다른 산악회와 달리 자연 보호 운동을 비롯해 산악관련 정보 제공과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유 회장은 산에 대한 정보와 산악관련 서적이 보편화 되지 않았던 시절 <우리 산 길잡이> 등을 펴내면서 등산의 대중화를 선도해 오고 있다. 등산의 대중화를 향한 그의 열정은 늘 한결같았다. 지난 2008년에는 <한국 600명산 탐방기>, 2009년에는 <한국 800명산 탐방기>에 이어 2010년에는 <한국 1000명산 탐방기>, 2011년에는 <한국 1000명산 견문록>을 잇달아 출간하며 ‘살아있는 한국의 산악도감’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책들은 대형 서점 등에서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산악부문 베스트셀러 및 스테디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유정열 회장의 저서들은 등산경로의 도식적 나열이나 산에 대한 단순한 감흥을 읊조리는 대부분의 산악도서와는 달리, 해당 산에 얽힌 유래와 역사, 관련 문학작품과 철학 등을 다채롭게 담아내는 이야기책으로 역사교과서이자 철학도서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유정열 회장 본인의 삶에 대한 철학과 산에 대한 사랑 등을 아낌없이 담아낸 <유정열의 한국 1000명산 견문록>은 원고 작업 기간 동안 역사학, 고전문학, 철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수없이 자문을 구하는 한편, 산과 이들 내용이 잘 조화될 수 있도록 장고를 거듭했다.

▲ 유정열 회장의 <유정열의 한국 1000명산 견문록>

이러한 노력 덕분에 독자들은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유정열 회장의 학문적 경계를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과 삶, 그리고 산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서울시장 출사표! 정치행정가로 시민사랑 실천할 것
최근 단편 소설집 <달밤에 만난 사람>을 출간하며 소설가로의 변신에 성공한 유정열 회장은 지난 20여년 간 해외를 여행하며 가봤던 유적지에 대한 단상을 담은 <유정열의 세계일주 문화유산답사기>도 함께 출간, 세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함께 펴낸 <유정열의 세계 일주 문화유산 답사기>는 유 회장이 살아생전 내는 마지막 답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 회장은 “지난 1992년 일본 북알프스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 문화유적 200여 곳과 명산 50곳, 100개가 넘는 국립공원을 다녀왔다”며 “지난 20여년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경험하고 느낀 감상들을 총정리했다”고 덧붙였다. 고희가 훌쩍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소 한 달에 한 번씩은 동호인들을 이끌고 산을 누비고 있는 유정열 회장. 최근 서울시장직에 도전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자신의 정치적 야망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미 정치는 사라진 것입니다. 진정 시민을 사랑의 대상으로 여기고 봉사하겠다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교육행정가로 근무하며 참 멋있게, 기쁘게 공무원 생활을 했지요. 또한 평생을 산을 오르며 사랑으로만 산을 대했어요. 서울 시민 또한 사랑의 대상으로 함께하며 봉사하고픈 마음으로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반드시 서울시장이 되어 입신을 하겠다는 마음 보다는 산을 오르며 자신을 고백할 때, 그 산이 사랑으로 우리를 품어주듯이, 제 스스로의 충심을 고백할 때 시민들께서 따뜻하게 화답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서울 시민을 위한 따뜻한 포용의 정치로 시민들의 반려가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산악인으로서, 소설가로, 그리고 이제는 정치행정가로서 향후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